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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농협, 일본 JA, 대만 농회와 농업·농촌의 미래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2026-01-26
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최근 언론 기사를 보면, 농협이 추진하는 여러 사업 가운데 상당 부분이 농업기술원이나 농업기술센터의 고유 업무와 겹치고 있다는 지적이 반복해서 제기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행정 비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농협이 본래의 협동조합 역할과 국가 농정의 집행 창구 사이에서 정체성이 모호해진 구조적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동아시아의 농업은 비슷한 출발선에서 시작했다. 쌀을 주식으로 삼고, 가족농과 마을 공동체를 기반으로 성장했으며, 국가 주도의 근대화를 거쳤다. 한국·일본·대만은 모두 농민을 조합원으로 하는 협동조합형 조직, 즉 한국의 농협, 일본의 JA, 대만의 농회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도 닮아 있다.

 

이들 조직은 금융·유통·영농지도·정책 협력 기능을 함께 수행하며 각국 농정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해 왔다. 그러나 오늘날 농촌의 풍경은 크게 갈라져 있다. 일본은 농업의 위상이 여전히 높고, 대만은 지역 농촌 공동체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반면, 한국의 농촌은 급속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 소득 불안 속에서 흔들리고 있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우선 한국의 농협, 일본의 JA, 대만의 농회의 조직은 모두 법률에 근거한 협동조합 체계이며, 농민이 조합원이다. 정부 산하 기관도, 순수 민간단체도 아니다. 다만 정부와의 관계 설정, 권한의 배분, 그리고 지역과 맺는 방식이 서로 다를 뿐이다. 한국 농협은 지역 단위농협이 모여 중앙회를 이루는 연합형 협동조합이다.

 

금융(농협은행·금융지주)과 경제(유통·자재·가공) 기능을 동시에 갖춘 통합 구조를 통해 전국 단위의 규모의 경제와 금융 안정성을 확보해 왔다. 동시에 정부 정책의 전달과 집행에서 중요한 역할도 맡아 왔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는 중앙 중심의 의사결정과 실적·재무 논리를 강화시키는 결과를 낳았고, 그 과정에서 현장 농민의 삶과 지역의 구체적 필요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다는 비판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일본의 JA 역시 법과 제도 아래 운영되는 협동조합 연합체이지만, 지역 JA와 전국 조직(JA Zenchu, JA Bank, JA Kyosai 등) 간의 연결 속에서 조합원 기반의 정치·정책 영향력이 강하게 작동한다. 농업·식량·관세·가격 정책을 둘러싼 주요 결정 과정에서 JA의 의견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며, 그 결과 일본 농업은 시장 논리뿐 아니라 농민 조직의 집단적 의사가 정책에 반영되는 구조를 유지해 왔다.

 

대만의 농회는 중앙 연합체와 함께 현·시·읍 단위의 지역 농회가 강하게 기능하는 구조다. 농산물 판매와 신용, 기술 보급은 물론 농민 교육·복지·생활 지원까지 폭넓게 담당하며, 농회는 지역 농촌의 사회적 인프라 역할을 수행한다. 지방정부와의 연결도 비교적 촘촘해, 농업 정책이 지역 주민의 삶과 직접 맞닿는 통로로 작동한다.

 

세 나라의 차이는 협동조합이 어디에 무게중심을 두고 작동해 왔는가에 있다. 한국은 중앙 통합과 금융·유통의 효율을, 일본은 조합원 기반의 정책 영향력을, 대만은 지역 공동체의 일상적 필요를 상대적으로 더 중시해 왔다. 이러한 선택의 축적이 오늘의 농업·농촌 풍경을 갈라놓았다.

 

한국의 농협은 농민과 지역보다 중앙 조직과 금융 논리가 앞서온 구조적 한계에 대한 비판이 존재한다. 농민의 소득과 지역의 지속 가능성보다 조직의 규모와 실적이 우선되는 체계 속에서, 협동조합 본래의 의미는 점차 희미해져 왔다는 평가도 많다.

 

따라서 한국 농협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일본과 대만의 사례 속에 있다. 일본 JA가 보여준 조합원 중심의 정책 영향력, 그리고 대만 농회가 구축해 온 지역 생활과 밀착된 농업 조직 모델은 한국 농협이 회복해야 할 두 축이다. 농협이 다시 농민의 목소리를 정책으로 연결하고, 지역 농업과 일상을 지탱하는 공동체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때, 농업은 금융과 유통을 넘어 삶의 기반 산업으로 되살아날 수 있다.

 

특히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심화되는 전남과 같은 지역에서는 이 전환이 더욱 절실하다. 농협은 단순한 금융 창구나 농산물 판매 조직을 넘어, 지역 농산물의 가공·유통·브랜드화와 6차 산업의 핵심 주체로 기능해야 한다. 농산물이 원물로만 출하되는 구조에서는 농민 소득도, 지역 일자리도 만들어지기 어렵다. 가공·체험·관광·식문화·치유 프로그램이 결합된 산업 구조 속에서 농협이 조정자이자 투자자, 플랫폼 역할을 할 때 비로소 지역에 부가가치가 남는다.

 

농민의 생산, 지역 기업의 가공, 청년의 창업, 도시 소비자의 수요를 하나의 가치사슬로 묶어내는 조직으로 변모할 때 한국 농협은 협동조합 본래의 역할을 회복하게 된다. 일본의 조합원 중심 모델과 대만의 지역 밀착형 농회, 그리고 한국 농협의 통합적 유통·금융 역량이 결합될 때, 농업은 단순한 1차 산업을 넘어 지역을 살리는 전략 산업으로 다시 설 수 있다. 농업의 경쟁력은 이제 생산량이 아니라, 지역에 얼마나 많은 일자리와 산업, 삶의 이유를 남길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6. 일본에서 6차산업의 성과와 한계, 전남 농업의 선택.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5-01-20).

허북구. 2025. 대만 농회의 농산물 상품화 전략과 전남지역 농협의 과제.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5-11-25).

허북구. 2025. 농산물 가공과 유통에 적극적인 대만 농회.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5-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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