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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고려인마을 그림이야기, 문 빅토르 작 ‘수산시장’ 강제이주 세대의 그리움과 후손의 상상이 교차한 조국의 풍경 2025-08-31
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세계적인 고려인 미술거장 문빅토르(문빅토르미술관 관장) 화백이 최근 자신의 작품 《수산시장》(53×78cm, 캔버스·수채화, 2022)을 공개했다/ 사진=고려인마을 제공 [전남인터넷신문]세계적인 고려인 미술거장 문빅토르(문빅토르미술관 관장) 화백이 공개한 작품 《수산시장》(53×78cm, 캔버스·수채화, 2022)은 단순한 풍경화가 아니다.이 작품은 조국의 바다와 수산시장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세대가 오직 ‘이야기’로만 상상해야 했던 풍경을 담아낸 집단적 기억의 기록이자, 예술로 승화된 역사적 서사다.

수산시장》은 일제강점기 강제이주로 중앙아시아 내륙에 정착한 고려인 1세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바다가 없는 초원에서 살아야 했던 그들은 자녀와 손자들에게 한반도 수산시장의 활기찬 풍경을 담담하게 전해주었다. 


생선 가득한 시장의 모습, 해산물이 넘쳐나는 풍경, 요리의 맛과 향… 그러나 그 모든 것은 후손들에게 현실이 아닌 상상 속 풍경이었다. 문 화가는 이러한 ‘기억과 상상 사이의 간극’ 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작품은 문 화가 특유의 종대 3분할 구도로 구성됐다. 인물과 사물, 그리고 색채의 흐름이 화면을 정교하게 나누면서도, 중앙의 커다란 생선과 짙은 청색은 강렬하게 시선을 붙잡는다. 이는 곧 낯설지만 그리운 해양 문화에 대한 동경을 드러낸다.

작품 속 인물들은 생선을 사고 먹는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이는 실제 경험이 아니라, 조부모의 이야기를 듣고 후손들이 그려낸 상상의 풍경이다. 그렇기에 《수산시장》은 단순한 시장의 묘사가 아니라, 조국의 바다를 향한 그리움과 세대를 잇는 기억의 힘을 담아낸 추상적 기록이다.

문 화가는 이번 작품에 대해 “강제이주 1세대 조부모들은 늘 담담히 말했지만, 그 마음속엔 깊은 그리움이 있었다. 실제로 보여줄 수 없었던 바다와 수산시장을 자녀들에게 이야기로만 전해야 했던 현실이 얼마나 아팠을지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며 “그 아픔을 비극으로만 담기보다, 조부모들이 그리움에 젖어 설명해주시던 그 순간을 표현하고 싶었다.” 고 전했다.

따라서 《수산시장》은 고려인 후손들에게는 ‘들어만 본 바다’의 상징이다. 또한 화면 속에 담긴 구한말 화폐와 유물들은 한민족 특유의 정체성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아울러 관람객에겐 기억과 상상이 교차하는 독특한 미학적 체험을 선사하며, 그림 속에 스며든 향수는 작품을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을 오랫동안 붙잡고 있다.

고려방송: 이믿음 (고려인마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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