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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의 해돋이와 떡국, 농업으로 여는 새해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2025-12-31
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한 해 동안 농업을 주제로 칼럼을 써 오며 늘 마음에 남았던 것은, 농업은 단순한 생산 활동이 아니라 사람의 시간을 지탱하는 일이라는 사실이다. 논과 밭에서, 바다와 산에서, 그리고 행정과 연구 현장에서 농업을 지켜 온 농민과 농업 관계자 모두에게 2025년 역시 결코 가볍지 않은 한 해였을 것이다. 이 글을 통해 올 한 해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켜 온 모든 분들께 먼저 수고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새해를 맞이하는 전남의 풍경은 특별하다. 바닷가와 섬, 산자락과 평야의 마을마다 해돋이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모이고, 마을부녀회를 중심으로 떡국을 끓여 나누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새벽의 찬 공기 속에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고, 낯선 이들과 함께 나누는 따뜻한 떡국 한 그릇은 그 자체로 새해 인사이자 위로가 된다.

 

필자 역시 새해가 되면 전남의 해돋이를 찾곤 한다. 주로 찾는 곳은 장흥군 회진면 한재로 이곳에서 새해 첫 해를 맞이한다. 모르는 사람들 틈에 섞여 조용히 해를 기다리고, 그 지역에서 준비한 떡국을 얻어먹는다. 특별한 대화도, 행사도 없지만 그곳에서 떡국을 먹으면서 새해를 맞이하는 기억 때문에, 그 지역에서 생산된 쌀을 일부러 찾아 쓰곤 한다. 음식 하나가 사람과 농업을 연결하는 경험이었다.

 

떡국을 나누는 문화는 전통문화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 있고, 오히려 새로운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 예전에는 음력 설날에만 먹던 떡국이 이제는 양력 1월 1일 해맞이 음식으로 자리 잡았고, 관광지와 지역 축제에서도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떡국은 더 이상 의례 속에만 머무는 음식이 아니라, 새해를 여는 공동체 음식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떡국의 모습도 달라지고 있다. 가래떡과 국물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기능성 재료를 더한 떡국이 등장하고 있다. 전남의 쌀에 마늘, 표고버섯, 미역, 들깨, 해조류, 한우 사골 등을 더한 떡국은 영양과 지역성을 함께 담아낸다.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인의 건강 관심을 자연스럽게 반영한 변화다.

 

이러한 떡국 문화는 쌀 소비와도 깊이 맞닿아 있다. 쌀 소비는 줄어들고 밀가루 음식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새해에 가족과 함께 떡국을 먹는 경험은 어린 세대에게 쌀음식을 자연스럽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된다. 경험은 기억으로 남고, 기억은 소비와 선택으로 이어진다.

 

더 나아가 떡국은 농민과 농촌의 소득 증대와도 창의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 지역 쌀로 만든 떡국용 가래떡, 기능성 농산물을 결합한 지역형 떡국, 해돋이 관광과 연계한 떡국 나눔 프로그램은 농업·관광·문화가 함께 움직이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떡국 한 그릇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농업의 가치를 전하는 매개체가 된다.

 

전남으로 여행을 와서, 전남에서 생산된 쌀로 만든 떡국을 먹으며 새해를 맞이하는 일은 작지만 의미 있는 선택이다. 그 한 그릇 속에는 전남의 논과 물, 농민의 시간과 노동이 담겨 있다. 새해를 어떻게 맞이하느냐는 질문은 결국 우리가 어떤 농업과 어떤 식문화를 다음 세대에 남길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2025년 12월 31일, 한 해의 마지막 날에 다시 생각해 본다. 전남에서 맞이하는 해돋이의 떡국의 식문화는 사라져 가는 풍습이 아니라, 지금도 살아 움직이는 농업문화다. 새해에는 더 많은 이들이 전남을 찾아 해를 바라보고, 전남 쌀로 끓인 떡국 한 그릇을 나누며 희망찬 출발을 하길 바란다. 올 한 해 모두 수고 많으셨다. 새해에는 농업도, 농촌도, 그리고 그 곁에 선 사람들의 삶도 조금 더 따뜻해지기를 소망한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우리쌀 기반 떡국의 세계화.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5.1.32.)

허북구. 2024. 떡과 떡국 그리고 남도 음식의 세계화.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4.2.8.)

허북구. 2023. 두 번의 새해 떡국과 쌀소비.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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