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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농업 구조 재설계, 승계를 넘어 청년 참여로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2026-03-19
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전남 농업은 지금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농업 인구의 고령화와 후계 인력 부족은 더 이상 통계상의 문제가 아니라 현장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가 되었다. 마을을 둘러보면 농지를 지키는 이들의 연령은 점점 높아지고, 빈집과 유휴 농지가 늘어나고 있다. ‘누가 농업을 이어갈 것인가’라는 질문은 곧 전남 농업의 미래를 묻는 질문이다.

 

필자는 그동안 전남 농업의 물류, 먹거리, 친환경 농업, 순환경제 구조 등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생산과 소비를 연결하고, 농업을 하나의 산업 시스템으로 확장하는 논의는 이미 시작되었다. 그 다음 단계는 이러한 구조를 실제로 운영할 ‘사람’, 즉 다음 세대를 어떻게 참여시키고 성장하게 할 것인가이다.

 

그동안 우리 농업의 세대 교체는 ‘가업 승계’라는 틀 속에서 이해되어 왔다. 그러나 현실은 이 모델이 더 이상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오랜 기간 동안 부모 세대는 농업을 자식에게 권하기보다 오히려 피하게 하는 선택을 해왔다. 농업은 소득이 낮고 노동 강도가 높다는 인식이 강했고, 자녀에게는 교육을 통해 도시로 나가도록 하는 것이 하나의 책임이자 전략이었다. 이 과정에서 농업은 ‘이어야 할 업’이 아니라 ‘벗어나야 할 업’으로 자리 잡았다.

 

더 큰 문제는 농업을 이어받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이어받기 어려운 구조에 있다. 우리 농업은 규모가 작고 분산되어 있어 안정적인 수익을 전제로 한 승계가 쉽지 않다. 결국 ‘물려줄 수 없는 농업’과 ‘이어받지 않으려는 다음 세대’가 맞물리면서 세대 교체의 단절이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한계를 보다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뉴질랜드 농업이다. 뉴질랜드는 단순한 가업 승계에 의존하지 않고, 농업에 단계적으로 참여하고 성장하는 구조를 통해 세대 교체를 이루고 있다. 그 핵심 제도가 바로 셰어밀킹(Sharemilking)이다.

 

셰어밀킹은 토지를 소유한 농장주와 젊은 농업인이 생산과 수익을 나누는 방식이다. 젊은 농업인은 농지를 소유하지 않아도 농장 운영에 참여할 수 있고, 일정 비율로 수익을 배분받는다. 이 과정에서 가축, 장비, 운영 경험을 축적하며 점차 경영 역량을 키워 간다. 이후에는 공동 경영자나 지분 파트너를 거쳐 독립 농장주로 성장하는 경로가 열려 있다. 노동자로 시작해 경영자로 성장하는 사다리가 제도적으로 마련되어 있는 것이다.

 

이 제도의 핵심은 ‘소유 이전’이 아니라 ‘경영 참여와 성장 기회의 확대’에 있다. 농업 진입의 문턱을 낮추고, 경험과 자산을 동시에 축적할 수 있도록 설계된 구조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관점에서 전남 농업의 해법을 보면 방향은 분명하다. 우선 ‘개별 농가 승계’에서 ‘구조적 진입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영세한 농가 단위를 그대로 유지한 채 승계를 논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부모 세대의 농지와 자원을 영농법인이나 협동조합 형태로 묶어 규모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후계 세대가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이는 승계 가능한 단위를 새롭게 만드는 일이다.

 

또한 정책적으로는 젊은 세대가 위험 부담 없이 농업에 진입할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다. 스마트팜 임대형 사업과 같은 방식은 초기 투자 없이도 운영 경험을 쌓고 이후 독립 경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셰어밀킹과 유사한 기능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임대형·참여형 모델을 치유농업, 농촌관광, 지역 식문화 산업 등으로 확장한다면 농업은 보다 다양한 진입 경로를 갖게 될 것이다.

 

나아가 농업을 ‘가족 단위 생산’에서 ‘공동 경영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시도도 중요하다. 고령 농업인의 경험과 자산, 청년의 기술과 기획력이 결합될 때 세대 간 협력이 가능해진다. 전남은 치유농업, 전통 식문화, 정원과 원림 등 풍부한 자원을 갖고 있어 농업을 복합 산업으로 확장할 가능성이 크다.

 

다라서 전남 농업의 세대 교체는 ‘누가 물려받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참여하게 하고, 어떻게 성장하게 하느냐의 문제이다. 전남 농업의 미래는 ‘승계’를 넘어 ‘성장 경로를 설계하는 일’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3. 뉴질랜드 낙농의 세대교체 방식.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3.11.29.)

허북구. 2026. 전남광주통합시대 농업, 순환경제 구조를 설계할 때.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6-3-10)

허북구. 2026. 전남광주통합시대, 농산물 물류를 다시 설계할 때.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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