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전남도산림연구원(원장 오득실)은 지난 12일, 가을의 정취가 한창 무르익은 시기에 숲나들이 숲치유 힐링음악회를 열었다. 나주시립국악단 등과 공동으로 기획된 이번 음악회는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숲이라는 생명 공간을 무대로 펼쳐진 새로운 형태의 치유 프로그램이었다.
흙내음이 퍼지고 솔향이 감도는 산림 속에서 국악의 선율이 울려 퍼지는 순간, 청중들은 자연과 예술이 하나 되는 특별한 치유의 장을 경험했다. 숲에서 열리는 치유 음악회가 특별한 이유는 인간의 생리적·심리적 반응이 자연 환경과 음악 자극이라는 두 가지 치유 매개를 동시에 통해 작동하기 때문이다.
숲은 음이온, 피톤치드, 일정한 온도와 습도, 그리고 잔잔한 바람 소리로 인간의 자율신경계를 안정시킨다. 일본의 여러 연구에 따르면, 숲에서 일정 시간 머문 사람들의 코르티솔 농도는 평균 13~15% 감소하고, 심박수와 혈압도 유의미하게 낮아졌다. 이러한 생리적 안정 상태에서 음악을 들으면 청각 자극이 더욱 깊은 이완 반응을 유도한다. 숲이 주는 신체적 안정이 음악의 정서적 치유를 배가시키는 것이다.
숲의 소리는 인간의 귀에 가장 편안한 ‘1/f 플리커 리듬(flicker rhythm)’을 지닌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새의 지저귐, 계곡물의 흐름은 모두 불규칙하면서도 조화로운 리듬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음악의 주파수(주로 432Hz나 528Hz 계열)가 더해지면 인간의 뇌파는 α파(알파파) 상태로 안정되며, 마음은 명상과 몰입의 단계로 진입한다.
자연의 리듬과 음악의 리듬이 서로 공명할 때, 인간은 가장 깊은 정서적 평온을 경험한다. 최근 흥미로운 연구들이 등장하고 있다. 소리의 진동이 나무를 자극하면, 나무는 외부 자극에 대한 방어 반응으로 피톤치드 같은 생리활성 물질을 더 많이 방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식물은 해충이나 물리적 스트레스에 반응해 항균 물질을 내뿜는데, 그 대표적 물질이 바로 피톤치드(phytoncide)다. 일본 기후대학 마쓰나가(松永) 교수팀은 특정 음파를 가한 식물의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배출이 증가함을 보고했다. 또한 편백나무 정유를 공기 중에 확산시켰을 때, 인간의 자연살해세포(NK세포) 활성이 높아지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감소했다는 연구도 있다.
즉, 음악이 숲을 울릴 때 나무들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함께 호흡하는 생명체로서 반응하며, 그 과정에서 인간에게 유익한 향기 성분을 더 풍부하게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음악과 숲, 인간은 서로의 생명 반응을 조율하며 공진하는 존재라 할 수 있다.
숲은 도시의 소음과 사회적 압박에서 벗어난 비일상적 공간이다. 그 속에서 음악을 듣는 경험은 심리적 해방감을 주며, 억눌린 감정을 정화시킨다. 이는 심리학적으로 감정의 자기조절 능력(Emotional Self-Regulation)을 회복시키는 작용이다. 특히 해금, 대금, 피아노, 현악기 등의 부드러운 선율은 숲의 공기와 공명하며 우울과 불안을 완화한다.
또한 숲속 음악회는 개인의 치유를 넘어 공동체적 회복의 장이 된다. 관객이 한 호흡으로 음악을 들으며 감정을 나누는 순간, 집단 공감(empathic resonance)이 형성되고 사회적 유대감이 강화된다. 이는 치유농업과 숲치유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사회적 치유(social healing)의 핵심이다. 자연과 예술이 매개가 되어 인간관계의 따뜻한 회복을 가능하게 한다.
숲은 이제 더 이상 연구나 자원 관리의 대상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전남도산림연구원은 이번 음악회를 통해 숲을 시민의 치유 공간이자 문화예술의 무대로 확장시켰다. 연구와 예술, 그리고 복지가 어우러진 이러한 시도는 지역사회가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을 한 단계 높이는 의미 있는 행보다.
앞으로 전라남도의 각 기관에서도 전남도산림연구원처럼 각자의 자원과 특성 속에서 도민과의 감성적 접점을 넓히고, 정서적·사회적·문화적 행복을 실현하는 실천적 사업으로 발전시켜 나가길 바란다. 이번 숲치유 힐링음악회가 그러한 변화를 여는 작은 울림이자 시작의 선율이 되길 기대한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농촌 자원과 관광의 만남, 지역 살리는 힘 된다.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5-05-02).
허북구. 2024. 웰니스 투어리즘과 농촌관광.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4-11-14).
허북구. 2024. 숲속 걷기와 수다의 힘.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4-06-27).
허북구. 2024. 포리징과 숲 치유.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4-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