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전남광주 통합은 행정 효율을 높이고 도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통합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통합 이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통합의 효과가 나타나기도 하고 반대로 통합이 독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해외 사례를 함께 검토하는 일은 중요하다.
특히 일본에서 추진된 대규모 지자체 통합 경험은 농촌 지역의 관점에서 여러 시사점을 제공한다. 일본은 1999년 이후 행정 효율화와 재정 구조 개선을 목표로 대규모 지자체 통합을 추진하였는데, 이 정책은 일반적으로 헤이세이 대합병이라 불린다. 이 과정에서 일본의 시정촌 수는 약 3,200개에서 1,700개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문제는 이러한 행정 통합이 모든 지역에 동일한 효과를 가져온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농촌 지역에서는 통합 이후 행정 중심이 도시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농업과 농촌이 상대적으로 주변화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통합 시청이 인구가 많은 중심 도시로 이전하면서 농촌 지역의 행정 접근성이 떨어졌고, 농업 관련 행정 서비스도 점차 축소되는 경우가 많았다. 농업기술 지도, 농업 상담 창구, 농기계 지원과 같은 서비스가 중심 도시로 집중되면서 농촌 주민들은 더 먼 거리까지 이동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고령 농민이 많은 지역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특히 큰 부담으로 작용하였다.
농촌 공동체 측면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일본 농촌은 전통적으로 마을 단위의 공동체가 농지 관리와 농업 협력을 유지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지자체 통합 이후 행정의 중심이 도시로 이동하면서 농촌 지역의 공동체 활동이 약화되는 사례가 보고되었다. 마을 행사나 공동 작업이 줄어들고 농지 관리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농지 유휴화가 증가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일부 산간 지역에서는 농지 관리 기능이 약화되면서 농업 생산 기반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생활 기반 측면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농촌 지역의 학교, 상점, 의료 시설 등 생활 서비스가 점차 축소되면서 주민들이 도시로 이동하는 현상이 가속되었다. 이는 단순한 인구 감소를 넘어 농촌 공동체 유지 기능 자체가 약화되는 문제로 이어졌다. 일본의 여러 연구에서는 지자체 통합 이후 농촌 지역에서 고령화와 인구 유출이 더욱 빠르게 진행되었다는 분석도 제시되고 있다.
물론 일본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다양한 대응 정책을 추진하였다. 마을 단위 지역운영조직을 통해 농촌 관리 기능을 유지하거나, 공동 영농 조직을 통해 농업 생산을 유지하려는 시도도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은 통합 이후 발생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사후 대응의 성격이 강했다.
이러한 일본 사례는 전남과 광주 통합에 대해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전라남도는 한국에서 농업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이며 농촌 지역의 비율도 매우 높다. 반면 광주는 도시 중심의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다. 행정 통합이후 정책 우선순위가 도시 중심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 경우 농업 정책과 농촌 투자 구조가 상대적으로 약화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행정 통합은 단순한 행정 효율성이나 도시 경쟁력만을 기준으로 판단하기보다 농촌 지역의 지속 가능성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농업 행정 조직의 독립성 유지, 농촌 대표성 확보, 농촌 투자 기준 마련 등 농업과 농촌을 보호할 수 있는 정책 장치가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일본의 경험은 행정 통합이 지역 균형 발전을 자동으로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오히려 농촌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별도의 정책 설계가 없을 경우 농촌의 주변화가 가속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전남과 광주 통합은 단순한 행정 개편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의 미래 구조를 결정짓 중요한 정책 선택이다. 일본의 지자체 통합 경험을 참고하여 농업과 농촌의 지속 가능성을 함께 고려하는 균형 잡힌 대책이 있길 기대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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