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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치유농업에서 측정기기의 활용 철학 전주기전대학 치유농업과 김현주 교수 2026-01-05
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최근 치유농장을 방문하면 심박변이도, 스트레스 지수, 자율신경 반응 등을 측정할 수 있는 각종 기기가 설치된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연구기관이나 병원에서 주로 활용되던 장비들이 개인이 운영하는 치유농장에도 도입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치유 효과를 객관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렇다면 치유농업의 역사가 오래되고, 그린스케어(Green Care)와 케어팜(Care Farm)이 제도적으로 자리 잡은 유럽의 현장에서도 측정기기는 유사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을까? 유럽에서 치유농업은 그린스케어 또는 케어팜이라는 이름으로 발전해 왔다. 케어팜은 농업 활동을 기반으로 장애인, 정신질환자, 노인, 사회적 취약계층 등이 일상 속에서 사회적 역할과 생활 리듬을 회복하도록 돕는 실천 모델로 알려져 있다.

 

그린스케어는 농업과 자연환경, 동물과의 상호작용을 활용해 건강과 복지를 증진하는 접근으로 정의된다. 두 개념 모두 유럽 여러 국가에서 사회복지·보건 정책과 연계되어 운영되고 있다. 유럽의 그린스케어와 케어팜 관련 연구에서는 치유 효과를 평가하려는 시도가 꾸준히 이루어져 왔다. 연구에서는 주로 심리적 안녕감, 삶의 질, 사회적 기능, 정서 상태 변화 등을 평가 지표로 활용한다.

 

설문 조사, 인터뷰, 참여 관찰과 같은 방법이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어 왔다. 일부 연구에서는 생리적 지표를 활용한 평가도 시도되었으나, 이는 제한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측정기기 활용과 관련해 주목할 점은, 유럽의 그린스케어와 케어팜 현장에서 이러한 장비가 일상적 운영의 중심 요소로 전면화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측정은 주로 연구 목적이나 정책 평가를 위한 자료 수집 과정에서 이루어지며, 현장 프로그램의 흐름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로 사용되는 경우는 드물다. 측정 결과 역시 참여자의 경험을 실시간으로 평가하거나 비교하는 방식보다는 사후 분석 자료로 활용되는 경향이 강하다.

 

유럽의 케어팜과 그린스케어 실천에서는 자연 속에서의 활동을 ‘평가 대상’이 아닌 ‘생활 경험’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게 인식된다. 농작업과 돌봄 활동은 성과를 측정하기 위한 과제가 아니라, 일상적 참여와 관계 형성을 위한 과정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인식 속에서 측정기기 활용은 참여자의 경험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제한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경향은 측정기기 사용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기 때문이 아니라, 치유농업의 성격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된다. 유럽의 그린스케어와 케어팜에서는 측정이 연구와 제도 설계를 위한 보조 수단으로 활용되며, 치유 경험 자체를 규정하는 기준으로 사용되지는 않는다. 측정 결과는 프로그램의 효과를 설명하고 정책적 근거를 마련하는 데 활용되지만, 개인을 비교하거나 선별하는 도구로 사용되는 것은 지양된다.

 

유럽의 이러한 사례는 치유농업에서 측정기기의 활용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치유 효과를 설명하기 위한 데이터는 필요하지만, 측정이 현장 경험의 중심이 될 경우 치유농업의 본래 취지가 약화될 수 있다. 유럽의 그린스케어와 케어팜은 측정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제한적이고 보조적인 위치에 두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유럽의 치유농업에서 측정기기의 활용은 기술 도입의 문제가 아니라 운영 원칙과 기준의 문제로 이해할 수 있다. 측정은 연구와 제도 평가를 위해 활용되되, 치유와 돌봄이 이루어지는 현장의 일상적 경험을 대체하지 않는다. 이러한 접근은 치유농업이 데이터 중심의 관리 모델로 전환되는 것을 경계하며, 자연과 농업이 지닌 회복 환경으로서의 역할을 유지하려는 선택으로 볼 수 있다.

 

참고문헌

김현주. 2025. 치유농업, AI는 어디까지 필요한가?.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5-12-29).

김현주. 2025. 스마트 농업과 스마트 치유농업.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5-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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