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농촌을 기반으로 하는 전남 지역 지자체의 정책 기사나 보도자료를 보면 ‘돌아오는 청년’이라는 표현이 유난히 자주 등장한다. 이 표현은 독립적으로 쓰이기보다는 대개 스마트농업과 함께 묶여 사용된다. 자동화 시설, 데이터 기반 재배, 인공지능과 로봇이 결합된 미래형 농업을 제시하면, 젊은 세대가 농업을 새로운 기회 산업으로 인식하고 농촌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가 그 배경에 깔려 있다.
실제로 정부의 스마트팜 정책과 청년농 육성 정책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설계되어 왔다. 이러한 기대 자체가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스마트농업은 분명 농업의 이미지를 바꾸고 있다. 흙 묻히며 고된 노동을 하는 산업이 아니라, 기술과 데이터, 설비를 운영하는 전문 직업으로 농업을 재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일부 청년들이 농업에 새롭게 진입하는 변화도 실제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스마트농업이 ‘청년 농업인’을 늘리는 것과, ‘농촌에 사는 청년 인구’를 늘리는 것은 같은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농업은 구조적으로 1차 산업이다. 아무리 지능화되고 자동화되어도, 기본적으로 원물을 생산하는 산업이라는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 산업 구조를 보면, 한국뿐 아니라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1차 산업과 2차 산업 종사자의 비중은 전체 고용의 일부에 불과하고,
다수의 일자리는 서비스업에 존재한다. 농촌 인구가 줄어든 이유 역시 농업이 ‘낙후되어서’라기보다, 농업이 차지하는 고용 비중 자체가 작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스마트농업은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이다. 이는 농가의 경쟁력과 지속 가능성에는 긍정적이지만, 동시에 노동 수요를 줄이는 방향으로 작동할 가능성도 크다.
자동화와 데이터 기반 재배는 같은 면적에서 더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생산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마트농업이 확산될수록 농업 자체가 필요로 하는 인구는 오히려 줄어들 수도 있다. 이 점에서 스마트농업을 ‘농촌 인구 회복의 단일 해법’으로 기대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다. 스마트농업은 농업의 계승자를 만드는 데에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농촌이 젊은 세대가 다수 거주하는 공간으로 바뀌기는 어렵다.
농촌에 청년이 많이 살게 되려면, 농업 외에도 다양한 일자리와 직업 선택지가 존재해야 한다. 여기서 핵심이 되는 것이 바로 서비스산업과의 결합이다. 농업이 단지 원물을 생산해 출하하는 데 머물면, 그 산업이 만들어내는 고용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농업이 관광, 교육, 치유, 음식, 문화, 체험, 콘텐츠 산업과 결합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농장은 생산 시설이자 체험 공간이 되고, 작물은 식재료이자 스토리텔링의 소재가 되며, 농촌은 소비와 경험이 이루어지는 서비스 산업의 무대가 된다.
이 과정에서는 농부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기획자, 운영자, 요리사, 디자이너, 콘텐츠 제작자, 마케터, 교육자, 상담사 등 다양한 서비스 직종이 함께 필요해진다. 바로 이 부분에서 농촌은 ‘일할 곳이 있는 공간’이 되고, 젊은 세대가 머무를 수 있는 생활 터전이 된다.
청년들이 농촌으로 오는 이유는 단순히 농사를 지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전공과 직업을 농촌에서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농업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그것은 단순한 생산 기술이 아니라, 농촌 서비스산업을 떠받치는 원천 데이터이자 콘텐츠 공급 기반으로 작동해야 한다.
농촌 인구 문제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구조의 문제다. 스마트농업은 농업의 미래를 바꾸는 중요한 도구이지만, 농촌의 인구 지도를 바꾸려면 그 위에 관광, 치유, 식문화, 교육, 로컬 브랜드 산업이 함께 쌓여야 한다. 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농사를 넘어서는 일자리가 먼저 필요하다. 스마트농업은 그 출발점일 수는 있지만, 해답 그 자체는 아니다.
따라서 전남의 농촌 지자체가 청년이 머물 수 있는 지역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스마트농업에 그치지 않고 농산물을 원물로 활용하는 가공·외식·체험·치유·관광·콘텐츠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농업이 생산에만 머무는 한 일자리는 제한되지만, 원물이 서비스와 산업으로 확장될 때 비로소 농촌은 ‘일할 곳’이자 ‘살 곳’이 된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6. 일본에서 6차산업의 성과와 한계, 전남 농업의 선택.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5-01-20).
허북구. 2025. 스마트농업 전환기, 전남 농업기술원이 해야 할 일.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5-05-08).
허북구. 2021. 전남 농특산물의 상품화 제안, 허북구 농업칼럼. 세오와 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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