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농업·자연기반 치유 프로그램에서 심리치료 이론의 현장 적용성은 매우 높다. 그중 알버트 엘리스(Albert Ellis)가 정립한 합리적 정서행동치료(REBT: Rational Emotive Behavior Therapy)는 감정의 근원을 ‘비합리적 신념’에서 찾고, 이를 인지적으로 재구조화해 건강한 행동과 정서를 이끌어내는 데 초점을 둔다. 특히 숲치유와 치유농업은 자연을 매개로 심리적 안정과 신체적 이완을 제공하기 때문에 REBT의 핵심 원리가 프로그램 속에서 자연스럽게 작동할 수 있다.
알버트 엘리스(1913-2007)는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임상심리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이후 미국 전문심리학위원회(ABPP)에서 임상심리 전문가 자격을 획득했다. 그는 뉴욕에서 자라며 병약한 어린 시절과 부모의 무관심으로 정서적 외로움을 경험했는데, 이러한 개인적 배경은 “감정은 외부환경이 아니라 사고 방식에서 비롯된다”는 그의 핵심 신념을 형성하는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1940년대 후반 임상심리가로 활동하던 그는 기존 정신분석치료의 느린 속도와 비효율성을 비판하고, 1955년 합리적 정서치료(RE Therapy)를 발표했다. 이는 이후 REBT로 발전하며 현대 인지치료의 기반이 되었다. 엘리스는 치료에서 ‘논박하기’, ‘합리적 신념 형성’, ‘무조건적 자기수용’을 강조했고, 이러한 접근은 상담심리 전반에 큰 영향을 남겼다.
REBT의 기본 구조는 ABC 모델로 설명된다. A는 사건(Activating event), B는 그 사건을 해석하는 신념(Belief), C는 그 결과 나타나는 감정과 행동(Consequence)이다. 같은 A라도 B에 따라 C가 달라진다는 점이 핵심이다. 숲길에서 넘어졌을 때(A), “나는 항상 실수한다”는 비합리적 신념(B)을 가진 사람은 좌절(C)을 경험한다. 반면 “넘어질 수도 있지, 다시 걸으면 된다”는 합리적 신념은 자신감과 회복력(C)으로 이어진다.
숲치유와 치유농업은 이러한 인지적 전환을 돕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자연 속에서는 작은 실패가 배움이 되고, 불완전함은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숲치유에서는 REBT의 인지적 실천 요소가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느린 호흡 명상’, ‘오감 기반 걷기’, ‘자기연민 기반 마음챙김’ 활동은 자신의 호흡과 감정, 신체 감각을 관찰하게 하며, 참여자는 “감정은 사건이 아니라 생각이 만든다”는 REBT의 원리를 자연스럽게 체득한다.
숲의 고요함은 자기비난적 사고를 줄이고 부정적 자동사고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계절 변화와 나무의 생장을 통해 자연의 순환성을 체험하면 “감정도 흘러간다”는 합리적 시각이 강화된다. 치유농업에서는 REBT의 행동 실천 단계가 더욱 분명해진다. 씨앗을 심고 싹이 트는 과정은 “작은 행동의 반복이 변화를 만든다”는 인지적 재구조화의 실제적 사례다. “내가 해도 소용없다”는 신념을 가진 참여자도 물을 주고 흙을 돌보는 과정이 생장으로 이어지는 장면을 보며 자신의 신념을 수정하게 된다. 이는 REBT가 말하는 ‘합리적 행동의 실천’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또한 치유농업 활동은 상호작용을 통해 비합리적 신념을 도전하는 사회적 장을 만든다. 함께 모종을 심고 잡초를 제거하며 협력하는 과정은 “나는 혼자다”, “남들은 나를 귀찮아한다”는 왜곡된 신념을 약화시킨다. REBT에서 중요한 단계인 논박(D-disputation)은 이렇게 실제 공동 활동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타인의 인정과 도움을 경험하는 것은 자기 인식을 바꾸는 강력한 촉매가 된다.
자연 환경이 주는 ‘무조건적 수용성’ 또한 REBT와 잘 맞닿아 있다. 엘리스가 강조한 무조건적 자기·타자 수용은 자연 속에서 더욱 쉽게 체험된다. 자연은 판단하지 않는다. 나무는 누구에게나 그늘을 드리우고, 흙은 어떤 손길에도 생명의 가능성을 열어 준다. 이러한 경험은 참여자에게 완벽주의적 사고를 내려놓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학습하게 한다.
실제 프로그램 설계에서도 REBT 적용 가능성은 크다. 숲치유에서는 활동 전 ABC 기록지를 활용해 사고·감정·행동의 관계를 점검하게 하고, 종료 단계에서 합리적 신념을 다시 정리할 수 있다. 치유농업에서는 작물의 시듦이나 병충해 발생을 “내 잘못”이 아니라 “자연의 변수가 포함된 과정”으로 이해하도록 돕는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자기비난을 합리적 인지로 전환하게 한다.
따라서 REBT는 숲치유와 치유농업의 심리적 효과를 설명하고 설계하는 데 매우 적합한 이론적 틀이다. 숲은 사고의 전환과 감정 조절을 돕고, 농업 활동은 변화의 행동적 근거를 제공한다. 참여자는 자연 속에서 비합리적 신념을 내려놓고 자신을 새롭게 바라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숲치유와 치유농업은 단순한 힐링 프로그램이 아니라 생각·감정·행동이 통합적으로 변화하는 실제적 치유의 장이며, REBT는 이러한 과정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하는 강력한 이론이 될 수 있다.
참고문헌
최연우. 2025. 숲치유와 치유농업에서 아론 벡 인지이론의 적용.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5.12.04.).
최연우. 2025. 존 듀이의 경험학습 이론으로 읽는 치유농업의 가치.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5.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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