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전라남도는 대한민국의 농업과 음식문화를 대표하는 지역이다. 다양한 자연환경과 유서 깊은 전통, 그리고 풍부한 먹거리 자원을 바탕으로 전남은 오래전부터 농업과 음식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해왔다. 그러나 최근 다양한 박람회와 전시 행사를 살펴보면, 이러한 지역의 강점이 시너지로 이어지지 못하고 ‘각자도생’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현실이 아쉽기만 하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전남농업기술원에서 개최되는 ‘2025 국제농업박람회’, 목포 문화예술회관 일원에서 진행되는 ‘2025 남도국제미식산업박람회’, 그리고 전통과 미래 농경문화를 아우르는 전남농업박물관의 행사들이다. 세 기관 혹은 행사는 모두 전라남도 주관 또는 산하기관의 주도로 이뤄지며, 시기적으로도 유사한 시점에 집중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호 연계나 협업이 부족하다.
국제농업박람회는 “AI와 함께하는 농업혁신, 생명 키우는 K-농업”이라는 주제로, 농업과 첨단 기술의 융합을 시도하며 미래 농업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일주일이라는 짧은 기간이지만, 전남 산포면 일원에서 열리는 이 박람회는 전남의 농업 역량을 국내외에 알릴 좋은 기회이다.
한편, 10월 한 달간 목포에서 열리는 남도국제미식산업박람회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행사임에도, 해마다 일회성 행사라는 지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음식문화큰잔치’로 출발해 수차례 이름을 바꿔온 이 박람회는 지역 식품산업의 실질적 발전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남도 음식의 정체성을 정립하고 산업으로 확장하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과 운영 전략이 부재한 셈이다.
전남농업박물관 또한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특히 12월까지 이어지는 동아시아 쌀문화 페스타는 일본 모나카, 베트남 반미, 중국 전병, 태국 로띠 등 쌀을 주제로 한 다채로운 체험 행사를 통해 농경문화의 교육적 기능과 관광적 가치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 쌀이라는 공통 키워드를 통해 동아시아 문화를 아우르며 의미 있는 시도를 하고 있음에도, 남도국제미식산업박람회 등 다른 행사와의 연계는 눈에 띄지 않는다.
이렇듯 전남 내 농업 및 음식문화 관련 기관과 행사가 각기 따로따로 운영되면서 발생하는 문제는 분명하다. 첫째, 자원과 예산의 중복이다. 예컨대 각 행사마다 별도의 홍보, 입장 관리, 체험 프로그램을 구성하면서 비슷한 콘텐츠가 중복되거나,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집행되는 사례가 발생한다.
둘째, 관람객의 분산이다. 비슷한 시기에, 서로 다른 장소에서 독립적으로 개최되는 이벤트는 방문객에게 혼란을 주고, 전반적인 참여율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콘텐츠 연계성의 부족이다. 농업에서 생산된 원재료가 음식산업으로 연결되고, 이를 관광 콘텐츠로 발전시키는 자연스러운 흐름이 단절된다.
그러나 해결책은 분명 존재한다. 행사 간 협력과 연계다. 예를 들어, 농업기술원의 박람회에서 생산 농산물을 소개하고, 이를 남도미식박람회에서 시식 및 상품화 형태로 연계하며, 농업박물관에서는 그 역사와 전통을 체험하는 구조로 통합 운영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관 간 긴밀한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전남도 차원의 통합 기획과 조정 기능이 강화되어야 한다.
또한, 기존에 추진 중인 협력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현재 남도 한바퀴 여행상품 확대, 수묵 비엔날레와의 공동 입장권 할인 등은 좋은 출발이다. 이러한 협력 모델을 농업 및 음식 관련 행사까지 확장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남도국제미식산업박람회와 농업박람회 간의 공동 입장권, 체험 연계 패키지, 통합 홍보 캠페인 등을 도입하는 것이다.
전남은 '농생명산업'과 '음식관광자원'이라는 두 개의 큰 자산을 동시에 갖고 있는 드문 지역이다. 이 두 자산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으로 융합될 때 진정한 경쟁력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농업이 세상을 바꾼다'라는 슬로건처럼, 전남의 농업과 음식문화가 세계적인 모델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제 각자의 길이 아닌, 함께 가는 길을 모색해야 할 때다. 함께하면 비로소 '전남다운' 콘텐츠가 만들어진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전남농업기술원과 전남도농업박물관, 동행 시너지 효과내야.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5-05-30).
허북구. 2025. 아제르바이잔의 시골 음식 유튜브와 남도 음식.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5-02-04).
허북구. 2024. 전남농업박물관, 농업무형유산 콘텐츠화 적극 나서야.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4-10-25).
허북구. 2024. 국제남도음식문화큰잔치의 음영.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4-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