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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에서 스마트팜으로, 강진군과 일본의 실험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2026-01-28
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강진군은 강진읍 영파리에 위치한 옛 강진서초등학교 영파분교 터를 활용해 ‘스마트팜 단지’를 조성하고, 스마트팜 임대시설 운영에 들어갔다고 27일 밝혔다. 30년 넘게 방치돼 있던 폐교 부지가 청년농업인을 위한 스마트농업 거점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와 인구 감소를 겪어온 일본에서 이미 보편화된 농촌 재생 방식이기도 하다.

 

일본의 농촌을 다니다 보면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남긴 풍경이 곳곳에 드러난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하던 학교는 문을 닫았고, 운동장에는 잡초가 무성하다. 그러나 일본은 이 상실의 공간을 단순한 ‘폐허’로 두지 않았다. 오히려 그곳을 미래농업의 실험실이자 지역 재생의 거점으로 바꾸는 전략적 선택을 해 왔다. 폐교를 활용한 스마트팜 조성은 그 상징적인 장면이다.

 

교토부(京都府) 후쿠치야마시(福知山市)의 ‘THE 610 BASE’는 대표 사례다. 구 중육인부(中六人部) 소학교를 리노베이션해 지역 농업과 관광의 허브로 만들고, 인근 운동장 부지에는 환경제어형 딸기 하우스를 조성했다. 이곳에서 딸기는 단순한 생산물이 아니다. 딸기 수확 체험(いちご摘み), 카페, 각종 이벤트와 결합해 방문과 소비를 동시에 이끌어낸다. 학교라는 기억의 공간이 체험·소비·브랜딩이 어우러진 농업 플랫폼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가가와현(香川県) 미토요시(三豊市)의 폐교를 활용한 학교 딸기농원 ‘자이다카미(財田上)’ 역시 같은 흐름에 있다. 폐교 교정에 조성한 스마트 하우스에서 딸기를 재배하고, 관람·체험·판매를 결합한 관광형 농원으로 운영한다. 자동화와 환경제어 설비로 품질을 안정화하는 동시에, ‘학교’라는 상징 자산을 스토리텔링형 농업 관광으로 전환했다. 아이들이 뛰놀던 운동장이 이제는 첨단 농업과 지역 소득을 함께 만들어내는 공간이 된 셈이다.

 

후쿠오카현(福岡県) 야메시(八女市)의 ‘미래농업 라보895(未来農業ラボ895)’는 또 다른 방향의 실험이다. 폐교 기야(木屋) 소학교의 교장실, 가정과실, 보건실을 실내형 수경 재배실로 바꿔 LED와 환경제어 기반 재배를 실증한다. 학교 건물은 전기, 공조, 배수, 공간 구획이 이미 갖춰져 있어 신축 식물공장보다 훨씬 낮은 비용으로 연구와 실증이 가능하다. 이곳은 청년 창업자와 농업기술자가 새로운 재배 모델을 시험하는 ‘살아 있는 연구실’로 기능하고 있다.

 

한편 시즈오카현(静岡県) 마키노하라시(牧之原市)의 ‘카타쇼 원랩(カタショー・ワンラボ)’은 구 가타하마(片浜) 소학교를 교육·숙박·커뮤니티 중심의 복합 거점으로 되살린 사례다. 스마트팜 시설은 아니지만, 폐교를 지역 인재·창업·교류의 플랫폼으로 재활용하는 방식은 농업 프로젝트와 결합할 수 있는 중요한 참고 모델을 제공한다. 일본의 폐교 활용이 ‘농업 시설’에서 ‘지역 혁신 생태계’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 사례의 공통점은 폐교는 더 이상 부담스러운 유지비의 대상이 아니라, 전기·수도·도로·공간이 이미 갖춰진 ‘저비용 미래농업 인프라’라는 인식이다. 여기에 ICT 환경제어, 데이터 기반 재배, 체험과 관광, 교육과 창업이 결합되면서, 한때 쇠퇴의 상징이던 학교는 지역에서 가장 역동적인 산업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이 흐름은 한국 농촌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전국 각지에 산재한 폐교, 유휴 농공단지, 빈 창고, 마을회관은 지금도 잠자고 있는 거대한 미활용 자산이다. 이를 스마트온실, 실내 식물공장, 실증 농장, 치유·체험 농업, 교육·연구 거점으로 재구성한다면, 막대한 신축 투자 없이도 미래 농업의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

 

특히 스마트농업은 토지보다 ‘환경’과 ‘데이터’가 더 중요해지는 산업이다. 기존 건물과 부지는 오히려 이런 산업에 더 적합하다. 교실은 식물공장으로, 운동장은 스마트온실로, 체육관은 가공·유통 공간으로 바뀔 수 있다. 여기에 지역 농산물 브랜드화, 청년 창업, 농업 관광, 치유·교육 프로그램을 결합하면, 하나의 폐교가 하나의 ‘미래농업 클러스터’가 된다.

 

일본의 사례는 농촌 재생이 토목사업이나 단순한 시설 유치로 이뤄지지 않음을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남아 있는 자산을 어떻게 해석하고 재구성할 것인가’라는 기획력이다. 아이들이 떠난 학교가 다시 사람을 불러오는 농업의 중심이 될 수 있다면, 지역의 쇠퇴는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운명이 아니다. 폐교에서 시작되는 스마트팜은 농촌이 스스로의 미래를 다시 설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상징적인 장면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6. 농촌 인구 감소 시대, 리모델링을 택한 대만과 일본.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6.1.16).

허북구. 2025. 농촌의 빈집.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5.2.26.).

허북구. 2025. 프랑스 농촌 빈집의 변신, 살아 있는 마을.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5.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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