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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6차산업의 성과와 한계, 전남 농업의 선택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2026-01-20
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새해가 시작되면 농업 기관과 현장은 동시에 분주해진다. 정책은 새로운 계획을 내놓고, 현장은 그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한다. 매년 반복되는 연초 풍경이지만, 농업을 둘러싼 여건이 빠르게 변하는 지금 이 분주함은 단순한 준비가 아니라 선택의 과정에 가깝다.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어떤 방향을 택할 것인가가 더 중요해진 시기이기 때문이다.

 

최근 영농을 시작한 대학 제자로부터 일본의 농촌융복합산업, 이른바 6차 산업에 대한 참고 자료를 요청받았다. 새로운 시도를 앞두고 이미 걸어간 길의 성과와 시행착오를 먼저 살펴보고 싶다는 뜻이었다. 아마도 이는 사업을 시작한 이후의 실패를 줄이기보다, 선택 단계에서부터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려는 고민으로 이해됐다.

 

이런 질문은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농업 현장 곳곳에서 공통으로 제기되고 있는 고민이기도 하다. 그래서 전남 농업 현장에서 도움이 될까 해서 간략하게나마 일본의 6차산업의 성과와 한계 그리고 새로운 방향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소개한다.

 

일본의 6차 산업은 한때 농업의 미래를 바꿀 새로운 해법으로 주목받았다. 농산물을 생산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가공과 유통, 관광과 서비스를 결합해 부가가치를 지역 안에서 창출하겠다는 발상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흔들리던 농촌에 분명한 희망을 제시했다. 일본은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6차 산업을 국가 농정의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제도와 재정을 집중해 왔다.

 

그 결과 일정한 성과도 분명히 나타났다. 원물 중심이던 농업 구조에서 벗어나 가공품과 체험 상품이 늘어났고, 일부 지역에서는 농산물의 가격 결정력이 높아졌다. 직매장과 농촌 체험을 중심으로 지역 방문객이 증가하고, 농업이 관광·외식·문화와 결합하는 사례도 축적됐다. 특히 생산과 소비의 거리가 짧아지면서 ‘지역 농업을 지역에서 소비한다’라는 인식이 확산된 점은 일본 6차 산업의 중요한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 이면에는 분명한 한계도 존재했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6차 산업을 ‘농가 개인의 역할 확대’로 접근한 초기 정책 방향이었다. 농업인이 생산자이자 가공업자, 판매자, 관광 운영자까지 맡는 구조는 이론적으로는 이상적이지만, 현실에서는 과중한 부담으로 작용했다. 고령 농가가 많은 일본 농촌에서 다기능 경영은 지속되기 어려웠고, 초기 지원이 끝난 뒤 사업이 중단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또 다른 한계는 시설 중심의 정책 집행이었다. 가공센터, 직매장, 체험시설이 곳곳에 들어섰지만, 시장 분석과 상품 기획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지역 특성과 맞지 않는 가공품, 차별성 없는 상품이 양산되면서 일부 시설은 유지비 부담만 남긴 채 지역의 짐이 되기도 했다. 이는 6차 산업을 ‘건물을 짓는 사업’으로 이해한 결과였다. 성공 사례의 편중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관광 수요와 접근성이 좋은 일부 지역은 6차 산업을 발판 삼아 성장했지만, 그렇지 못한 지역은 비슷한 모델을 도입하고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결국 6차 산업은 만능 해법이 아니라, 지역 여건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 선택지 중 하나임이 분명해졌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일본의 6차 산업은 점차 새로운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농가 개인이 모든 것을 떠안는 구조에서 벗어나, 생산·가공·판매·관광을 지역 차원에서 분업하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농업인은 생산에 집중하고, 가공은 공동시설이나 전문 법인이, 판매와 관광은 별도의 조직이 맡는 구조다. 이는 농가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사업의 지속성을 높이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유형은 농업인은 생산에 집중하고, 가공, 판매 등은 농회(우리나라 농협과 유사 조직)가 나서고 있는 대만의 농업 모델과 유사하다. 이러한 흐름과 농가 고령화와 인력 부족이라는 우리나라 농업 현상이 대만 및 일본과 유사한 구조적 문제로 나타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일본의 경험은 6차 산업을 ‘농업인의 추가 부담’으로 설계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알 수가 있다. 그리고 전남 농업이 선택해야 할 길은 개별 농가 중심의 6차 산업이 아니라, 지역이 역할을 나누고 함께 완성하는 구조가 보다 현명할 수 있다는 방향성을 제시한다.

 

또한 가공품 하나를 더 만드는 데서 멈추기보다, 음식과 문화, 체험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는 전략이 필요하다. 일본이 겪은 성과와 한계는 6차 산업이 여전히 유효한 개념이지만, 그 성공 여부는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구조를 짜느냐’에 달려 있음을 보여 준다. 전남 농업의 선택은 이제 6차 산업을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시대에 맞게 지역 산업으로 다시 설계하고 실생해야 한다는 점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대만 농회의 농산물 상품화 전략과 전남지역 농협의 과제.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5-11-25).

허북구. 2021. 전남 농특산물의 상품화 제안, 허북구 농업칼럼. 세오와 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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