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전남도는 지난 24일 도청 서재필에서 김영록 전라남도지사가 전남농협 조합장 등 13명과 간담회를 열어 농정 발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농협과 협력 체계를 강화해 노동력 부족 해소, 기후변화 대응 영농체계 확립, 유통구조 혁신, 청년 농업인 육성 등 핵심 현안을 함께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전남 지역 농협의 활동을 돌아보면, 과연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얼마나 적극적 역할을 해왔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현재 농업의 경쟁력은 ‘생산량’에서 ‘가공과 브랜드’로 이동했다. 소비자는 원물보다 지역의 이미지, 상품의 스토리, 믿을 수 있는 가공 기준이 결합된 브랜드형 농산가공품을 선호한다. 이런 측면에서 대만(臺灣) 농협 조직인 농회(農會)는 시대 변화에 맞춰 지역 발전을 위해 더욱 적극적이고 전략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만의 농회는 생산·지도·판매·가공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조직으로, 제도적으로 가공과 브랜드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특히 최근 10여 년간 대만 농업부는 ‘브랜딩 타이완 프로젝트(Branding Taiwan Products Project)’를 통해 농회의 가공·포장·디자인 혁신을 지원했다. 이로써 농회의 판매 부서는 단순 출하창구가 아니라 상품 개발과 브랜드 관리의 중심 기관으로 변화했다.
대표적 사례가 타이중시(臺中市) 우펑구(霧峰區) 농회다. 우펑구 농회는 지역 벼·차·고구마 등을 활용한 조미쌀, 티백, 간식류 등을 ‘Wufeng Countryside Street’ 브랜드 아래 묶어 해외에도 소개했다. 필자는 우펑구 농회를 직접 방문해 회장 인터뷰와 판매장·술가공 공장을 견학한 바 있다. 일본인 술 전문가를 고문으로 위촉해 술공장을 짓고 운영하는데, 이는 농산물 부가가치 확대뿐 아니라 경영적으로도 성공적이며 많은 젊은 인력이 일하는 현장이었다.
난터우현(南投縣) 신이향(信義鄉) 농회 역시 와인·건조과일·허브차 등의 가공상품을 개발해 ‘Top 100 농식품’에 선정됐다. 상품 기획팀을 두고 포장, 배합, 가격을 유연하게 조정하며 품질 기준과 브랜드 메시지를 농회가 직접 설계하는 점이 특징적이다.
대만 농회는 하나로마트와 유사한 농회 슈퍼마켓(農會超市)을 운영하는 동시에, 온라인몰을 통한 안정적인 유통망을 갖추고 있다. 타이베이시(臺北市) 농회는 온라인몰을 통해 각 구(區) 농회의 가공상품을 공동 판매하며 GAP·CAS 인증, QR 추적 시스템을 제공해 신뢰도를 높인다.
반면 전남의 많은 농산물은 여전히 원물 중심 유통에 머물고 가공은 중소기업이나 외부 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농협의 역할은 출하·수매 중심으로 제한되며, 브랜드 주도권 역시 외부로 넘어간다. 통합 브랜드 시도와 품목별 브랜드는 존재하지만, 여전히 생산 중심 브랜드에 머물고 있어 대만 농회의 전문적·전담 조직이 기획하는 ‘가공상품 중심 전략’과는 거리가 있다.
따라서 전남 농협이 앞으로 집중해야 할 과제는 분명하다. 첫째, 원물 납품 방식으로는 브랜드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농협 자체가 스틱형 유자차, 간편 조리 고구마, 배 식초, 편백 추출물 가공품 같은 프리미엄 소량 가공상품을 직접 기획해야 한다. 둘째, 군·시 단위를 넘어 도(道) 차원의 공동 브랜드 체계를 구축해 일관된 패키지와 품질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편백숲·정원문화·공예·농촌치유 등과 결합한 체험형 가공상품 전략이 필요하다. 시음·시식·소규모 가공 체험은 브랜드의 경험적 가치를 크게 높인다. 넷째, 농협 자체 플랫폼 기반 온라인몰 구축이 필수다. 대만처럼 지역 농협 가공상품을 통합 판매할 수 있어야 전국적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
결국 “브랜드는 생산이 아니라 가공에서 출발한다.” 가공은 지역 농산물의 가치를 높이고 농협이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게 하는 직접적 수단이다. 전남 농협이 대만 농회의 전략을 참고하여 지역 자원을 가공 중심의 브랜드 자산으로 전환할 때, 비로소 전남 농업은 가격 경쟁을 넘어 가치 경쟁의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조합장이 단순한 행정적 역할을 넘어서, 지역 농업 혁신의 실질적 주역이 되어야 한다.
농산물 유통구조 혁신과 청년 농업인 육성 등 핵심 농정 현안을 해결하려면 농협은 더 이상 ‘수매 조직’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금융·자재 공급을 넘어 가공·브랜드화의 중심 기관으로 거듭날 때, 지역 농업의 미래는 달라질 것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농산물 가공과 유통에 적극적인 대만 농회.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4-07-01).
허북구. 2025. 농협과 대만 농회의 고령자 복지정책.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4-06-30).
허북구. 2025. 아침밥 먹기 운동과 초밥 제조 로봇.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4-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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