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말 한마디로 싸움이 시작되고) 분리․징계․처벌의 공간이던 소년원이, (이제는 마음을 드러내는 연습을 통해서) 대화․이해․회복의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법무부(장관 정성호) 전주소년원(송천중고등학교)이 소년원 내 폭행․괴롭힘 등 갈등 문제를 더 이상 징계로만 처리하지 않고, 관계 회복과 성찰을 중심으로 한 '회복적 사법'(Restorative Justice) 체계로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전주소년원의 ‘회복적 사법’ 혁신은 소년원 내 갈등을 단순 징계로 종결하던 응보적 모델에서, 관계 회복․공감․책임을 중심으로 한 친인권적 생활지도 모델로의 전환이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변화다.
■ 처벌 중심에서 회복 중심으로...‘소년이 바뀌는 방식 자체를 바꾼 실험“
전주소년원은 오랜 기간 유지되어 온 응보적 징계 모델로는 갈등 재발을 막기 어렵고, 소년들의 행동을 장기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현장의 문제의식에서 이번 혁신을 시작했다.
김정은 정신건강 담당자는 “징계는 순간적으로 문제를 멈출 순 있어도, 소년의 마음과 관계를 변화시키진 못한다”라며, “가해자는 책임을 배우고, 피해자는 안전을 회복하며, 양측 모두 관계 회복을 경험함으로써 비행의 고리를 끊는 것이 회복적 사법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전주소년원의 회복적 사법 퍼실리테이터 양성과정은 총 8회기․30시간 이상으로 운영된다. 회복적 사법 가치와 갈등 분석, 공감적 경청, 개방형 질문기법 등 이론 교육을 시작으로, 실제 상황 기반 롤 플레이와 모의 서클을 통해 언어․표정․질문 기술을 훈련한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생활실․교실 등 실제 갈등 현장에서 코칭을 받는 3단계 전문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교사들은 ’규정 전달자‘에서 ‘관계 조정자’로 변하며, 2023년부터 현재까지 3기 27명의 퍼실리테이터가 배출되었다. 이들은 갈등의 중립 조정자 역할을 수행하며 보호소년들의 정서 회복, 공감 능력 증진, 관계 회복을 돕는 전문가로 활동하며, 친인권적 수용 안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 현장에서 나타난 극적인 변화들
사례 1) 5분 만에 ‘징계 사안’이 ‘관계 회복’으로 전환
생활실 내에서 두 소년원생 간의 거친 언쟁이 발생했다. 기존 같으면 “그만두지 못해?”라는 고성과 함께 곧바로 뒷방으로 불리는 징계방으로 분리 조치가 내려졌을 상황에서, 교사는 이렇게 중재했다. “잠깐, 너희 다칠까 봐 걱정된다!”. 강압 대신 진정성을 담은 한마디로 긴장이 빠르게 누그러졌다. 곧이어 서로를 이해시키기 위한 질문을 건넨다. “상대방이 알아줬으면 하는 걸 말로 표현해 볼래?”라는 질문으로 상황은 ‘징계가 아닌 ‘이해‘의 장으로 바뀌었다. 단 5분의 개입으로 폭발 직전의 갈등은 치유․성장의 기회로 전환됐다.
사례 2) 회복적 서클(RC) - 스스로 끌어낸 화해
폭행 사건 당사자들이 원형으로 둘러앉아 진행한 회복적 서클에서, 가해 소년 A군은 처음으로 자기 행동을 돌아보았다. “징계를 피하려고 왔는데, 피해자의 생각을 듣고 나니 내가 정말 잘못했다는 걸 알았어요” 이에 피해 소년 B군 역시 마음을 열었다. “나에게 중요한 건 처벌이 아니라 안전하게 지낼 수 있다는 확신이었어요” 두 소년은 “마주치면 묵례하기” 같은 작지만, 실천할 수 있는 약속을 정하며 관계 회복을 스스로 선택했다.
■ 교사도 변화...“규정 중심에서 관계 중심 교육자로 성장”
학생들뿐 아니라 교사들의 변화도 크다. “예전엔 ‘규정대로 해!’가 먼저였어요. 이제는 갈등의 본질을 이해하고 관계를 회복시키는 것이 진짜 교육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가정에서도 써보고 싶을 정도로 효과가 큽니다.” (퍼실리테이터 교사)
회복적 서클에 참가한 소년들은 “왜 화가 났는지”, “사실은 무엇을 원했는지”를 이해하면서 공격적 대응이 줄고, 표현 능력과 자기 조절력이 획기적으로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소년원이 마지막 학교라면, 회복적 사법은 마지막 기회의 교육”
임춘덕 교무과장은 "소년원은 단순히 법을 집행하는 곳이 아니라, 실수한 소년들이 다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마지막 학교'라며, “회복적 사법은 소년들이 상처를 직면하고, 관계를 회복하며, 당당히 사회로 복귀하도록 돕는 가장 따뜻하면서도 강력한 교육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전주소년원은 향후 ① 퍼실리테이터 과정 확대, ② 전 교직원 대상 회복적 교육 정례화, ③ 회복적 서클의 생활지도 전면 적용 등을 통해 징계․통제 중심 문화를 ‘존중․공감․관계 회복’의 문화로 혁신해 나갈 계획이다.
■ 새로운 소년 교화 모델의 탄생
전주소년원의 회복적 사법 도입은 소년 교화 분야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혁신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변화는 단순한 정책 시행이 아니라, “갈등을 성장이 되게 하는 교육”, “처벌보다 회복이 강력한 변화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실험이다.
전주소년원은 앞으로도 회복적 사법 기반의 교육혁신을 통해 ‘친인권․관계 중심 교정’이라는 새로운 표준 모델을 선도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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