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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농업, 새해 인사 발령이 던지는 과제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2026-01-02
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새해가 시작되면 사람들은 새로운 마음과 다짐으로 한 해를 설계한다. 개인뿐 아니라 조직과 행정도 마찬가지다. 지자체 역시 퇴직으로 생긴 공백을 메우고, 새해의 정책 방향에 맞춰 인사 발령을 단행한다. 연초가 되면 신문 지면에는 각 지역의 인사 소식이 줄지어 실리며, 행정의 새로운 출발을 알린다.

 

이번 전라남도 인사 가운데 눈에 띄는 대목은 유덕규 식량원예과장이 직위 승진해 농축산식품국장 직무대리를 맡게 된 것이다. 그동안 농축산식품 분야의 전문성을 외면한 채 행정직 출신 국장을 임명해 온 사례가 많으면서 현장 이해 부족과 인적 네트워크 단절이라는 문제가 반복돼 왔다는 점을 떠올리면, 이번 인사는 의미가 작지 않다. 농업직렬 국장 임명은 단순한 인사 이동을 넘어,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으로 연결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축적된 농업 현장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미래 전남 농업을 설계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문제는 전남도청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각 시·군 농업기술센터장과 농업 관련 부서 인사에서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선거를 앞둔 인사라는 해석이 나올 정도로, 원칙보다 정치적 고려가 앞선 듯한 장면도 보인다. 예로부터 ‘인사는 만사’라고 했다. 인사를 잘해야 일이 잘 되고, 그 결과로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 상식적인 원칙이 반복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지자체 인사를 둘러싼 논란은 특정 인물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인사권이 제도의 영역이 아니라 권력의 영역으로 작동할 때, 행정의 연속성과 전문성은 쉽게 후순위로 밀린다. 이러한 인사는 조직 내부의 신뢰를 약화시키고, 정책 집행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실을 누적시킨다.

 

특히 농업 분야에서는 인사의 영향이 더욱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농업은 단기간에 파악할 수 있는 행정 영역이 아니다. 작물과 토양, 기후와 병해충, 기술과 유통, 농민 조직까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분야다. 이 구조에 대한 이해 없이 농업관련 핵심 보직을 맡게 되면, 정책은 문서로는 존재하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문제는 판단의 지연과 책임의 공백이다. 전문성이 부족한 책임자가 있을 경우 결정은 미뤄지고 보고는 늘어난다. 그사이 사업 기회는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고, 그 결과는 수치로 드러나지 않은 채 지역 농업의 체력을 조금씩 약화시킨다. 이러한 누적된 손실의 끝에는 결국 농민들이 서게 된다.

 

한때 농업기술센터를 이끌었던 행정직 출신 인사는 퇴직 후, 그 자리가 요구하는 역할의 무게를 뒤늦게 실감했다고 전한다. 농업기술센터장은 단순한 관리자가 아니라, 정책 흐름을 읽고 외부 기관과 연결되는 통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업직 출신 소장들이 오랜 시간 쌓아온 정보 교류와 협력 관계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단기간에 대체할 수 없는 자산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농업직 인력은 현장과 연구기관, 중앙부처를 오가며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움직인다. 이러한 경력은 특정 개인의 능력을 넘어 지역 농업 전체의 자산에 가깝다. 그럼에도 이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농업과 거리가 있는 인력을 핵심 보직에 배치하는 선택은 행정 효율성 측면에서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자체에서는 여전히 농업의 중요 부서에 전문성과 거리가 있는 인사를 배치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인사가 단체장의 고유 권한이라는 말로 모든 판단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이는 농업과 농민을 정책의 중심이 아닌 주변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힐 수밖에 없다.

 

새해 인사는 한 해의 행정 철학을 드러내는 출발점이다. 전남 농업이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사업보다 먼저 사람을 바로 세우는 일이 필요하다. 농업을 이해하는 사람이 농정을 이끌 때 정책은 비로소 현장에서 작동한다. 지역 농민들 또한 인사의 결과를 기억하고, 지역 농업의 미래를 기준으로 행정을 바라보며 선거에서 성숙한 선택을 해야 할 시점이다.

 

아울러 이번 인사 발령으로 새로운 농업 관련 임무를 맡게 된 이들 또한 인사권자를 의식하기보다, 지역 농업의 발전과 농민의 미래를 기준으로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해 주기를 기대한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세계 농업의 3가지 유형과 전남 농업의 방향성.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5.9.16.)

허북구. 2024. 농업기술센터, 지역간 연대로 효율성 높여야.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4.9.8.).

허북구. 2024. 지자체장 맘대로 인사에 지역 농업 멍든다.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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