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농업은 인류의 생존을 지탱해온 가장 오래된 기초 산업이다. 파종과 수확, 저장은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공동체를 유지하는 삶의 방식이었다. 그러나 산업화와 도시화가 가속화되면서 농업은 점차 ‘생산’으로만 이해되었고, 사람들은 사계절의 리듬과 토지와의 관계에서 멀어졌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농업의 사회·문화적 가치를 재발견하려는 움직임이 등장했는데,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놀이농업문화와 치유농업이다.
놀이농업문화는 농사 활동을 단순한 생산이 아닌 놀이·체험·교육의 장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모내기, 벼베기, 고구마 캐기 같은 농사일은 과거 생존을 위한 노동이었지만, 오늘날에는 도시민이 참여하는 체험 프로그램으로 재구성되고 있다. 체험 캠프, 레저 농장, 농촌 축제가 확산되면서 농업은 관광과 결합한 새로운 문화 자원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체험은 단순한 즐거움에 머물지 않는다. 어린이와 청년은 농업 활동을 통해 식량 생산의 소중함을 배우고, 어른들은 자연과 다시 연결되며 삶의 여유를 얻는다. 농업이 ‘노동’에서 ‘놀이’로 확장되면서 농촌은 체험과 교육의 장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치유농업은 농업 활동과 농촌 환경을 활용해 심신의 회복과 돌봄을 제공하는 새로운 형태의 농업이다. 유럽의 케어팜(Care Farm)은 정신적·신체적 어려움을 지닌 사람들이 농장에서 꽃을 가꾸고 동물을 돌보며 치유 효과를 얻는 모델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한국 역시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으며, 현재 여러 지역의 치유농장에서 노인·청소년·직장인 등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치유농업의 핵심은 농업을 통해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데 있다. 흙냄새, 계절의 변화, 씨앗을 심고 수확하는 과정은 심리적 안정과 성취감을 준다. 이는 단순한 건강 유지 수준을 넘어 사회적 고립을 완화하고, 공동체 참여를 촉진하는 효과까지 가져온다.
겉보기에 놀이농업문화와 치유농업은 다른 성격을 지닌 듯하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 체험을 중심에 두고 있으며, 농촌의 자연과 문화 자산 없이는 성립할 수 없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놀이농업이 ‘즐거운 체험’을 제공한다면, 치유농업은 ‘건강한 체험’을 제공한다. 둘 다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되살리는 데 기여하며, 농민에게는 새로운 소득 기회를, 도시민에게는 자연과 다시 연결되는 길을 마련한다.
특히 놀이농업은 치유농업의 훌륭한 프로그램으로 확장될 수 있다. 치유농업의 중요한 특징은 대상자가 스스로 참여하고, 그 과정에서 즐거움까지 얻는다는 점이다. 이때 놀이적 요소가 가미되면 치유 효과는 더욱 커진다.
더욱이 우리 전통의 농업 놀이는 고령 세대에게는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젊은 세대에게는 새로운 문화 체험이 된다. 이는 치유농업 프로그램의 자원으로 적극 활용될 수 있는 부분이다. 따라서 놀이농업은 단순한 즐거움 제공을 넘어, 치유농업의 기반이자 자원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디지털 시대의 사람들은 화면과 도시 공간에 갇혀 자연과 멀어졌다. 놀이농업과 치유농업은 이러한 단절을 회복시키는 통로가 된다. 농촌에서 흙을 만지고 땀 흘리는 경험은 단순한 체험을 넘어 자기 회복과 공동체 재생으로 이어진다.
또한 고령화와 저출산이 심화되는 사회에서 치유농업은 노인의 건강 유지와 사회적 참여를 돕고, 놀이농업은 젊은 세대가 농업의 가치를 이해하는 통로가 된다. 나아가 두 활동은 농촌의 경제를 다각화하고, 관광·교육·복지와 연계해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기반이 된다.
앞으로 SDGs(지속가능발전목표)와 웰빙에 대한 관심이 커질수록 농업의 치유적·놀이적 기능은 더욱 주목받을 것이다. 농업은 더 이상 단순히 밥상을 채우는 수단이 아니라, 즐거움과 배움, 치유와 공동체 회복을 이끄는 문화 자원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결국 농업의 미래는 곡식의 수확에만 있지 않고, 사람 마음속의 풍요로움에 달려 있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전남 놀이 농업 문화와 그 현대적인 의미.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5-08-27).
허북구. 2024. 재미 농업과 놀이.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4-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