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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식 귀농의 귀농 성공 모델을 만들자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2025-11-27
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우리 농촌은 고령화·인구감소라는 이중 위기 속에 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도시를 떠나 농촌을 새 삶의 무대로 삼는 사람들도 조금씩 늘고 있다. 청년 창업가, 정년퇴직 후 귀향한 베이비붐 세대, 직업전환을 결심한 40~50대가 논밭과 마을길로 들어오고 있다. 이들 중에는 한 번에 성공적으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고, 실패를 거듭한 끝에 안착하는 경우도 있으며, 끝내 농촌을 떠나는 경우도 있다. 이 모든 사례가 사실상 귀농 성공 모델을 만들기 위한 훌륭한 자원이다.

 

따라서 이러한 사례를 충분히 모으고 정리해 유형화한 뒤, 전남의 현실과 자원 위에 재구성하는 일은 단순한 정책 설계가 아니라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새로운 농촌 삶의 모델을 그리는 작업이다. 이제 전남식 귀농 모델은 “누가 와도 잘 살 수 있는 농촌,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농촌”이라는 목표 아래, 보다 구체적인 그림으로 그려져야 한다.

 

국내 귀농인을 유형화해보면 네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 농업계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농촌에 들어가는 청년 직행형이다. 이들은 부모 농장을 승계하거나 인근 농장에서 기술을 익히며 ICT·스마트팜 역량에 강점을 보인다. 둘째, 40~50대에 도시 직장을 그만두고 인생 2막을 찾는 중년 전환형이다. 도시에서 쌓은 기획·마케팅 능력으로 체험농장, 농가민박, 가공 브랜드 등을 일구는 경우가 많다.

 

셋째, 정년퇴직 후 고향이나 농촌에 내려와 소규모 과수원·약초 재배·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시니어 귀향형이다. 연금과 농업소득을 결합해 안정성과 삶의 보람을 함께 추구한다. 넷째, 도시–농촌을 오가며 점진적으로 생활 기반을 옮기는 생활귀촌형으로, 농촌 정착 리스크를 줄이는 방식이다.

 

해외 사례는 전남에 시사점을 더욱 선명히 제공한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농촌 회귀를 국가정책으로 다듬어왔다. 도시에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U턴’, 고향이 아닌 농촌으로 가는 ‘I턴’, 중·소도시로 이동하는 ‘J턴’ 등 세분화된 개념을 바탕으로 빈집 활용, 체험형 농업 프로그램, 이주 컨설팅 센터를 운영한다. 특히 교토·나라 지역에서는 도시 출신 I턴 귀농인이 마을회의 참여, 전통 예능 보존, 유기농 실천 등을 통해 지역 공동체를 되살린 사례가 다수 보고된다. 일본은 귀농인을 ‘지원받는 존재’가 아니라 지역혁신의 파트너로 보는 시각에서 제도를 설계해 왔다는 점이 중요하다.

 

유럽, 특히 이탈리아의 ‘네오-루럴(neo-rural)’ 흐름도 의미가 크다. 이탈리아에서는 35세 미만 청년 중 약 5만 명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고, 매일 10여 개의 청년 농업기업이 생겨난다고 한다. 이들 다수는 농가 출신이 아니라 도시에서 요리사·디자이너·IT 전문가로 일하다 농촌으로 전환한 사람들이다. 유기농과 직거래, 와인·치즈를 결합한 농가 레스토랑, 농촌 숙박·관광을 연계한 복합형 농업으로 농촌을 다시 ‘살아있는 무대’로 만들고 있다. 최근 EU의 ‘RURALIZATION 프로젝트’는 청년의 미래 희망을 토대로 새로운 농촌 일자리·주거 모델을 설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국내외 사례를 토대로 하면 전남식 귀농 모델의 방향도 분명해진다. 첫째, 생애주기·동기별 귀농 분류 모델이 필요하다. 20~30대는 ‘농업 창업·혁신형’, 40~50대는 ‘직업 전환·6차 산업형’, 60대 이후는 ‘귀향·치유형’으로 나누고, 유형에 따라 교육·자금·정착·마을 연계 전략을 차별화해야 한다. 귀농 동기도 ‘귀향형·창업형·삶 전환형’으로 구분해 농장 규모·소득 목표·거주 형태를 맞춤 설계해야 한다.

 

둘째, 단계적 정착 모델이 필요하다. 일본처럼 ‘체험→부분 이주→완전 정착’의 3단계로 나누어 지원과 의무를 조정하면 실패율을 줄일 수 있다. 1단계는 주말농장·단기연수 중심, 2단계는 소규모 재배·가공·겸업, 3단계는 마을 공동체 참여를 포함하는 완전 정착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셋째, 전남에 맞는 중간지원조직·멘토 농가 체계가 필수다. 귀농 성공의 상당 부분은 좋은 멘토, 지역 코디네이터, 생활적응 지원자에게 달려 있다. 전남은 치유농업·어촌·섬·전통음식·공예 등 분야별 특화센터를 두고, 귀농 유형별 멘토를 체계적으로 연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넷째, 전남의 고유 자원을 활용한 특화 전략이 중요하다. 청년에게는 스마트 양식·가공·섬 관광과 연계한 귀어 모델을, 중년 전환자에게는 로컬푸드 가공·치유농업·체험농장을, 정년퇴직자에게는 전통음식·공예·마을 해설과 결합한 소규모 텃밭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직업 경험과 지역 자원을 교차 매칭하는 것이 전남식 모델의 핵심이다.

 

마지막으로, 실패와 재도전이 가능한 안전망을 갖추어야 한다. 귀농 후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비율이 높은 이유는 공동체 적응 실패와 경제적 부담 때문이다. 일정 기간 내 실패 시 부채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정책과 다른 작목·마을로 이동해 재도전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그래야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농촌”이라는 메시지가 현실이 된다.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개인의 선택을 넘어 지역의 미래를 다시 쓰는 일이다. 국내외 성공 사례를 분석하고 전남의 현실에 맞는 모델을 세우는 일은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새로운 농촌 삶의 기준을 만드는 일이다. 전남식 귀농 모델은 이제 “누가 와도 살 수 있는 농촌, 실패해도 돌아갈 수 있는 농촌”이라는 가치 아래 더욱 구체적인 그림으로 완성되어야 한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전남 귀농 귀촌 감소와 재미농업.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5-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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