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전남 농업에서도 스마트 농업 도입 논의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고령화와 인력 부족, 기후변화에 따른 생산 불안정 속에서 자동화·정밀화 기술은 작업 부담을 줄이고 품질과 수확 안정성을 높이는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그러나 현장의 고민은 단순하지 않다. 스마트 농업은 곧바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마법의 기술’이 아니라, 상당한 초기 투자와 새로운 관리 비용을 동반하는 경영 의사결정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일본 국립농업연구기구(NARO)의 접근은 전남 농업이 참고할 만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NARO는 스마트 농업 기술 도입이 소득 증가, 비용 절감,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긍정 효과와 함께 감가상각비 증가, 유지관리 비용, 기술 적응 부담이라는 부정 효과를 동시에 가져온다는 점을 전제로, 이를 사전에 반복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농업 경영 계획 수립 지원 시스템’을 개발했다.
기술을 먼저 들여오고 결과를 기다리는 방식이 아니라, 경영 조건을 입력해 결과를 미리 계산하고 비교하는 구조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농업 관리 지표’다. 벼 이식 재배를 중심으로 로봇 트랙터와 기존 트랙터의 협력 작업, 조종 보조 이앙기, 원격 조종 제초기, 제어 드론 등 스마트 농업 기술 전반을 도입했을 때의 수확량, 단가, 비용 항목별 변화, 작업별 노동시간을 정량화했다.
총 320개의 관리 지표는 지역 조건, 지형, 경작 규모, 재배 방식 차이를 반영해 구축됐으며, 웹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손쉽게 불러와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사용자는 기후대, 지형, 경영 규모, 품종을 선택하고, 농지 면적, 임차료, 정규직 인원, 임시 고용 조건을 입력해 매출, 변동비, 감가상각비, 이익 구조를 계산할 수 있다.
특히 작업 시간을 계절별로 시각화해 보여주기 때문에, 모내기와 수확기처럼 노동이 집중되는 시기에 스마트 농업 도입이 어느 정도의 인력 절감 효과를 가져오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홍보가 아니라, 고용 전략과 규모 확장 여부까지 판단할 수 있는 경영 도구에 가깝다.
전남 스마트 농업 정책의 가장 큰 약점은 이러한 ‘경영 시뮬레이션 기반’이 아직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조금과 시범 사업은 많지만, 농가가 자신의 조건에 맞춰 투자 대비 효과를 계산해 볼 수 있는 체계는 부족하다. 그 결과 일부 농가는 기대보다 낮은 효과로 부담을 떠안고, 또 다른 농가는 불확실성 때문에 도입 자체를 주저한다. 스마트 농업이 확산되지 못하는 이유가 기술 부족이 아니라 경영 판단을 뒷받침할 정보 부족에 있는 셈이다.
전남형 스마트 농업 전략은 이제 장비 보급 중심에서 한 단계 나아가야 한다. 지역·작목·규모별 농업 관리 지표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경영 계획 지원 시스템을 공공 차원에서 제공해야 한다. 벼뿐 아니라 밀, 콩, 원예 작목까지 단계적으로 확장해, 농가와 지도기관이 동일한 기준으로 효과를 검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스마트 농업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경영의 문제이며, 데이터와 시뮬레이션은 그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최소한의 인프라다. 기술이 농업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어떻게 도입할지 판단하는 시스템이 농업의 미래를 좌우한다. 전남 스마트 농업이 지속가능한 경쟁력이 되기 위해서는, 현장에 맞는 경영 지원 시스템 구축이 반드시 함께 가야 한다.
참고문헌
農研機構. 2025. 農業経営計画策定支援システムの開発とスマート農業経営指標の公開 - スマート農業の導入効果を見える化. プレスリリース(2025年12月3日).
허북구. 2025. 전남 스마트팜, 수직농장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5.12.24.).
허북구. 2025. 일본 과수 기상재해 예측 시스템과 전남 농업의 과제.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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