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세계의 농업을 분류할 때 소농 중심 구조를 갖고 있으면서 농업 행정 체계가 우리나라와 비교 가능한 국가는 대만과 일본이다. 그동안 우리는 기후가 유사한 일본 농업을 중심으로 많은 연구와 정책 비교를 해왔다. 반면 대만은 기후 차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고, 그 결과 농업 시스템과 청년농 정책 역시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런데 대만의 사례를 살펴보면, 지역 기반 청년농 육성에 참고할 만한 요소들이 적지 않다.
대만의 청년농 정책에서 주목할 점은 ‘지원’ 자체보다 ‘과정의 설계’에 있다. 대만은 농업부(구 농업위원회)를 중심으로 청년농 교육, 실습, 창업 지원을 단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농민대학(Farmer’s Academy) 등을 통해 재배기술뿐 아니라 가공, 유통, 마케팅 등 경영 교육을 함께 제공하고, 일부 프로그램에서는 선도 농가에서의 실습과 멘토링을 병행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은 농업을 단순한 생산 활동이 아니라 하나의 경영 활동으로 이해하도록 돕는 데 목적이 있다.
또한 청년농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한 제도도 운영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농지 임대와 매칭을 지원하는 농지은행 형태의 시스템을 통해 청년이 농지를 확보할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창업 초기에는 저리 자금과 경영 안정 지원이 일부 제공된다. 이와 함께 청년농 간 네트워크와 조직화를 지원해 정보 공유와 협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특징이다.
이러한 정책은 각각의 요소가 독립적으로 존재하기보다, 교육–실습–창업–정착으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작동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물론 모든 청년농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일괄 구조라기보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결합된 형태이지만, 중요한 것은 청년이 농업에 진입한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경로가 마련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대만의 사례는 우리나라와 공통점이 있고 차이가 있는 것도 있는데, 제도의 형태보다 자원을 활용하는 방식에 시사점이 크다. 전남은 이미 충분한 농업 자원을 갖고 있는 지역이다. 다양한 특산 품목과 뚜렷한 계절성, 해안과 평야, 산지가 결합된 자연환경, 그리고 음식과 생활문화까지 이어지는 농촌 기반은 다른 지역과 비교해도 경쟁력이 높다.
이것에다 체험농업, 치유농업, 농촌관광으로 확장할 수 있는 조건까지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청년농이 새로운 농업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다. 문제는 이러한 자원들이 개별적으로 존재할 뿐, 청년농의 창업과 정착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구조가 충분히 형성되어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생산, 가공, 체험, 관광이 각각 분리되어 운영되면서, 지역 자원이 통합적으로 활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대만의 사례가 주는 시사점은 자원을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자원을 연결하는 방식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교육은 단순한 기술 전달을 넘어 지역 자원을 활용한 경영 설계로 이어져야 하고, 농지는 생산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가공, 체험과 치유, 관광으로 확장될 수 있는 기반으로 활용될 필요가 있다. 또한 청년농은 개별 경영체를 넘어 지역 단위에서 협력하고 역할을 나누는 구조 속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전남에서의 청년농 육성은 ‘무엇을 더 지원할 것인가’이전에 ‘어떻게 연결하고 활용할 것인가’의 문제에 가깝다. 대만이 보여주는 것은 새로운 자원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기존의 농업 자원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해 청년이 진입하고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점이다.
대만의 사례는 답이 아니라 방향을 제시하는 참고 모델이다. 이를 그대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전남이 가진 조건과 자원을 기반으로 재구성할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지역을 새롭게 만드는 것은 외부의 제도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자원을 어떻게 읽고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 연결의 방식에 따라 청년농의 미래도, 지역 농업의 방향도 달라질 것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일상으로 스며든 대만의 힐링농업과 전남 치유농업의 과제.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6.03.23.).
허북구. 2025. 대만과 일본의 공동영농과 전남 농업.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5.12.12.).
허북구. 2025. 대만 농업 직불금이 전남 농정에 던지는 과제.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5.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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