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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농업에서 커피 박과 부산물의 활용 지혜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2025-12-29
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최근 스타벅스 코리아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 선정한 전국 17개 지역 21곳의 우수 청년농가에 커피 퇴비 1만 포대(약 200톤)를 무상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를 기념해 지난 12월 16일 서울 역삼동 스타벅스 지원센터에서는 농가와 관계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전달식도 열렸다. 이번 지원 대상에는 전남 강진·나주·고흥의 농가가 포함되어 있어 지역 농업계의 관심도 컸다.

 

스타벅스는 매장에서 발생하는 커피찌꺼기, 이른바 커피박을 친환경 퇴비로 가공해 농가에 제공하고, 이 퇴비로 생산된 농산물을 다시 자사 상품의 원료로 활용하는 순환 구조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사회공헌이나 기부 차원을 넘어, 기업의 폐기물을 농업 생산 자원으로 전환하고 농가 소득과 기업의 원료 조달을 동시에 연결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러한 흐름은 커피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시설원예와 스마트팜이 확산되면서 양액재배에 사용되는 락울, 코코피트, 펄라이트 등 인공 배지의 사용량도 빠르게 늘고 있다. 문제는 사용이 끝난 배지들이 대부분 폐기물로 분류돼 처리 비용을 발생시키고, 관리가 부실할 경우 환경 오염의 위험까지 동반한다는 점이다. 농가 입장에서는 생산성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 부담으로 남기 쉽다. 그렇기에 전남 농업은 기업과 농가에서 발생하는 부산물, 즉 ‘폐기되는 자원’을 지역 내에서 다시 순환시키는 구조를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부산물 활용은 ‘재활용이니까 좋다’는 인식만으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커피박을 예로 들어보자. 커피박에는 탄수화물, 리그닌, 지질, 미네랄, 단백질이 풍부하게 포함돼 있으며, 페놀성 화합물(12.0mg/g), 카페인(14.5µg/g), 클로로겐산(31.8µg/g) 등 다양한 생리활성 물질도 함유돼 있다. 셀룰로오스와 헤미셀룰로오스 같은 다당류도 다량 포함되어 있어 산업적 활용 가능성도 크다.

 

셀룰로오스는 종이와 펄프 생산뿐 아니라, 당으로 전환해 에탄올이나 부탄올과 같은 바이오 연료 생산에도 활용될 수 있다. 커피박의 단백질 함량은 건조 질량 기준 13~17%에 이르며, 이는 식품 산업이나 생명공학·발효 공정에서 기질로 활용될 수 있는 잠재력을 의미한다.

 

농업 현장에서는 커피박을 토양개량제나 멀칭 재료로 활용할 수 있다. 멀칭용으로 사용할 경우 높은 보수력 덕분에 토양 수분을 유지하고, 토양 온도를 완화하며 잡초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신선한 커피박을 그대로 채소 재배에 사용하면 오히려 작물 생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

 

그 이유는 커피박에 잔존하는 페놀성 화합물과 카페인 때문이다. 이들 물질은 식물의 발아와 발근을 억제하는 특성을 지니며, 카페인은 커피나 차 식물이 해충과 경쟁 식물을 억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화학적 방어 물질이기도 하다. 따라서 커피박은 ‘무조건 좋은 유기물’이 아니라, 성분과 처리 방식에 따라 작물에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는 자원이다.

 

이 때문에 커피박 활용에서는 1차 발효형과 2차 발효형이라는 두 가지 접근을 구분해 이해해야 한다. 채소나 일반 작물에 퇴비로 활용할 경우에는 2차 발효를 통해 폴리페놀과 카페인을 충분히 분해한 뒤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작물 생장을 촉진하는 유익균인 트리코더마(Trichoderma)와 혼합해 퇴비화하면 토양 미생물 환경 개선과 작물 생육 안정에 도움이 된다.

 

반면, 녹차 재배에서는 다른 접근이 가능하다. 일본의 일부 녹차 농가에서는 커피박을 1차 발효시켜 펠릿 형태로 만든 뒤, 전체 퇴비량의 약 2% 수준으로 혼합해 시비한 사례가 보고돼 있다. 커피박에 포함된 폴리페놀 성분이 차나무의 뿌리 생장을 다소 억제하면서 새싹으로 영양분이 집중돼, 결과적으로 찻잎의 품질이 향상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작업 중 은은하게 퍼지는 커피 향이 노동자의 심리적 만족감을 높였다는 부수적 효과도 언급된다.

 

이러한 사례는 폐기물 활용이 단순한 환경 담론이나 비용 절감의 문제가 아니라, 작물 특성과 생리, 미생물 작용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한 ‘농업 기술’의 영역임을 보여준다. 커피박의 특성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무분별하게 활용하면 토양과 작물, 나아가 농가 경영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전남 농업에서 커피박과 각종 농업·기업 부산물의 활용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지식과 설계의 문제’다. 지역 농업기술원과 연구기관이 중심이 되어 부산물의 성분 특성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작물별·재배 방식별 적정 활용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농가가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발효 기준, 혼합 비율, 사용 시기 등을 표준화하는 작업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

 

폐기물은 관리되지 않으면 부담이 되지만, 이해되고 설계되면 자원이 된다. 커피박을 비롯한 다양한 부산물이 전남 농업의 토양을 살리고, 농가의 비용을 줄이며, 지역 순환 농업의 기반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여부는 이제 연구와 현장, 정책이 얼마나 정교하게 맞물리느냐에 달려 있다. 전남 농업이 선택해야 할 방향은 ‘버리는 기술’이 아니라, ‘되살리는 지혜’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전남 농업부산물, 리사이클링과 업사이클링.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5.12.22.).

허북구. 2023. 커피박, 차나무 재배에 좋다.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3.12.11.)

Anne Shayene Campos de Bomfim et. al. 2023. Spent coffee grounds characterization and reuse in composting and soil amendment. Waste 1(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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