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새해가 되면서 전남의 각 지자체에서는 어김없이 농업인 실용교육이 시작되고 있다. 새해 영농계획을 세우고, 작물별 재배 기술과 병해충 대응, 농기계 안전 교육 등을 점검하기 위한 목적이다. 고령화와 기후 변화,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이러한 교육은 농업인의 한 해를 좌우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최근에는 단순한 이론 전달을 넘어, 실제 농가 상황에 맞춘 현장 중심 교육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그러나 농촌 현장의 구조는 이미 크게 달라졌다. 외국인 농업노동자의 비중이 해마다 증가하면서, 이들이 농업 생산 과정에서 차지하는 역할 역시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과거처럼 단기간 체류하며 단순 노동만 수행하는 경우도 여전히 존재하지만, 농장에 따라서는 장기체류를 하며 지역 특용 작물 재배의 핵심 공정을 담당하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적지 않다. 파종 시기와 관리 요령을 숙지하고, 수확 시기와 품질 기준을 몸으로 익힌 이들은 사실상 농장의 ‘기억’을 공유하는 인력이다.
전남 각 지자체 역시 이러한 현실을 인식하며 외국인 노동자 정책에 나서고 있다. 외국인 숙소 건립 지원, 체류 연장과 귀국 절차가 원활하도록 하는 행정 편의 제공 등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 단계다. 생활 여건과 행정 절차에 대한 지원은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 가장 필요한 농업 실용교육 등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의 농업인 실용교육은 대부분 내국인 농업인을 대상으로 설계돼 있어, 외국인 노동자들은 기술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러한 현실과 비교해 보면 일본과 대만의 접근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은 외국인 농업노동자를 기술연수제나 특정기능 제도를 통해 받아들이면서, 이들을 단순 인력이 아니라 일정 수준의 기술을 습득해야 하는 현장 인력으로 관리해 왔다. 교육은 농작업 안전, 농기계 사용, 작물별 표준 재배 방식, 현장의 규칙과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반복적으로 익히는 데 초점을 둔다.
최근에는 기존 연수 중심 제도의 한계를 인식하고, 기능 수준을 공식적으로 평가해 상향 이동할 수 있는 제도 개편도 추진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를 소모성 인력이 아니라, 농장의 생산성을 안정적으로 떠받치는 숙련 인력으로 전환하려는 흐름이다.
대만의 경우는 한발 더 나아간다. 외국인 농업노동자를 대상으로 입국 전·후 기초 교육을 실시하고, 현장 실습형 인턴십과 장기 근로자를 위한 기술 향상 경로를 단계적으로 마련해 왔다.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한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작물 관리와 방제, 수확 계획 등 보다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추가 교육의 길을 열어 준다. 이 과정에서 교육은 교실 수업이 아니라, 현장에서 함께 일하며 표준을 익히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농업 생산의 연속성을 중시하는 대만 농업 구조가 반영된 결과다.
이러한 사례와 외국인 농업노동자의 비중이 구조적으로 늘어난 상황을 감안하면 농업 교육을 내국인 농업인에게만 한정하는 방식은 현장의 실제와 점점 어긋난다. 장기체류 외국인 노동자에게도 작물 특성, 재배 표준, 작업 안전, 기본적인 기술 이해를 제공한다면, 이는 단순한 배려나 복지의 문제가 아니다. 농작업 오류를 줄이고, 품질 편차를 낮추며, 농가의 경영 리스크를 줄이는 실질적인 투자다.
농업인 실용교육은 이제 농업인의 국적이 아니라, 농업 현장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기준으로 재설계될 필요가 있다. 숙소와 체류 행정 지원이 ‘머물 수 있게 하는 조건’이라면, 실용교육은 ‘함께 일할 수 있게 하는 조건’이다. 일본과 대만의 경험은 전남 농업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참고할 만한 분명한 방향을 제시한다. 농업의 지속성은 땅과 작물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그 농업을 함께 떠받치는 사람에 대한 교육과 투자가 그 출발점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6. 한·일·대만 농업의 외국인 노동자 고용과 전남 농업..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6.1.5.).
허북구. 2025. 전남 농업, 기계화로 인건비 위기 넘어서야.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5.9.11.)
허북구. 2025. 외국인 근로자의 덫에 빠진 전남 농업, 괜찮은가?.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 칼럼(2025.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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