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주식시장의 결제 방식은 한 나라의 금융 인프라 수준과 규제 철학을 보여준다. 해외 주요 시장에서는 주식을 매도하면 대금이 다음 날 정산되는 구조가 일반화되어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오랜 기간 3일 결제 구조를 유지해 왔다. 최근 이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옾아지고 있는데, 이러한 ‘시간차’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자금 흐름의 효율성과 시장 경쟁력에 영향을 준다.
이러한 규제의 시간차 문제는 금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농업과 식품 분야에서도 유사한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특히 식용 가능 식물과 식용색소를 둘러싼 규제는 현장의 체감도가 매우 높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나물 문화가 발달한 나라다. 들과 산에서 자라는 다양한 식물을 식용으로 활용해 왔고, 그 과정에서 독성이 있는 식물도 조리와 가공을 통해 먹을 수 있는 형태로 전환해 왔다. 즉, 경험과 축적된 지식을 통해 식물의 안전성과 활용 가능성을 확장해 온 역사적 배경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제도권에서는 오히려 이와 반대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외국에서 이미 식용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식물이나 색소가 국내에서는 ‘연구 부족’ 또는 ‘허가 절차 미비’ 등의 이유로 제한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버터플라이피, 즉 나비완두콩꽃이다. 이 꽃은 선명한 청색 색소를 지니고 있어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식용색소로 활용되고 있다. 천연 색소 시장이 확대되면서 기능성 음료, 디저트, 차(茶) 문화에서도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식용으로 공식 허가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단속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는 단순히 하나의 식물 문제를 넘어, 농업과 식품 산업 전반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는 사례다. 물론 식품 안전은 어떤 경우에도 우선되어야 한다.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영역인 만큼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보수성’이 ‘정체성’으로 굳어질 때 발생한다.
이미 해외에서 충분한 독성 연구와 안전성 검증이 이루어진 소재라면, 이를 국내 기준에 맞게 검토하고 신속하게 반영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는 해외 연구 자료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별도의 연구와 신고 절차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장기간 규제가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단순히 ‘사용 여부’에 그치지 않는다. 농업 현장에서는 새로운 작물이나 소재를 시험하고 산업화로 연결할 수 있는 주체 자체가 부족하다. 규제가 존재하면 기업은 진입을 주저하고, 농가는 재배를 시도하지 않는다. 결국 ‘연구 부족’이라는 이유가 계속 반복되면서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구조가 고착된다.
이러한 상황은 특히 융복합 산업에서 더 큰 제약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천연 청색 소재는 식품뿐 아니라 염색, 관광, 체험 산업과도 연결될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인정이 늦어지면 산업 간 연계 자체가 차단된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규제의 존재’가 아니라 ‘규제의 속도와 방식’에 있다. 안전을 확보하면서도 산업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방향으로 규제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해외 연구와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제도적 유연성이 필요하다. 둘째, 일정 기준을 충족할 경우 조건부 허용이나 시범사업 형태로 현장 적용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 셋째, 농업인과 중소기업이 규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중간 조직의 역할이 강화되어야 한다.
농업은 본래 느린 산업이지만, 그렇다고 제도까지 느려야 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변화가 빠른 시대일수록 제도는 현장의 속도를 따라가야 한다. 규제는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지만, 때로는 산업을 멈추게도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규제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 연결된 ‘살아 있는 규제’로 바꾸는 일이다. 그 접점에서 농업의 새로운 가능성도 함께 열릴 것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국제 식용꽃 기준과 우리나라의 꽃차용 꽃의 경계.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5.12.20.)
허북구. 2025. 나비완두콩 꽃 색소, 국내는 불법 미국은 합법.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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