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새해가 되면 각 기관과 지자체는 농민을 대상으로 한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한다. 한 해 농사를 준비하는 출발선에서 교육은 여전히 중요하다. 농업은 기후와 토양뿐 아니라 정책, 제도, 시장 변화에 민감한 산업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지원 정책과 기술 흐름, 유통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그 피해는 곧바로 농민 개인의 손실로 이어진다. 그런 점에서 농업 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교육의 내용과 방식이 과연 지금의 농업 현실을 제대로 따라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농업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기후 위기와 고령화, 노동력 부족, 스마트농업 확산, 외국인 계절근로자 확대 등 농민이 고려해야 할 변수는 과거보다 훨씬 많아졌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의 확산으로 농민들 스스로 국내외 농업 정보에 쉽게 접근하고, 여러 자료를 비교·선별하며 평가하는 능력도 크게 높아졌다.
그럼에도 일부 농업 교육 현장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온다. 농민들은 이미 AI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정책 자료와 해외 사례, 작목별 기술 정보를 찾아보고 있다. 그런데도 강의 내용은 수년 전 자료를 그대로 반복하거나, 현장과 동떨어진 이론 중심 설명에 머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 “인터넷에서 더 자세히 확인한 내용”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강사진 구성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같은 사람이 비슷한 내용을 여러 해 반복해 강의하는 구조에서는 새로운 시각이나 최신 정보가 들어오기 어렵다. 아는 강사 위주로 프로그램이 꾸려지거나, 다른 지역·기관에서 운영하던 교육을 그대로 가져와 전남의 작목 구조나 농업 여건과 맞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다. 교육이 농민의 실제 수요가 아니라 행정의 편의에 맞춰 설계될 때, 현장 공감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한 지역의 도시농업 교육 프로그램을 살펴보니, 옥상 텃밭과 정원 조성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수강생들을 조사해 보니 대부분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었고, 단독주택에 거주해도 식물을 가꿀 수 있는 옥상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옥상 텃밭이나 정원은 농지가 거의 없는 싱가포르나 홍콩과 같은 도시국가에서는 의미 있는 주제일 수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공지가 많고 농촌 공간이 넓은 우리나라, 특히 전남의 현실에서는 대상 자체가 제한적이다. 수강생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작목 관리, 소규모 농기계 활용, 유통·가공 교육 등 다른 과목을 개설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교육이 반복되면 농민의 태도도 달라진다. 처음에는 기대를 갖고 참여하지만, 점차 불성실해지고 교육 전반에 대한 불신이 쌓인다. “어차피 형식적인 교육”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 정작 꼭 필요한 교육이 열려도 외면받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는 단순한 참여율 저하를 넘어, 농업 정책과 행정 전반에 대한 신뢰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이제 농업 교육은 가르치는 사람 중심에서 듣는 사람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AI 시대의 농민은 정보를 수동적으로 전달받는 대상이 아니라, 정보를 비교하고 판단하는 주체다. 교육은 단순히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판단 기준을 세워주고 현장에 맞게 해석하는 힘을 키워주는 과정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 내용의 상시 점검과 업데이트, 강사진의 다양화와 전문성 강화, 지역 실정과 농민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설계가 필수적이다.
전남 농업은 지역별 특성과 잠재력이 큰 만큼 농업 교육의 역할 또한 크다. 교육이 시대와 수요에 맞게 바로 서야 농업도 지속 가능해진다. 새해를 맞아 전남의 농업 교육이 형식과 관행에서 벗어나, 농민이 신뢰하고 실제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재정비되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전남 농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6. 전남 농업 실용교육의 사각지대, 외국인 농업노동자.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6.1.8.).
허북구. 2024. 전남 농업교육, 지역 실정에 맞게.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4.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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