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왕우렁이 농법은 ‘효율성과 위험성’이라는 두 얼굴을 동시에 지닌 기술이다. 제초 노동력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편익이 있는 반면, 관리 실패 시 벼 식해와 생태 교란을 불러오는 외래종 농법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다. 최근 전남도가 겨울철 왕우렁이 월동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을 발표한 것은 이러한 일본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겠다는 의미에서 매우 시의적절한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 왕우렁이는 1980년대 식용·양식 목적으로 들여온 외래종이었다. 그러나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하면서 방사·유출을 통해 전국적으로 퍼졌고, 빠른 번식력과 높은 적응력으로 논과 하천 생태계를 위협하는 존재가 되었다. 그럼에도 일본 농가가 왕우렁이 농법에 주목한 이유는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이 심화되면서 초기 제초 노동을 대신할 새로운 방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왕우렁이는 잡초의 어린 새싹을 잘 먹기 때문에 제초제 사용을 줄이려는 농가에서 빠르게 확산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은 언제든지 역효과로 바뀔 수 있다. 벼 모가 활착하기 전 방사하면 어린 모를 집중적으로 갉아먹고, 논과 수로 곳곳에 분홍색 알을 남기며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사례가 일본 전역에서 반복되었다.
일본이 왕우렁이를 ‘특정 외래생물’로 지정해 관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을 5~7cm로 유지하는 정교한 수문 관리, 알집 제거, 방지망 설치 등 복잡한 관리 절차가 필요하고, 이 중 하나라도 실패하면 피해가 바로 나타난다. 즉, 효과는 있으나 관리 실패의 위험도 매우 큰 농법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최근 일본에서는 왕우렁이 피해가 다시 증가하면서 ‘대체 제초법’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고령 농가 중심의 지역에서는 로터리 표면 교반을 활용한 무논 제초, 볏짚 멀칭, 논 깊이 담수재배, 자율주행 제초 로봇 등 다양한 기술이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 로봇을 활용한 제초는 노동력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왕우렁이의 생태 교란 문제를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술적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일본 농가 내부에서조차 “왕우렁이에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 농업은 이제 ‘왕우렁이 중심 제초’에서 ‘다양한 기술의 융합 제초’로 이동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일본의 명암은 전남의 현실과 분명하게 맞닿아 있다. 최근 겨울철 기온 상승으로 전남의 논에서 왕우렁이가 대량 월동하고, 이듬해 모내기 시기에 집중적으로 어린 모를 갉아먹는 피해가 늘고 있다.
과거에는 추위와 자연 건조로 대부분 폐사했지만, 기후 변화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이제는 왕우렁이 월동률을 낮추지 못하면 봄철 벼농사 자체가 위협받는 구조가 된 것이다. 전남도는 이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월동작물 재배 △겨울철 깊이갈이를 통한 논 말리기 △월동 실태조사 및 모니터링을 핵심으로 하는 대책을 내 놓았다.
이는 일본처럼 왕우렁이를 ‘사용하며 관리하는 방식’이 아니라, 애초에 개체수를 줄여 위험을 원천 차단하는 방식이다. 특히 전년보다 한 달 앞당긴 깊이갈이와 100% 논 말리기 목표는 왕우렁이가 영하의 기온 및 건조 환경에서 자연 폐사하는 생태적 약점을 활용한 전략으로 평가된다.
전남도의 이번 조치는 일본이 겪은 실패의 교훈을 선명하게 반영하고 있다. 일본은 왕우렁이를 제초 수단으로 활용했으나, 방제·관리·유출 차단에 막대한 비용을 치르며 ‘외래종 관리 실패’의 대가를 오랫동안 감당해 왔다. 반면 전남은 아예 겨울철 월동 단계에서 개체수를 줄여, 봄철 피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이는 단순 방제를 넘어 기후 변화 시대 농업 리스크 관리의 전환점을 의미한다.
왕우렁이 농법은 효과적인 듯 보이지만 관리가 조금만 느슨해지면 벼 식해와 생태계 교란이라는 심각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일본이 자율주행 로봇과 멀칭 등 새로운 제초 기술을 찾기 시작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외래종에 대한 의존은 결국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현실적 판단이 반영된 것이다.
전남이 일본의 명암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농업의 지속가능성은 단기 비용 절감이 아니라, 생태와 생산의 균형 속에서 유지된다. 일본의 경험을 교훈 삼아 전남이 보다 과학적이고 선제적인 농업 관리 체계를 구축해 나간다면, 기후 변화 시대에도 안정적인 벼 생산과 생태 보전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3. 전남 친환경농업의 사회적 가치.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3-06-23).
허북구. 2023. 잦아지는 이상기후와 전남 친환경농업.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3-05-22).
허북구. 2021. 초등학생이 발명한 왕우렁이 포획 트랩.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1-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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