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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농업, 농기계는 있는데 다룰 사람이 없다.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2026-01-07
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농업인의 경영 부담을 덜고 농촌 인력난 완화를 지원하기 위해 농업기계 임대료 감면 정책을 펼치는 지자체가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농업 현장에서 농기계 이용 감면, 임대 확대, 공동 이용을 강조하는 정책은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되었다. 정부와 지자체는 고령 농가의 부담을 덜기 위해 농기계 구입 보조와 임대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또 다른 벽에 부딪히고 있다. 논과 밭은 있고, 기계도 있다. 문제는 그 기계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데 있다. 고령 농업인에게 농기계는 ‘도움이 되는 도구’이기보다 힘에 부치고, ‘위험한 기계’로 인식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는 노동력을 획기적으로 줄여 주지만, 동시에 사고 위험이 높은 장비다. 실제 농업재해의 상당 부분이 농기계 사고에서 발생하며, 고령자일수록 치명률은 높다. 결국 “기계를 쓰라”라는 정책은 고령 농가에게 현실적인 대안이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농업의 고령화는 단순히 체력의 문제가 아니라, 기계 조작 능력과 안전 관리, 판단 속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먼저 겪은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 농업 역시 고령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고, 이미 다수의 농촌에서 ‘기계를 가진 고령자’와 ‘기술을 가진 외부 인력’의 분리가 일상화되었다. 일본은 이 간극을 개인의 숙련으로 메우려 하지 않았다. 대신 구조를 바꾸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일본에서는 농기계를 개인이 직접 운전하는 방식보다, 작업을 위탁하는 구조가 보편화되어 있다. 지역 농업법인이나 영농조합, 농업 서비스 기업이 파종·수확·방제 작업을 일괄 수행한다. 고령 농가는 땅을 유지하고 작부체계만 관리하며, 기계 작업은 전문 인력이 담당한다. 농기계는 ‘농민 개인의 기술’이 아니라 ‘지역 서비스’가 된 것이다. 최근에는 원격 모니터링, 자동 조향 기능이 강화된 농기계가 보급되면서, 숙련 인력 한 명이 여러 필지를 관리하는 구조도 확산되고 있다.

 

대만의 접근 방식은 또 다르다. 대만은 농업 인구 고령화와 함께 청년 농업인 유입을 동시에 추진해 왔다. 이 과정에서 농기계 문제는 ‘고령자에게 가르칠 대상’이 아니라 ‘청년에게 맡길 역할’로 재정의되었다. 농기계 운전과 유지·보수, 드론 방제, 스마트 농기계 운용은 청년 농업인의 주요 업무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 고령 농업인은 토지 제공자이자 경험의 전달자로 남고, 기계는 세대 간 분업을 통해 활용된다.

 

두 나라의 공통점은 고령자에게 기계 조작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본과 대만은 “왜 못 다루느냐”를 묻지 않는다. 대신 “누가 다루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가”를 묻는다. 농기계는 개인의 숙련 문제가 아니라, 지역 농업 시스템의 문제로 다뤄진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정책은 여전히 개인 농가 단위에 머물러 있다. 공공 농기계 임대소는 늘어났지만, 임대 이후의 조작과 안전은 농가 책임으로 남아 있다. 고령 농업인이 기계를 빌려도, 실제로 쓰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이유다. 기계 보급률은 높아지지만, 작업 효율은 기대만큼 오르지 않는다.

 

이제 농기계를 더 보급할 것인가의 문제 못지않게 농기계를 누가,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의 문제에도 답을 제시해야 할 때다. 고령 농업이 현실이 된 지금, 농기계 정책은 교육 중심이 아니라 분업 중심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기계를 잘 다루는 사람이 농촌에 남도록 하고, 그 기술이 지역 전체를 위해 쓰이도록 설계해야 한다.

 

농업의 미래는 최신 기계 그 자체에 있지 않다. 기계와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재구성하느냐에 달려 있다. 일본과 대만이 보여 주듯, 고령 농업의 해법은 ‘기계를 더 주는 것’이 아니라 ‘기계를 맡길 구조를 만드는 것’에 있다. 이제 전남 농업도 그 질문을 피할 수 없는 시점에 와 있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6. 한·일·대만 농업의 외국인 노동자 고용과 전남 농업..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6.1.5.).

허북구. 2025. 전남 농업, 기계화로 인건비 위기 넘어서야.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5.9.11.)

허북구. 2025. 외국인 근로자의 덫에 빠진 전남 농업, 괜찮은가?.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 칼럼(2025.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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