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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의 동짓날 풍속과 전남농업콘텐츠 마케팅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2025-12-19
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동짓날을 앞두고 있다.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긴 이 절기는 동아시아 농경문화에서 단순한 계절 구분이 아니라, 태양의 흐름이 다시 돌아서는 전환의 시점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래서 동지는 한 해의 끝이 아니라 다음 계절을 준비하는 출발점이었다. 가장 어두운 시간이 지나야 다시 빛이 길어진다는 이 인식은 중국·대만·일본·한국 등 동아시아 여러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며, 각 지역의 농업과 음식, 생활 풍속 속에 깊이 스며 있다.

 

이러한 절기 인식은 오늘날 전남농업콘텐츠를 마케팅 관점에서 재구성하는 데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중국과 대만에서 동지는 ‘작은 설’로 불릴 만큼 의미가 크다. 가족이 모여 찹쌀로 만든 탕위안(汤圆)을 나누며 원만함과 회복을 기원한다. 둥근 형태의 음식에는 자연의 순환과 가족 공동체의 결속이라는 상징이 담겨 있다.

 

일본의 동지는 제의보다는 생활에 가까운 풍속으로 발전했다. 유자를 띄운 목욕으로 몸을 데우고 감기를 예방하며, 호박과 같은 겨울 작물을 먹어 한 해의 건강과 운을 보강한다. 한국에서는 팥죽을 쑤어 액을 막고 집안 곳곳에 나누며 새로운 시간을 맞이한다. 방식은 달라도, 동짓날이 ‘몸과 삶의 균형을 회복하는 날’이라는 인식은 놀랍도록 닮아 있다.

 

이러한 동아시아의 동짓날 풍속은 농업과 분리된 문화가 아니다. 오히려 계절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 온 농업의 리듬이 생활문화로 확장된 결과다. 생산이 느려지는 겨울은 멈춤과 보강의 시간이었고, 동지는 그 기준점이었다. 과도한 생산이나 소비보다 몸을 돌보고 관계를 정리하며 다음 계절을 준비하는 선택은 오늘날 웰니스와 치유, 슬로우 라이프라는 흐름과도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다.

 

전남은 도시 지역에 비해 과거의 풍속이 비교적 많이 남아 있는 지역이다. 동짓날 풍속 역시 그중 하나다. 대도시에서는 절기가 달력 속 기념일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지만, 전남의 농촌에서는 여전히 동지를 계절의 분기점으로 인식하며 음식과 생활 속에서 그 의미를 이어 오고 있다. 이는 전남농업이 단순한 생산 기반을 넘어, 절기 문화가 실제로 작동하는 생활 현장을 간직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특히 동짓날 음식은 팥을 중심으로 한 곡물 재료를 기반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에서 전남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팥죽에 사용되는 팥은 전통 절기 음식의 재료이자, 오늘날에는 팥빙수, 팥붕어빵, 팥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가공식품으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카페에서 팥라떼는 물론 팥과 커피를 결합한 팥라떼커피까지 등장하며, 팥은 젊은 세대의 일상 속 식재료로도 확장되고 있다.

 

이는 팥이 더 이상 ‘겨울 한철의 음식 재료’에 머물지 않고, 사계절 활용 가능한 농업 자원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 점에서 동지라는 절기와 팥 산지를 지역적 특성과 결부하면, 전남농업은 충분히 경쟁력 있는 가공식품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다. 동짓날의 상징성을 담은 팥 음료, 디저트, 간편식은 단순한 식품을 넘어 계절과 이야기를 함께 소비하는 상품이 된다. ‘동지 팥라떼’, ‘절기 팥 디저트’, ‘겨울을 넘기는 팥 간식’과 같은 스토리텔링은 팥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전남 지역을 브랜드화하는 데에도 유리하다.

 

전남농업콘텐츠 마케팅의 핵심은 바로 이 서사를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있다. 동짓날 팥죽 만들기 체험은 단순한 요리 프로그램이 아니라, 액을 막고 몸을 덥히며 공동체를 지켜 온 생활의 지혜를 전하는 스토리 콘텐츠가 된다. 겨울 논과 밭, 염전과 갯벌, 장독대와 발효 공간은 겨울을 준비하고 다음 계절을 기다리는 생활의 상징으로서, ‘쉬고, 준비하고, 다시 시작하는 시간’이라는 동짓날의 철학을 시각적으로 보여 주는 마케팅 자산이다. 이는 사진과 영상, 체험 프로그램, 상품 설명 등 다양한 콘텐츠로 확장될 수 있다.

 

더 나아가 동아시아 비교라는 관점은 전남농업콘텐츠의 해외 마케팅 가능성도 넓힌다. 대만의 탕위안, 일본의 유자탕과 호박, 한국의 팥죽을 함께 소개하며 전남 식재료를 연결하면, 지역 농산물은 단순한 특산품을 넘어 동아시아 절기 문화의 일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이는 외국인 관광객과 해외 소비자에게도 설득력 있는 농업 스토리텔링 전략이 된다.

 

이제 전남농업 마케팅에서 중요한 것은 더 많은 상품을 나열하는 일이 아니라, 농업이 지닌 시간성과 계절성을 어떻게 이야기로 만들 것인가이다. 동지는 흘러간 옛 풍속이 아니라, 오늘의 생활과 연결될 때 비로소 미래의 자산이 된다. 가장 어두운 날이 가장 밝은 시작을 품고 있다는 동아시아의 오래된 인식은, 전남농업콘텐츠를 감성·치유·지속가능성의 언어로 확장하는 강력한 마케팅 자원이 될 수 있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1. 전남 농특산물의 상품화 제안, 허북구 농업칼럼. 세오와 이재.

허북구. 2021. 전남 농특산 품목의 경쟁력 강화 방안, 허북구 농업칼럼. 세오와 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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