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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통합의 빛과 그림자, 전남 농업의 자리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2026-01-22
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광주·전남 행정통합 논의가 빠르게 구체화되고 있다. 특별법 초안 공개, 국회 간담회, 시·도민 공청회까지 이어지며 광주·전남구상은 더 이상 추상적인 아이디어가 아니게 되었다. 통합이 가져올 산업·교통·정주 여건의 변화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논의의 전면에는 ‘성장’과 ‘효율’이 놓이는 반면, 전남의 현실을 떠받치는 농업과 농촌의 문제는 상대적으로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커진다.

 

실제로 공청회와 도의회, 농업계에서는 ‘광주 쏠림’과 ‘농촌 소외’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통합이 성공하려면, 이 우려에 대한 해법이 처음부터 함께 설계돼야 한다. 전남은 도시 중심 통합 논리만으로 다루기 어려운 지역이다. 농업은 전남의 여러 산업 중 하나가 아니라, 생활권의 바탕이자 지역 정체성의 핵심이다.

 

2024년 기준 전남의 농가인구는 약 29만 명에 이른다. 여기에 농업에 직·간접적으로 의존하는 농촌 생활권까지 포함하면, 통합의 영향을 받는 인구는 훨씬 커진다. 통합 설계가 도시 기준으로 기울 경우, 피해의 범위는 일부 농업 종사자에 그치지 않고 전남 전역의 농촌 사회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해외의 행정통합 사례는 이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지방정부 대통합(1998~2001년)에서는 비용 절감과 효율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재산세와 인건비, 부채가 늘어나 “통합이 곧 절감”이라는 기대가 어긋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농촌 주민들은 의사결정이 더 멀어지고, 체감 부담이 커졌다고 느꼈다.

 

일본의 ‘헤이세이 대합병(1999~2010년)’ 역시 자치단체 수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며 행정 규모를 키웠지만, 산간·농촌 지역에서는 공공서비스 축소, 학교와 공공시설 통폐합, 행정 중심의 도시 집중, 지역 정체성 약화 같은 ‘주변화’ 현상이 동시에 나타났다. 합병 이후 구 정·촌 지역의 본청이 지소로 전환되고, 주민들이 먼 본청까지 이동해야 하는 불편과 요금·세부담 증가 사례도 적지 않게 보고됐다.

 

초·중학교 및 공공시설 통폐합 등 합리화로 행정서비스 저하”가  통합된 지역에서 공통으로 지적되었다. 일본은 합병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지역구(地域自治区), 합병특례구(合併特例区) 같은 제도 장치를 두두었으나 합병 후 행정·지방도시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주민 평가에서 비합병 자치단체가 합병 자치단체보다 행정서비스 평가가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보고되었다.

 

덴마크의 2007년 광역 통합도 비슷하다. 271개 지자체를 98개로 줄인 이후 행정 중심이 대도시에 집중되면서 ‘거리가 멀어진 주민’ 문제가 실제 연구 주제가 되었고, 기대했던 행정비 절감 효과도 충분히 나타나지 않았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이들 사례는 서로 다른 제도와 문화 그리고 시기적으로 상당히 앞선 시기에 진행됐지만, 농업·농촌에서 반복되는 경고는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

 

통합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패턴은 ▲농촌의 정치적·행정적 대표성 약화, ▲민원·지원·농지행정 접근성 악화, ▲예산과 인허가의 도시 편향, ▲농업 전문 인력과 조직의 축소, ▲요금·세금·부담의 체감 증가, ▲토지이용·농지보전 등 계획 체계 통합 과정의 충돌과 공백, ▲지역 정체성과 마을 공동체 기능의 약화로 요약된다. 이는 통합이 ‘행정 효율’의 언어로만 추진될 때 농촌이 구조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광주·전남 통합이 진정한 상생의 길이 되려면, “어느 한쪽도 손해가 없게”라는 선언을 넘어 농업과 농촌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가 특별법과 실행 설계에 먼저 들어가야 한다. 예컨대 농지와 농업 기반을 지키는 농업특별구역의 법적 지위, 광역정부 내 농업·농촌 전담조직과 별도 예산 트랙, 농촌 주민의 이동권과 행정접근권을 보장하는 서비스 최소기준, 도시 개발 논리로 농지 인허가가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농지·환경·수자원 계획의 우선 원칙이 명확히 규정돼야 한다.

 

통합은 단순한 행정구역의 결합이 아니라 생활권의 재설계다. 전남처럼 농촌과 농업인구의 비중이 큰 지역에서는, 통합의 빛이 도시에서 먼저 비칠수록 그 그림자는 농촌에 더 길게 드리울 수 있다. 결국 통합의 성패는 ‘얼마나 빨리 합치느냐’가 아니라, ‘농촌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얼마나 세밀하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통합 논의 과정에서 전남의 농업은 전남의 여러 산업 중 하나가 아니라, 생활권의 바탕이자 지역 정체성의 핵심이라는 점을 한 순간이라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참고문헌

西原純. 2016. 平成の大合併後の自治体行政および地方都市の現状とあり方. 地理科学 71(3):89–106.

허북구. 2021. 전남 농특산물의 상품화 제안, 허북구 농업칼럼. 세오와 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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