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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 스며든 대만의 힐링농업과 전남 치유농업의 과제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2026-03-23
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우리나라에서 이제 막 주목받기 시작한 치유농업이, 대만에서는 이미 일상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대만 타이중 중흥대학의 한 교수로부터 한국과 대만의 힐링농업에 관한 공동 연구 제안을 받으면서, 두 나라의 차이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대만에서는 ‘휴한농업(休閒農業)’이 일찍부터 정착되었다.

 

이는 단순한 여가 활동이 아니라, 농업을 기반으로 체험·관광·치유를 결합한 구조로, 한국의 체험농업이나 치유농업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대만의 힐링농업은 프로그램 중심이 아니라 생활 구조에 가깝다. 농업·음식·숙박·문화가 결합된 형태로, 농장은 생산 공간을 넘어 머물고 쉬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이는 농업을 ‘생산’에서 ‘경험과 회복’으로 전환한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필자가 2012년 견학한 한 화훼농장은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한쪽에 농구대가 설치되어 있었고 곁에는 농구공이 놓여 있었다. 꽃을 사러 온 사람들은 잠시 공을 던지며 쉬고, 음식을 먹으며 머물렀다. 그 공간에서 농장은 더 이상 생산의 현장이 아니라, 사람들이 시간을 보내는 생활 공간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이러한 변화는 농촌의 위기에서 출발했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농촌 인구는 줄고 농가 소득은 정체되자, 대만은 농업을 ‘보여주고, 머물고, 먹는’ 구조로 재편했다. 그 결과 등장한 것이 휴한농장(休閒農場)이며, 현재는 다수의 농장이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며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대만 힐링농업의 핵심은 ‘생활화’다. 방문객은 농작물을 수확하고, 이를 직접 조리해 먹으며, 농장에서 숙박한다. 치유는 별도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이러한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이는 치유를 일회성 체험이 아니라 반복 가능한 일상 경험으로 전환시키는 구조다.

 

특히 음식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대만의 힐링농장은 지역 식재료를 활용한 식사를 중심에 둔다. 음식은 단순한 제공 요소를 넘어 농업과 환경, 지역 문화를 연결하는 매개가 된다. 어디에서 자란 재료인지, 어떻게 조리되었는지, 어떤 계절성을 담고 있는지를 함께 전달하면서 먹는 행위는 감각적 만족을 넘어 인식의 확장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점에서 음식은 힐링농업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이자, 전체 경험을 통합하는 중심 축으로 기능한다.

 

음식은 동시에 경제 구조를 안정시키는 수단이기도 하다. 농산물 판매만으로는 수익이 제한되지만, 이를 음식과 체험으로 확장하면 부가가치가 크게 높아진다. 대만의 많은 힐링농장은 식당 운영, 가공품 판매, 체험 프로그램을 결합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농업을 ‘생산업’에서 ‘경험 산업’으로 전환한 사례다.

 

또 하나의 특징은 제도적 기반이다. 대만 정부는 휴한농업구(休閒農業區)를 지정하고, 일정 기준을 갖춘 농장에 인증과 지원을 제공해 왔다. 이를 통해 서비스와 품질 수준을 유지하면서, 지역 단위로 농장을 묶어 관광 코스를 구성했다. 그 결과 개별 농장이 아니라 지역 전체가 하나의 치유 공간으로 기능하게 되었다.

 

이 구조는 치유의 범위를 개인에서 지역으로 확장시킨다. 방문객은 하나의 농장을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 전체의 풍경과 문화, 음식을 함께 체험하게 된다. 이는 치유농업이 농장 운영을 넘어 지역 재생 전략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대만의 사례는 전남 치유농업에 몇 가지 분명한 시사점을 준다. 첫째, 치유농업은 활동 중심에서 생활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단순 체험 프로그램만으로는 지속성이 확보되기 어렵다. 둘째, 음식은 선택이 아니라 핵심 요소다. 먹는 경험이 결합될 때 치유는 일상으로 확장된다. 셋째, 개별 농장을 넘어 지역 단위의 연계가 필요하다. 치유는 공간이 확장될수록 더 큰 힘을 갖는다.

 

대만의 힐링농업은 농업의 본질로 돌아가면서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낸 사례다. ‘기르고, 먹고, 머무는’ 단순한 구조 속에서 사람은 자연과 다시 연결되고, 일상의 리듬을 회복한다. 전남 치유농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 역시 복잡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삶의 방식에 가깝고, 쉽게 접근하고, 일상으로 스며든 치유농업이어야 한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각자도생의 치유농장과 대만 그린케어 스테이션.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5.7.31.).

허북구. 2021.대만, 농업여행 쿠폰 발매.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1.9.7.)

허북구. 2014. 대만 타이완의 꽃 문화와 화훼산업. 세오와 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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