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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의 토종 식재료 농업과 음식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2026-01-21
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전라남도는 1월의 친환경농산물로 ‘함평 냉이’를 선정해 발표했다. 냉이는 우리나라 전통 나물 자원 가운데서도 대표적인 겨울·초봄 식재료다.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고, 면역력 증진과 혈액순환 개선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겨울철 신선 채소가 부족한 시기에 식탁을 지탱해 온 건강 먹거리이기도 하다.

 

냉이는 늦겨울에서 이른 봄에 산과 들에 자란 것들을 잠깐 캐서 나물로 만들어 식용하는 식물인데, ‘함평 냉이’로 인해 시골에서‘봄철에 잠깐 캐 먹는 나물’에 머물지 않게 되었다. 함평의 한 농가는 냉이를 무농약으로 약 4천 평 규모에서 재배해 연간 2톤가량 생산하고, 이를 통해 약 5천만 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늦겨울에서 이른 봄까지 야산과 들에서 흔히 보던 냉이가, 계획 재배와 유통을 통해 안정적인 농가 소득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전통 식재료가 충분히 농업 자원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우리 민족은 냉이뿐 아니라 쑥, 달래, 씀바귀, 돌나물처럼 수많은 야생식물을 식재료로 활용해 왔다. 이러한 나물 문화는 지금도 전남의 시골 마을 곳곳에 살아 있고, 전통시장에서는 여전히 다양한 식재료가 유통되고 있다.

 

그러나 시선을 도시로 돌리면 상황은 크게 다르다. 대형마트나 대형 식료품점에서 만날 수 있는 전통 식재료는 대량 재배가 가능한 일부 품목에 국한된다. 냉이 역시 예외가 아니다. 대규모 생산 체계에 편입되지 않은 다수의 전통 식재료는 유통망에서 사라지고 있다.

 

유통되지 않는 식재료는 곧 ‘먹을 기회가 없는 음식’이 된다. 전통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온 도시의 어르신들은 재료를 구하지 못해 손맛을 이어갈 수 없고, 젊은 세대는 그 음식을 맛볼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 맛의 호불호를 논하기 이전에, 경험 자체가 단절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통 식재료를 활용한 음식에 대한 수요가 생길 수 없고, 수요가 없으니 농촌의 소득과 연결될 길도 함께 막힌다.

 

따라서 ‘함평 냉이’ 모델의 의미는 돋보인다. 냉이는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식재료이고, 건강성과 계절성이라는 강점도 분명하다. 여기에 친환경 재배, 지역 이름을 건 브랜드화, 안정적인 생산과 유통이 더해지면서 농업과 음식, 소득이 하나의 구조로 연결됐다. 이는 단일 품목의 성공 사례를 넘어, 전남 전역에 적용할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한다.

 

앞으로 전남 농업에서 필요한 것은 이러한 모델을 다수 발굴하고 확산하는 일이다. 냉이처럼 이미 문화적 기억이 남아 있는 토종 식재료를 발굴해 재배 기술을 정립하고, 이를 활용한 음식 경험을 다시 사회로 끌어올려야 한다. 전통시장에서만 머무는 식재료를 지역 브랜드로 키우고, 음식과 연결해 수요를 만들 때 비로소 농촌의 소득 증대와 식문화의 전승이 동시에 가능해진다.

 

전남의 토종 식재 농업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미래의 자산이다. ‘함평 냉이’는 그 가능성을 보여 주는 출발점일 뿐이다. 이러한 사례들이 이어질 때, 전남의 농업은 생산을 넘어 음식과 문화, 그리고 지속 가능한 지역 소득 구조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자생 나물, 우수종 선발해 자원 가치 높여야.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5-4-25).

허북구. 2025. 남도의 나물 문화, 오래된 채식의 지혜.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5-4-22).

허북구. 2021. 전남 농특산물의 상품화 제안, 허북구 농업칼럼. 세오와 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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