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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고려인마을 그림이야기, 문 빅토르 작 ‘운명의 연대기’ 민족 배신의 얼굴과 그 이면의 욕망 -한 화면에 담은 백 년의 길 2025-08-15
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고려인 미술 거장 문빅토르(문빅토르미술관 관장) 신작 〈운명의 연대기〉((60x78/2025/캔버스,수채화,아크릴))는 수채화와 아크릴로 그려낸 장대한 서사이자, 한민족의 가슴 속 깊이 새겨진 운명의 기록이다./사진=고려인마을 제공 [전남인터넷신문]광주 고려인마을에 정착한 세계적인 고려인 미술 거장 문빅토르 화백(문빅토르미술관 관장)이 또 한 번 깊은 울림을 전했다.그의 신작 〈운명의 연대기〉((60x78/2025/캔버스,수채화,아크릴))는 수채화와 아크릴로 그려낸 장대한 서사이자, 한민족의 가슴 속 깊이 새겨진 운명의 기록이다.

작품은 위에서부터 아래로 흐르는 세 개의 장면으로 구성된다. 일제강점기, 세계대전, 그리고 나라잃은 유랑민 고려인의 이민사. 서로 다른 시대와 공간이지만, 화면 속 인물들의 발끝과 모자, 수레의 바퀴가 이어져 마치 한 줄기 강처럼 같은 세계를 흐른다. 문 화가는 이를 통해 “시대는 달라도 역사의 고리는 끊어지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한다. 


강렬한 붉은색은 작품 전반에서 눈길을 잡아끈다. 그것은 시대를 막론하고 존재했던 민족의 배신자, 내부의 스파이, 타국의 군인을 상징한다. 그 이면에는 금전과 보물, 쾌락과 욕망을 품은 도깨비가 은은히 숨어 있다. 작가는 이 장면을 통해 역사의 상처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인간 욕망의 그림자에서 비롯됨을 속삭인다.

문 화백은 이번 작품에서 한 민족의 굴곡진 연대기를 담았다. 어떤 가문은 모든 것을 잃고 후손은 국적 없는 유랑민이 되었고, 또 다른 가문은 역사의 흐름을 사리사욕에 이용해 부와 권력을 대물림했다. 같은 민족이지만, 결국 우리는 태어난 순간부터 선조의 연대기에 묶여, 의지와 상관없이 그 흐름 속을 살아가고 있음을 작품은 말해준다.

문 화가는 “나는 운명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고려인과 한국인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시대는 다르지만 같은 상황과 역할이 반복된다. 이것을 역사라 하기엔 부족하고, 운명이라 부를 수밖에 없다”며 “이에 우리는 과거의 운명만이 아니라, 지금도 흐르고 있는 오늘의 운명을 인식하며 나아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운명의 연대기〉는 단순한 회화가 아니라, 관객을 조용히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 이끄는 ‘운명의 숲길’이다. 그림 앞에 선 이들은 피할 수 없는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나는 지금 어떤 연대기의 한 줄을 쓰고 있는가.”

고려방송: 양나탈리아 (고려인마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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