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지난 6월 말, 필자는 대만 타이중시에 위치한 대중시무봉구농회(臺中市霧峰區農會, Wu-Feng Farmers’ Association Distillery)의 본부와 영업장을 방문했다. 무봉구농회는 대만의 다른 지역 농회와 마찬가지로 지역 농산물을 가공·유통하는 조직이지만, 특히 술로 잘 알려진 곳이다. 현장에서 농회 회장과 간부들과의 인터뷰, 그리고 시음을 겸한 견학은 농업부산물을 바라보는 시각을 다시 정리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무봉구농회가 설립한 무봉농회주조장(霧峰農會酒莊)은 지역 특산물인 무봉향미(霧峰香米)를 주원료로 청주(初霧清酒, 純米吟釀), 소주(燒酎), 생청주 등 다양한 술을 제조한다. 이 술들은 국제 대회에서 금·은메달을 수상하며 품질을 인정받았고, 농회가 단순 유통 조직을 넘어 가공과 브랜드를 동시에 구축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필자의 눈길을 가장 끈 것은 술 그 자체보다, 술 제조 이후에 남는 ‘박’의 활용 방식이었다. 주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술지게미(酒粕)는 많은 지역에서 처리 비용과 환경 부담을 동반하는 부산물로 남기 쉽다. 하지만 무봉구농회는 이를 폐기하지 않았다. 술지게미로 만든 캔디와 초콜릿, 술지게미 비누와 페이스 마스크, 생강술지게미 국수, 소주 유래 국수, 참깨 술지게미 라이스 롤 등은 부산물이 아니라 또 하나의 상품군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술 제조의 끝이 아니라, 농산물 활용의 다음 단계까지를 설계한 결과다.
이 사례는 농업부산물의 리사이클링과 업사이클링을 분명하게 구분해 생각하게 만든다. 리사이클링이란 부산물을 다시 쓰는 가장 기본적인 방식이다. 전남에서도 볏짚을 퇴비로 돌리고, 과수 전정 가지를 파쇄해 토양 덮개로 활용하며, 식품 가공 부산물을 사료나 퇴비로 환원하는 일은 이미 익숙하다. 이는 환경 부담을 줄이는 중요한 실천이지만, 활용의 범위는 비교적 제한적이다.
반면 업사이클링은 부산물에 새로운 기능과 가치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무봉구농회의 술지게미 제품처럼, 버려질 수 있었던 부산물이 식품·뷰티·체험 상품으로 확장되면서 지역 브랜드의 일부가 된다. 이는 단순한 수익 창출을 넘어, 농업이 생산 이후의 시간까지 책임지는 구조를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남 농업에서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부산물은 양액재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배지 문제다. 시설원예와 스마트팜이 확산되면서 락울, 코코피트, 펄라이트 등 인공 배지를 사용하는 양액재배가 늘고 있다. 문제는 사용이 끝난 배지가 대부분 폐기물로 분류되어 처리 비용이 발생하고, 관리가 부실할 경우 환경 오염의 위험까지 동반한다는 점이다. 농가 입장에서는 생산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부담으로 남기 쉽다.
이러한 양액재배 배지 역시 지역 안에서 리사이클링과 업사이클링의 대상으로 재해석될 필요가 있다. 일부 배지는 토양 개량재나 조경·원예용 자재로 재활용할 수 있고, 가공 과정을 거치면 건축·원예·체험 자재 등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이를 개별 농가의 책임으로 돌리지 않고, 지역 단위에서 수거·전처리·활용까지 이어지는 순환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배지를 ‘처리해야 할 쓰레기’가 아니라, 또 하나의 농업 자원으로 바라보는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
전남 농업부산물의 리사이클링과 업사이클링은 기술 이전에 관점의 문제다. 모든 부산물을 고부가 산업으로 만들겠다는 욕심보다는, 어떤 것은 토양으로, 어떤 것은 자재로, 어떤 것은 상품과 콘텐츠로 단계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현실적이다. 동시에 이를 통해 청년 일자리 창출 등 지역의 일자리와 소득 창출을 늘리는데도 활용하기 위한 접근법이 필요하다. 대만 대중시무봉구농회의 술지게미 활용 사례는 이러한 사고 전환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농업은 생산으로 끝나지 않는다. 수확 이후에 남는 것, 가공 뒤에 남겨지는 것, 시설 농업에서 버려지는 것까지 어떻게 다루는지가 그 지역 농업의 수준을 말해 준다. 전남 농업부산물의 리사이클링과 업사이클링은 환경 대응을 넘어, 농업의 책임과 가치를 확장하는 문제다. 버려지는 것을 줄이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남겨진 것에 의미와 역할을 부여하는 농업, 더 나아가 그것을 일자리와 연게시켜서 활용하는 것. 그것이 앞으로 전남 농업이 고민해야 할 중요한 방향일 것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대만 농회의 농산물 상품화 전략과 전남지역 농협의 과제.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6.11.25.)
허북구. 2025. 농산물 가공과 유통에 적극적인 대만 농회.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5.07.01.)
허북구. 2025. 왕겨를 이용한 친환경 컵과 그릇.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2.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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