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도시는 화려한 불빛과 빠른 변화로 가득 차 있지만, 그 속에서 살아가는 고령자들의 삶은 종종 깊은 고독에 잠겨 있다. 최근 연구는 도시 고령자의 사회적 고립과 심리적 고독이 단순히 ‘혼자 산다’라는 사실로만 설명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자녀와의 거리, 이웃과의 관계, 재난 시 안부를 확인해 줄 사람이 있는지 여부가 훨씬 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즉, 독거 여부보다 사회적 연결망의 촘촘함이 고독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이다.
도시 고령자의 고독은 다양한 층위를 가진다. 가족과 함께 살아도 생활 양식이나 세대 간 가치관의 차이로 정서적 단절을 경험할 수 있고, 반대로 혼자 살아도 지역 공동체와 활발히 교류하면 덜 외로울 수 있다. 하지만 도시 환경은 전통적 공동체 문화를 약화시켜 왔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상황, 경비원과의 짧은 인사 외에는 대화할 기회가 없는 일상 속에서 고령자들은 자신이 ‘보이지 않는 존재’로 전락했다고 느낀다. 이런 고립은 단순한 정서적 문제가 아니라 생존과 직결된다. 장기간의 고독은 심혈관 질환, 우울증, 치매 발병률을 높이며, 급기야 ‘고독사’라는 비극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히 “독거이지만 자녀가 가까이 사는 경우”와 “자녀가 없거나 멀리 떨어져 사는 경우”의 차이는 매우 크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녀가 가까이에 있는 경우 고독감과 사회적 고립의 정도가 크게 낮았지만, 멀리 있거나 전혀 없는 경우에는 고독감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동거 여부가 아니라, 누군가 나를 돌봐줄 수 있는지, 혹은 최소한 안부를 물어줄 사람이 있는지가 핵심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이처럼 도시 고령자의 고독은 구조적인 문제다. 산업화와 핵가족화, 인구 이동으로 인해 전통적인 가족·이웃 공동체가 붕괴되었고, 사회 안전망은 아직 충분히 촘촘하지 못하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령자들이 새로운 관계망을 형성하고, 스스로 사회적 존재감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서 치유농업이나 도시농업은 중요한 대안으로 떠오른다. 치유농업은 단순히 농사를 체험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신체적·정서적 회복을 추구하고 사회적 관계를 재구성하는 활동이다. 도시 고령자들에게 치유농업은 ‘고독의 벽’을 허무는 과정이 될 수 있다.
흙을 만지고 씨앗을 심는 일은 단순한 노동을 넘어선 삶의 의미를 제공한다. 특히 여러 사람이 함께 참여하는 농작업은 자연스럽게 대화를 유도하고, 고립된 고령자들이 다시 사회적 관계망 속으로 들어오게 만든다. 수확의 성취감은 자존감을 회복시키고, “나도 여전히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확신을 심어준다.
도시형 치유농업은 구체적으로 두 가지 방식에서 가능하다. 첫째, 도심 속 유휴 공간을 활용한 공동 텃밭 조성이다. 도시의 다양한 유휴 공간을 찾아서 활용하여 고령자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는 농장을 운영한다면, 일상의 외출이 단순한 산책을 넘어 사회적 교류의 장으로 확장될 수 있다.
둘째, 복지 서비스와의 결합이다. 지역 복지관이나 보건소에서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의료·돌봄 서비스와 연계한다면, 신체적 건강과 정서적 지원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치유농업이 고령자들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체험하게 한다는 점이다.
자녀가 멀리 있어도, 이웃과의 관계가 느슨해도, 농작업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맺어진 새로운 공동체가 곁에 있다는 경험은 고독을 덜어내는 강력한 힘이 된다. 도시가 고령화의 파고를 맞이하는 지금, 치유농업은 도시에서도 단순한 취미나 여가 활동을 넘어, 고독이라는 사회적 난제를 풀어낼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참고문헌
최연우. 2025. 농촌 고령자의 고독 구조와 치유농업의 대안적 의미.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5.9.5.)
최연우. 2025. 농촌 고령자의 고독과 복지 그리고 치유농업.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5.9.1.)
庄司知恵子. 2005. 農村高齢者の日常生活にみる孤独のメカニズム: 秋田県由利郡東由利町蔵地区Y集 落の事例を通して. 現代社会学研究 18:6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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