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꽃차는 식용꽃 문화 가운데서도 가장 오래되고 보편적인 형태다. 차로 우려 마신다는 행위는 단순한 섭취를 넘어, 향과 색, 시간을 함께 음미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최근 웰니스와 치유농업, 농촌 관광이 확산되면서 꽃차는 다시 주목받고 있다. 농가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활용되고, 외식·카페·체험 프로그램에서도 꽃차는 중요한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꽃차로 사용할 수 있는 꽃이 제도적으로 지나치게 제한돼 있다”라는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꽃차 업계에서는 해외에서는 꽃차로 인정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규제 대상이 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한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차로 이용되고 있으나, 법적 근거가 부족해 공식 유통을 하지 못하고 비공식적으로 소비되는 경우도 존재한다. 버터플라이피, 작약, 비단향꽃무, 금계국, 천일홍, 분꽃, 노랑코스모스, 도라지, 금화규, 쑥, 달맞이꽃, 애기동백, 아마란스, 조팝나무 꽃 등은 꽃차 현장에서 자주 거론되는 대표적인 식물들이다.
이들 가운데에는 해외에서 오랫동안 차·음료·천연 색소 원료로 사용되어 온 식물도 있고, 전통적으로 약용이나 식용 이력이 축적된 경우도 있다. 반면 관상용 중심으로 재배되어 관리 기준이 필요한 식물도 함께 섞여 있다. 문제는 이러한 차이를 충분히 구분하지 않은 채, 일괄적으로 ‘불허’ 판단이 내려지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나물 문화’를 지닌 사회다. 생으로는 독성이 있거나 자극 성분을 지닌 식물조차 삶고, 데치고, 말리고, 숙성시키는 과정을 통해 식문화로 흡수해 왔다. 이는 무분별한 섭취의 문화가 아니라, 위험을 제거하고 관리하는 지식이 생활 속에 축적된 결과다. 이러한 전통을 지닌 사회에서 꽃차 문화 역시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꽃차용 꽃에 대한 식용 인정 체계는 현장과 괴리를 보이고 있다. 전통적 섭취 이력이나 해외 활용 사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행 제도는 허용 목록 중심의 사전 규제 방식에 가까워 행정 판단이 선제적으로 ‘불허’에 기울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미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차나 음료, 색소 원료로 활용되고 있는 버터플라이피가 국내에서는 단속과 제한의 대상이 된 사례는 이러한 경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국제 기준을 살펴보면 접근 방식은 보다 구조적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은 꽃차용 꽃의 목록을 별도로 고시하지 않는다. 대신 식물 원물은 일반 식품·농산물의 위생·안전 관리 체계 안에서 관리하고, 추출물이나 색소는 식품첨가물 규정이나 GRAS(Generally Recognized As Safe) 제도를 통해 안전성을 판단한다. GRAS는 과학적 연구 결과와 장기간 사용 이력, 독성 자료가 축적되어 식품으로 안전하다고 일반적으로 인정된 원료를 의미한다.
이러한 틀 안에서 버터플라이피 꽃 추출물은 일부 국가에서 천연 색소로 활용되고 있으며, 히비스커스, 캐모마일, 라벤더, 장미, 칼렌듈라, 아마란스 등은 전통적인 차 문화와 안전성 자료를 바탕으로 꽃차나 허브티 형태로 소비된다. FDA는 GRAS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명확한 독성 보고가 없고 소량 사용을 전제로 할 경우 관행적 식용을 허용한다. 다만 관상용 농약이 사용된 꽃은 식용으로 인정되지 않으며, ‘식용·차용’ 목적에 맞게 재배·관리된 꽃만을 대상으로 한다.
유럽식품안전청(EFSA, European Food Safety Authority)은 신규식품 규정(Novel Food Regulation)을 기준으로 꽃차용 꽃을 판단한다. 핵심 기준은 1997년 이전 유럽 내에서의 상당한 식용 이력이다. 이 시점 이전에 유럽 또는 제3국에서 오랫동안 안전하게 섭취된 기록이 있는 꽃은 전통식품으로 분류되어 허브티나 꽃차로 별도의 승인 절차 없이 사용이 가능하다. 반면 이후 새롭게 도입된 꽃이나, 추출물·기능성 원료 형태로 가공된 경우에는 독성시험과 섭취 노출량 평가, 알레르기 가능성 검토 등을 거쳐야 한다.
꽃차의 안전성은 분명 가장 중요한 전제다. 그러나 기존의 식용 가능 목록만을 고집하는 금지 방식만으로는 안전과 산업, 문화 어느 쪽도 지켜내기 어렵다. 해외에서 장기간 꽃차로 소비되어 왔고, 독성이 확인되지 않았으며, 사용 부위와 용량이 명확한 꽃이라면 차로 우려 마시는 수준에서의 안전성을 단계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조건부라도 ‘꽃차용’이라는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 관련 산업이나 수출 품목을 키우는 등 합리적인 접근일 수 있다.
꽃차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한국의 나물 문화와 차 문화의 연장선에 있으며, 동시에 이를 생산하고 활용하는 산업, 그리고 이를 즐기는 생활문화와도 깊이 연결돼 있다. 안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안전한 꽃까지 행정의 편의성과 과도한 사전 규제로 묶어 두는 것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방식이라 보기 어렵다. 이제는 금지 중심의 관리가 아니라, 관리 가능한 범위 안에서 인정하고 책임지는 제도로의 전환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참고문헌
박윤점, 허북구 외. 2006. 식용꽃 10종류의 화학성분 분석. 화훼연구 14(3):211–217
허북구. 2023. 꽃의 독성과 식용꽃.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3.6.28.)
허북구. 2023. 중국의 식용꽃 산업.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3.6.16.)
허북구. 1991. 식용화훼. 화훼협회보 124:3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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