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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아시아 마트와 전남 농산물의 세계화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2026-03-16
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최근 동남아 결혼이민자가 증가하면서 농촌의 소도시에서도 베트남이나 태국 식재료를 판매하는 작은 마트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경제의 원리이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아시아 마트(Asia Shop)’라는 이름의 전문 식료품점을 쉽게 볼 수 있다. 아시아 인구가 늘어나고 음식 문화의 국제화가 진행되면서 이러한 상점은 이제 도시뿐 아니라 작은 지방 도시에서도 발견된다.

 

유럽의 아시아 마트에 들어가 보면 매우 흥미로운 풍경을 볼 수 있다. 한국, 일본, 중국, 태국, 베트남 등 다양한 나라의 식재료가 진열되어 있고 상품 이름은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영어 등이 함께 표기되어 있다. 컵라면, 과자, 차, 조미료 같은 가공식품은 물론이고 김, 간장, 된장, 고추장, 쌀 등 동아시아 식생활에 필요한 재료들이 판매된다. 이러한 상점은 유럽에 사는 아시아인들에게는 생활의 기반이 되고, 현지인들에게는 새로운 음식 문화를 경험하는 창구가 된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식재료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식기와 조리 도구도 함께 판매한다는 점이다.  한국 식재료 코너에는 돌솥이나 숟가락, 김밥 발 등이 함께 진열되어 있고, 일본 식재료 코너에는 젓가락과 밥그릇, 초밥 접시가 놓여 있다. 심지어 전기밥솥도 판매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단순히 쌀이나 식재료만으로는 음식 문화가 전달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음식을 먹는 방식, 사용하는 도구, 식탁의 형태까지 함께 전해져야 비로소 음식 문화가 완성된다.

 

이러한 점은 전남 농산물이 세계 시장으로 나아갈 때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우리는 흔히 농산물 수출을 이야기할 때 쌀이나 김, 과일 같은 특정 농산물 자체에만 관심을 둔다. 그러나 실제 해외 시장에서는 농산물 자체보다 그 농산물을 어떻게 먹는가가 더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쌀을 수출한다고 해도 밥을 짓는 방법이나 밥을 먹는 식기, 젓가락 문화가 함께 전달되지 않는다면 소비가 쉽게 확산되기 어렵다.

 

따라서 전남 농산물의 해외 진출을 생각할 때는 단순한 원료 판매를 넘어 음식 문화 전체를 함께 제안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전남의 김은 이미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농산물이지만, 이를 단순히 밥과 함께 먹는 한국식 소비 방식만을 전제로 한다면 시장 확장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유럽인의 식습관을 고려하면 김을 밥이 아니라 치즈나 채소, 햄 등을 감싸 먹는 새로운 방식의 음식으로 발전시킬 수도 있다. 샐러드나 간단한 핑거푸드로 활용할 수 있는 메뉴를 개발한다면 김의 소비 영역은 훨씬 넓어질 것이다.

 

또한 전남에서 생산되는 쌀과 채소, 해산물을 결합한 간편식이나 건강식 메뉴를 개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유럽 소비자들은 최근 건강과 환경을 고려한 식생활에 관심이 높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전남 농산물을 활용한 식물성 식품이나 해조류 식품은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김을 활용한 스낵이나 채소를 감싼 롤 형태의 음식, 전남 쌀을 활용한 간편식 제품 등은 새로운 시장을 열 수 있는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농산물 수출의 핵심은 단순히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문화와 생활 방식까지 함께 제안하는 것이다. 유럽의 아시아 마트가 보여 주듯이 음식은 식재료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조리 도구, 식기, 먹는 방식, 그리고 그 음식이 만들어 내는 생활 문화가 함께 전해질 때 비로소 시장이 만들어진다.

 

전남 농업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이러한 국제적 시각이 필요하다. 원재료 중심의 수출에서 벗어나 전남 농산물을 활용한 다양한 가공식품과 음식 문화를 함께 개발해야 한다. 특히 김과 같은 해조류, 쌀, 채소, 과일 등 지역 농산물을 결합한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낸다면 농업의 부가가치는 훨씬 높아질 것이다.

 

세계 시장은 이미 음식 문화의 교류 속에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유럽의 작은 도시에서 아시아 마트를 쉽게 만날 수 있는 시대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전남 농업도 단순한 농산물 생산을 넘어 세계 식문화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농업으로 발전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전남 농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성장하는 길일 것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6. 남도의 쌀과 된장국 그리고 유럽의 빵과 우유.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6.2.20).

허북구. 2025. K-푸드의 현지화 식재와 전남 농수산물.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5.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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