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전남과 광주의 통합은 행정 체계의 변화뿐 아니라 농업 구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전남과 광주의 통합은 행정 효율을 높이고 도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러나 통합 이후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생각하다 보니 필자가 가장 먼저 떠올린 도시가 대만의 타이중이었다. 대만의 타이중시는 도시와 농촌이 결합된 행정 통합 사례라는 점에서 전남–광주 통합과 비교해 볼 만한 사례다.
대만은 2010년 행정구역 개편을 통해 기존의 타이중현과 타이중시를 통합하여 새로운 타이중 직할시를 출범시켰다. 통합 이전 타이중현의 인구는 약 156만 명으로 농촌 지역이 넓고 농업 비중이 높은 지역이었다. 반면 타이중시는 약 106만 명의 인구를 가진 도시 중심 지역이었다. 통합 이후 타이중시는 인구 약 260만 명 이상의 대도시로 성장했고, 현재는 약 280만 명에 이르는 대만의 대표적인 광역 도시로 자리 잡았다.
타이중현은 통합 이전까지 대만 중부의 중요한 농업 지역이었다. 타이중은 대만에서도 중요한 농업 지역으로 약 7만 ha 이상의 농지가 있으며 화훼와 과수 생산이 활발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쌀, 채소, 과수, 화훼 생산이 활발했으며 특히 화훼와 과수는 대만에서도 중요한 생산지로 알려져 있었다. 통합 이후 농업 자체가 급격히 붕괴된 것은 아니지만 몇 가지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났다.
가장 먼저 나타난 변화는 도시 중심 정책 강화였다. 통합 이후 행정과 정책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도시 인프라와 산업 발전에 집중되었다. 교통망 확충, 산업단지 조성, 도시 개발 사업 등이 주요 정책 과제가 되었고 농업 예산의 상대적 비중은 낮아졌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두 번째 변화는 농지 개발 압력 증가였다. 대도시 규모로 성장한 타이중에서는 산업단지, 물류 시설, 주거 개발 등 도시 확장이 이루어지면서 일부 농지가 개발 용지로 전환되었다. 실제로 아열대 관수 조사차 농장을 자주 방문한 필자의 눈에도 과거 타이중시 인근의 타이중현의 농촌이 도시화가 매우 많이 진행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만 학계에서는 이를 ‘대도시 확장에 따른 농지 전환 압력’으로 설명한다. 실제로 타이중 일부 지역에서는 농지 면적이 감소하고 농업 종사 인구가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났다.
세 번째로 지적된 문제는 농촌 대표성의 약화였다. 통합 이후 시의회와 행정 구조에서 도시 지역 인구 비중이 높아지면서 농촌 지역의 정책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세계 여러 나라의 지자체 통합 사례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다. 대만 정부는 통합 이후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고 농업과 농촌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정책을 추진하였다. 대표적인 정책이 ‘농촌 재생 정책(Rural Regeneration Program)’이다. 이 정책은 농촌 마을의 공동체 활동, 농촌 환경 개선, 농촌 관광 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농촌 지역의 활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한 타이중시는 도시 소비시장과 농업을 연결하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대도시 인구를 기반으로 농산물 직거래 시장을 확대하고 농촌 체험 관광을 활성화하였다. 특히 농촌 지역에서 대형 꽃축제를 시 차원에서 매년 개최하는 등 농업 관광을 적극 추진하였다. 화훼와 과수 등 지역 특산 농산물을 브랜드화하여 도시 소비와 연결하는 정책도 함께 추진되었다. 이러한 전략은 농업을 단순한 1차 산업이 아니라 관광과 문화, 소비와 결합된 산업으로 확장하는 방향이었다.
타이중 사례는 전남–광주 통합에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첫째, 행정 통합 이후 정책 우선순위가 도시 중심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둘째, 농지 개발 압력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셋째, 농촌 지역의 정치적 대표성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동시에 타이중 사례는 농업을 도시와 연결하는 전략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 수 있다는 점도 보여준다. 전남은 한국에서 농업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이며 광주는 소비시장과 문화 산업이 발달한 도시이다. 두 지역이 협력한다면 농산물 직거래 확대, 농촌 관광 활성화, 지역 농산물 브랜드 강화 등 다양한 새로운 전략을 추진할 수 있다.
다라서 중요한 것은 행정 통합 자체가 아니라 통합 이후 어떤 정책을 설계하느냐이다. 도시 경쟁력과 농촌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한 균형 잡힌 정책이 마련된다면 통합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타이중의 경험은 행정 통합이 단순한 행정 개편이 아니라 농업과 농촌의 미래 구조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남과 광주의 통합에서도 농업과 농촌의 지속 가능성을 함께 고려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대만 농회의 농산물 상품화 전략과 전남지역 농협의 과제.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5.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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