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전남과 광주의 행정 통합 논의가 구체화되면서 호남은 새로운 전환점 앞에 서 있다. 통합은 단순히 행정구역을 묶는 일이 아니다. 생산과 소비, 도시와 농촌, 기술과 생명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그 중심에 농업이 있다.
전남은 대한민국 최대의 식량 기지이고, 광주는 소비와 유통, 가공, 그리고 인공지능(AI)과 ICT 역량을 갖춘 도시다. 지금까지는 생산지와 소비지가 각자의 영역에서 움직였다면, 통합 시대에는 이 두 축이 하나의 생태계로 작동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설계해야 할 ‘메가 농업경제권’의 출발점이다.
통합의 성패는 내부 수요 기반을 얼마나 단단히 묶느냐에 달려 있다. 그 첫 단추는 광주 시민을 핵심 파트너로 세우는 일이다. 앞 칼럼에서 언급한 효율적인 물류 외에 전남 농산물을 정기적으로 공급하는 농산물 구독 시스템을 광주 시민에게 우선 적용하고 제도화한다면, 이는 단순한 직거래를 넘어 먹거리 공동체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농민에게는 예측 가능한 소득 구조를, 시민에게는 신뢰할 수 있는 식탁을 제공하는 상생의 구조가 만들어진다.
또 하나의 축은 농촌 치유관광이다. 도시의 과로와 스트레스는 농촌의 자연과 농업 자원 속에서 충분히 회복될 수 있다. 광주 시민의 복지 프로그램과 연계한 치유농업 모델을 선도적으로 운영한다면, 이는 단순한 관광을 넘어 건강·정서 회복 시스템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기업 복지, 공공기관 연수, 고령자 프로그램과 연계한 데이터 축적은 향후 전국 모델로 확장될 기반이 된다.
이러한 생활 밀착형 사업 위에서 메가 농업경제권의 본격적인 진화가 시작된다. 통합 시대의 농업은 더 이상 노동집약 산업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광주의 AI·ICT 역량을 전남 농지에 연결하는 지능형 농업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기후 데이터를 활용한 정밀 농업, 병해충 예측 시스템, 스마트팜 통합 관제 모델은 전남을 첨단 농업의 거대한 실험장으로 만들 수 있다. 광주는 기술과 장비,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중심 도시로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또한 생산과 소비를 연결하는 광역 유통 시스템을 구축해 수급 조절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도시 직장인이 농촌에서 일과 휴식을 병행하는 워케이션, 농촌 유학과 같은 프로그램은 단순한 체험을 넘어 두 지역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장치가 된다.
통합은 선언이나 서류만으로 완성되지 않고, 시민의 식탁과 주말의 쉼, 청년의 일자리와 농민의 소득 구조 속에서 실질적으로 체감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흙을 일구는 농민의 성실함에 도시의 기술이 더해지고, 광주의 소비력이 전남의 생산력을 지탱할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공동체가 된다.
메가 농업경제권은 경제 규모를 키우는 전략을 넘어 사람과 자연,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일이다. 지금이 바로 그 설계를 시작할 시간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6. 전남광주통합시대 농업, 순환경제 구조를 설계할 때.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6-3-10)
허북구. 2026. 전남광주통합시대, 농촌관광으로 넓어지는 농업의 길.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6-3-9)
허북구. 2026. 전남광주통합시대의 농업, 지역 먹거리 전략을 다시 세울 때.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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