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동아시아 농업은 소규모 가족농이라는 공통 구조 위에서 발전해 왔지만, 고령화·노동력 부족·생산비 상승이라는 현실은 각 나라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도록 만들었다. 특히 대만과 일본의 공동영농은 동아시아 농업 협업 모델을 대표하며, 조직 구조와 정책적 배경이 매우 다른 두 가지 발전 경로를 보여준다. 이 두 나라의 경험은 전남 농업이 미래 전략을 설계하는 데 중요한 참고가 된다.
대만 농업의 중심 조직은 잘 알려진 농회(農會, Farmers’ Association)이다. 농회는 농협·지도기관·금융기관의 기능을 한데 모은 조직으로, 지역 농가를 위한 종합적 농업 플랫폼 역할을 수행한다. 농회는 생산 지도뿐 아니라 공동선별·포장, 브랜드 운영, 금융 지원, 계약 재배 등 폭넓은 영역에 관여한다.
이 때문에 대만의 공동영농은 생산 과정의 모든 단계를 하나의 조직이 통합한다기보다, 생산 이후 단계의 공동화와 품질관리, 유통 일관성 확보에 강점을 가진 모델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 특히 수출 작목이나 지역 특산물의 경우 농회의 공동선별 라인과 품질 기준이 매우 체계적이며, 생산 농가는 공동 브랜드 하에 표준화된 품질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판로를 안정적으로 확보한다.
가오슝·타이난의 과수류는 공동선별·포장체계가 성공 사례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이러한 조직 기반의 공동영농이 지역 농민의 소득 안정과 시장 대응력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반면 일본의 공동영농 구조는 대만과 다른 방향에서 발전해 왔다. 일본 농촌의 고령화는 이미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수준이며, 이러한 인력 부족 상황에서 농업의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농작업 수탁(受託) 서비스가 필수 구조로 자리 잡았다.
일본 농림수산성 자료에서도 농작업 수탁은 지역 농업을 유지하는 핵심 수단으로 제시되며, 실제로 많은 지역에서 JA(농협), 영농법인, 민간 전문조직이 파종·이앙·방제·수확 등 노동집약적 작업을 대행한다. 일본의 공동영농은 대만처럼 조직이 생산 전 과정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구조가 아니라, “경영은 개인이 유지하고, 노동과 기계력은 공동으로 해결하는 분업형 모델”이 특징이다.
고령 농가가 스스로 주요 작업을 수행하기 어려운 만큼, 공동작업단과 수탁조직이 농업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지탱하는 형태다. 또한 일본의 영농법인 제도가 확대되면서 농지 관리, 기계 공동 이용, 일부 품목의 공동생산 등 경영 효율을 높이는 협업 구조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다만 스마트농업 기술이 공동영농 전반에 균일하게 도입되었다고 보기에는 지역 격차가 존재하며, 선도 지역 중심의 도입이라는 점은 정확히 구분되어야 한다.
이처럼 대만과 일본은 공통적으로 소규모 농가가 많은 구조 속에서 공동영농을 육성했지만, 발전 방향은 분명히 다르다. 대만은 농회를 중심으로 품질관리·선별·유통의 조직화가 강하게 나타나고, 일본은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작업 공동화·기계 공동화가 중심이 된다. 대만 모델은 표준화·브랜드화·시장 대응력 측면에서 강점이 있으며, 일본 모델은 고령화 상황에서도 농업을 지속할 수 있는 운영 구조라는 점에서 효과적이다.
전남 농업은 이 두 나라가 경험한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남은 고령화율이 높고 작목별 전문화가 진행되는 동시에, 농작업의 기계 의존도가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생산 과정의 노동력 문제와 판매 과정의 불안정성이 동시에 존재한다. 이런 조건에서 전남 농업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면 대만과 일본의 공동영농 모델을 균형 있게 참조할 필요가 있다.
대만처럼 공동선별·공동브랜드·품질 일관성 확보 체계를 갖추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일본처럼 작업 대행·기계 공동 이용·전문조직 운영을 체계화해 노동력 문제를 완화한다면 전남 농업의 구조적 약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전남은 대만의 조직적 공동화 모델과 일본의 생산공정 공동화 모델을 함께 분석하여, 지역의 실정에 맞는 공동영농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두 나라의 장단점을 균형 있게 조합해 활용할 수 있다면, 전남 농업은 고령화와 시장 변화라는 이중의 압력을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발전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대만 농회의 농산물 상품화 전략과 전남지역 농협의 과제.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5-11-25).
허북구. 2025. 농산물 가공과 유통에 적극적인 대만 농회.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5-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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