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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장만 돋보이는 전남 농업의 역설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2025-11-28
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전남의 농업 보도를 보다 보면 이상한 장면이 반복된다. 농업을 다루는 기사인데 정작 농민은 보이지 않고, 지자체장과 기관장만 전면에 등장한다. 농업의 주체가 농민이 아니라 행정인 듯한 풍경이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최근 언론에 쏟아지는 농업 관련 기사 상당수가 지자체장 홍보용 기사 또는 기관장 중심 보도자료 기사로 채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농민이 일군 성과가 지자체의 업적으로 둔갑하고, 농정의 실질적 방향보다 지자체장의 선심성과 정치 일정이 앞서는 현실은 전남 농업의 구조적 문제를 그대로 드러낸다.

 

필자는 전남인터넷신문 칼럼 「단체장, 기관장만 돋보이는 농업 보도자료」에서 이 문제를 이미 지적한 바 있다. 농업 보도자료라면 농가가 만든 성과와 현장 변화, 농민의 경험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 반대다. 지자체장과 기관장을 내세운 사진과 발언이 기사 본문 대부분을 차지하고, 정작 농민은 배경 인물이거나 구색 맞추기 수준으로 등장한다.

 

농민이 만들어낸 실질 성과를 행정이 가로채는 구조가 보도자료 제작과 언론 관행을 통해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보도 경향을 보면, 농업의 본질적 문제나 농민의 어려움보다 지자체장의 일정·행보·발언이 주가 되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었다. 신품종 발표, 사업 준공식, 새로운 시범사업이 있을 때마다 지자체장은 앞줄에서 홍보 사진을 찍고, 기관장과 공무원들은 그 뒤에 서서 ‘성과’를 반복한다.

 

그러나 그 사업을 실제로 운영하고 효과를 체감해야 할 농민의 목소리는 기사에서 거의 사라진다. 농민들이 “농업 기사면 농민이 중심이어야 하는데 왜 우리는 기사 속에 없느냐”고 되묻게 되는 이유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한 기사 구성의 문제가 아니라 농정의 권력 구조가 행정 중심으로 고착화된 결과라는 점이다.

 

농정의 주체는 당연히 농민이어야 한다. 그러나 정책 설계·예산 배분·성과 발표의 중심은 지자체장과 기관장이 차지하고 있다. 농민은 정책의 주체가 아니라 행정의 성과를 장식하는 ‘홍보의 배경’으로 밀려나 있다. 행정 중심 농정이 반복될수록 농정의 본질은 사라지고, 홍보 중심 농정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특히 선거를 앞둔 시기에는 이러한 흐름이 더욱 가속된다. 지자체장은 자신의 업적을 강조하기 위해 각종 신규 사업을 대거 발표하고, 이를 언론에 적극적으로 배포한다. 사업의 실효성보다는 ‘했다’라는 사실이 중요해지고, 농민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지 여부는 뒷전으로 밀린다. 해당 사업이 정말로 농민에게 필요한지, 운영이 가능한지, 지속가능한지에 대한 검토보다 지자체장의 사진과 발언이 기사의 앞머리를 장식한다. 결과적으로 농업은 지자체장의 정치적 홍보 도구로 소비되는 구조에 갇히게 된다.

 

하지만 농업은 행정이 홍보할 소재가 아니다. 농업은 지역의 생명산업이다. 농업이 흔들리면 지역 공동체가 흔들리고, 농촌이 무너지면 전남의 미래도 없다. 필자는 연재 칼럼을 통해 농업의 본질적 가치와 농촌의 구조적 위기, 농민 중심 농정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농민 없는 농정은 성공할 수 없으며, 행정 중심 농정은 결국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해치는 지름길이다. 농민의 실천과 경험을 존중하지 않는 정책은 일시적 성과는 있을지 몰라도 뿌리가 없다.

 

농업의 주인은 지자체장도, 기관장도 아니다. 바로 땅을 일구며 세대를 이어 농촌을 지켜온 농민이다. 농민의 자리와 목소리를 정책의 중심에 되돌려 놓지 않는다면 전남 농정은 계속해서 홍보 위주의 껍데기 농정에 머물 것이다. 전남 농정이 다시 서기 위해서는 농민 중심 농정으로의 전환이 절실하다.

 

농민의 성과는 농민 이름으로 소개되어야 하고, 농업 기사는 농민의 삶과 현장을 전면에 다루어야 한다. 지자체장의 홍보는 잠시의 박수에 그치지만, 농민의 실천은 지역의 미래를 만든다. 농업의 본질을 회복하고 농민을 정책의 첫 자리에 세울 때 비로소 전남 농업의 역설은 끝날 것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지자체장 맘대로 인사에 지역 농업 멍든다.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5-01-09).

허북구. 2021. 단체장, 기관장만 돋보이는 농업 보도자료.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1-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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