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전 세계가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향해 매진하고 있는 오늘날, 우리나라 농업의 심장부인 전라남도는 그 어느 곳보다 뜨거운 책임감으로 식탁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다. 그 결과 전라남도는 기후위기 대응과 저탄소농산물 시장 선점을 위해 2025년 처음 설정한 목표인 '저탄소농산물 인증면적' 전국 1위를 달성했다.
기후 위기 시대의 농업은 단순히 먹거리를 생산하는 산업을 넘어, 지구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중추적 역할을 요구받고 있으므로 지속적으로 탄소중립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와 더불어 또 다른 지표인 ‘질소발자국(Nitrogen Footprint)’에도 주목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인류가 안전하게 생존할 수 있는 지구의 한계치 중 이미 임계점을 넘어 가장 위험한 수준에 도달한 분야로 탄소가 아닌 ‘질소 순환’을 꼽고 있기 때문이다.
질소는 식물 성장의 필수 3요소 중 하나다. 20세기 초,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해 비료를 만드는 ‘하버-보슈법’의 발명은 인류를 기아의 공포에서 해방시킨 혁명이었다. 화학비료의 보급으로 식량 생산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인류 문명은 유례없는 번영을 구가했다.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었다.
현대 농업이 대량 생산에 치중하면서 토양에 살포된 질소 비료 중 작물에 흡수되는 양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흡수되지 못한 나머지 질소는 빗물에 씻겨 강과 바다로 흘러 들어가 부영양화를 일으키고, 대기 중으로 증발해 강력한 온실가스인 아산화질소가 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먹거리를 얻기 위해 지구에 남기는 ‘질소의 흔적’이다.
아산화질소는 강력한 온실가스가 되어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한다. 아산화질소의 지구온난화지수(GWP)는 이산화탄소의 약 298배에 달하며, 성층권의 오존층을 파괴하는 주범이기도 하다. 전 세계 아산화질소 배출량의 최대 80%가 농업 부문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은 우리가 왜 질소발자국을 직시해야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나라 친환경 농업의 1번지인 전라남도의 역할은 매우 막중하다. 전남은 전국 친환경 농산물 인증면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오래전부터 화학비료와 합성농약을 줄이는 생태적 농법을 선도해 왔다. 친환경 농업은 근본적으로 질소발자국을 줄이는 가장 강력한 실천이다. 화학비료 대신 유기질 비료를 활용하는 방식은 토양 내 질소의 급격한 유출을 막고, 토양의 탄소 저장 능력을 높인다.
즉, 전남의 친환경 들녘은 아산화질소 배출을 억제하는 거대한 거름망이자, 기후 위기를 저지하는 최전방 방어선인 셈이다. 하지만 질소발자국을 줄이는 여정은 단순한 비료의 교체에 그쳐서는 안 된다. 전남이 지향해야 할 미래는 데이터와 과학에 기반한 ‘정밀 친환경 농업’이다. ICT 기술을 활용해 토양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작물이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양만큼만 영양분을 공급하는 스마트 팜 기술은 질소 이용 효율을 극대화한다.
이는 환경 부하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동시에 농가의 경영비 부담을 덜어주는 경제적 대안이기도 하다. 전남의 드넓은 간척지와 평야에서 실현되는 저탄소·저질소 농법은 대한민국 농업이 나아가야 할 표준 모델이 될 것이다. 질소발자국을 줄이는 일은 농민의 노력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다.
소비자의 인식변화와 가치 소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소비 단계에서 질소발자국이 적은 식품 선택을 하며, 식품 손실을 줄이는 등 질소 순환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전남산 친환경 쌀과 채소를 선택하는 것은 단순히 건강한 음식을 먹는 행위를 넘어, 지구 생태계의 질소 오염을 줄이는 환경 운동에 동참하는 것이다. '환경 친화적'이라는 추상적인 수식어를 넘어, 실제로 얼마나 많은 질소와 탄소의 흔적을 지웠는지 수치로 보여줄 수 있는 투명한 지표가 마련되어야 한다.
전남이 앞장서서 농산물의 '저탄소농산물 인증면적' 전국 1위라는 것과 질소 발자국 연관성을 수치화하고, 이것을 홍보한다면, 이는 전남 농산물만의 브랜드 가치의 향상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인식변화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저렴하고 예쁜 농산물만을 선호하던 과거의 관성에서 벗어나, 흙의 건강과 공기의 맑음을 먼저 생각하는 농업으로의 대전환에 활용해야 한다.
농산물 생산과정의 질소발자국뿐만 아니라 식품의 질소발자국도 중요하다. 식품의 질소발자국은 식품 생산, 가공, 유통, 소비, 인체 배설 전 과정에서 환경에 얼마나 많은 반응성 질소가 배출되는지를 나타내는 질소 부하의 지표이다. 이 지표는 질소 부하의 주요 원인을 식별하고 개선 시나리오를 통해 질소 부하 감소의 효과를 정량화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따라서 전남에서는 질소발자국, 식품의 질소발자국 측면에서도 감소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 기후 재앙을 막고 다음 세대에게 생명력이 넘치는 토양을 물려주어야 한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2. 미래를 바꾸는 탄소 농업. 중앙생활사.
허북구. 2021. 농경지에서 아산화질소 배출 과정과 억제법.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1.12.16.)
허북구. 2021. 탄소 중립과 암모니아 그리고 요소 비료.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1.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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