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커피나무 재배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평균 기온이 상승한 데다, 농가 소득의 다각화 요구, 커피 소비 문화의 확대가 맞물린 결과다. 전남을 비롯한 남부 지역에서는 시설재배와 시험 재배를 중심으로 커피 생산이 증가하고 있다. 아직 규모는 크지 않지만, 커피를 단순한 수입 원료가 아닌 ‘국내 농업 자원’으로 인식하려는 변화의 조짐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커피 산업의 외연을 확장한 흥미로운 사례가 대만 아리산(阿里山)에서 등장했다. 커피 잎을 소엽종 홍차 제다 기법으로 가공하고, 여기에 커피의 혐기성 발효 방식을 접목해 독특한 풍미를 끌어낸 음료, 이른바 ‘커피잎 홍차’다. 이 음료는 ‘커피 왕자’로 불리는 아리산(阿里山) 추족(鄒族) 청년 농부 방정륜(方政倫)의 작품으로, 최근 일본과 한국의 커피 전시회에서 공개되어 큰 주목을 받았다. 시음한 이들은 “기존의 차나 커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다층적인 맛”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방정륜은 아리산에서 추주원(鄒築園)을 운영하며 커피 재배와 로스팅, 향미 연구에 집중해 온 청년 농부다. 그는 2018년 커피 농장을 정리하던 과정에서 가지치기로 버려지는 커피 잎을 보며, 이를 새로운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질문을 품었다. 이후 소엽종 홍차 제조 방식을 참고해 어린 커피 잎을 채취하고, 실내 위조·유념·해괴(덩어리 풀기) 공정을 거친 뒤 커피 특유의 혐기성 발효 기법을 결합했다. 마지막으로 건조와 로스팅을 거쳐, 커피와 차의 경계를 넘나드는 ‘커피잎 홍차’를 완성했다.
초기에는 바쁜 농사 일정 탓에 검사 기관 의뢰와 연구를 지속하지 못했지만, 최근 2년간 농업개량장의 지도 아래 대만 위생복지부 검사를 통과하면서 다시 제작에 착수했다. 기술을 보완하고 공정을 안정화한 끝에, 올해 4월 마침내 정식 제품으로 완성됐다.
그는 “커피잎 홍차는 어린 잎만을 사용해야 해 채취 과정이 까다롭고, 7kg의 잎으로 1kg의 홍차밖에 만들 수 없어 대량 생산이 어렵다”며 “그래서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풍미 실험”이라고 말한다. 현재는 협력 카페에 한정 공급되고 있으며, 특히 밀크티 형태로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다. 허브 향을 바탕으로 꿀 같은 단맛, 과일 향, 은은한 초콜릿 향이 겹겹이 이어지는 풍미는, 커피와 차 문화가 서로 분리되지 않고 융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올해 방정륜은 일본과 한국의 국제 커피 전시회와 마케팅 행사에 참가해 커피잎 홍차를 선보였다. 그는 “아리산이 단순히 차와 커피의 산지를 넘어, 창의성과 실험이 자라는 공간이라는 점을 알리고 싶다”고 말한다. 실제로 시음자들은 “녹차나 홍차와는 다른 목 넘김과 여운이 인상적”이라며 신선함과 복합적인 맛에 놀라움을 표했다.
비슷한 흐름은 일본에서도 확인된다. 일본 돗토리현(鳥取県) 사카이미나토시(境港市)에서 커피나무를 2만 그루 정도 재배하는 사와이커피(澤井珈琲)라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커피 원두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커피나무잎으로 만든 차를 상품화하고 있다.
이처럼 대만 아리산의 커피잎 홍차와 일본 사카이미나토시의 사와이커피 사례는, 커피 산업이 더 이상 원두 생산에만 머물지 않고 나무 전체를 활용하는 단계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커피잎 홍차는 차와 커피라는 두 문화가 분리되지 않고, 제다·발효·향미라는 공통 언어를 통해 하나의 풍미 체계로 만날 수 있음을 증명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단순한 신제품 개발이 아니라, 농업 자원의 재해석이자 지속가능성을 실험하는 시도에 가깝다
우리나라에서도 커피잎의 식품 원료 인정, 가공 기준과 위생 규정, 기술 축적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커피잎차와 커피잎 홍차는 커피 생산 농가와 소비자 모두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하며, 커피 산업의 구조를 다층화할 가능성을 품고 있다. 전남의 커피 재배 역시 원두 생산을 넘어, 전통 발효 기술을 이용한 원두의 발효, 커피잎 차 등 다양하게 진화해 상품성을 높이고 소득향상을 기대한다.
참고문헌
蔡宗勳. 2025. 咖啡與茶的神祕交鋒!鄒族青農研發「咖啡葉紅茶」驚豔日韓. 嘉義報導(2025.12.27.)
허북구. 2023. 커피나무 잎차.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3.12.8.)
허북구. 2023. 전남의 커피콩 생산, 발효 커피를 중심축 삼자.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0.10.13.)
허북구. 2020. 전남산 커피 그리고 루왁커피와 발효 원두커피.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0.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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