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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6차산업을 잇는 사람들, 은하철도처럼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2026-03-27
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지난 26일 순천대학교 70주년 기념관 초석홀에서는 전남농촌융복합산업지원센터의 신규 전문위원 위촉식과 함께 현장코칭 운영 방향을 공유하는 워크숍이 열렸다. 이 자리는 단순한 행사를 넘어, 전남 농업의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출발점에 가까웠다. 현장에 모인 전문위원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온 이들로, 이제 그 경험을 농촌 현장에 풀어내야 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농촌융복합산업 현장에서 현장코칭 전문위원은 현장에서 농가의 상황을 직접 들여다보고 무엇이 막혀 있는지 짚어내며, 그 흐름을 바꾸는 데까지 함께하는 사람이다. 생산에 머물러 있는 농가를 가공과 체험으로 이어주고, 잘 만든 상품이 제값을 받지 못하는 이유를 찾아내며, 방향이 흐릿한 농장에 중심을 세워준다. 때로는 상품을 바꾸고, 때로는 판매 방식을 바꾸며, 때로는 농장 이름 하나까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말로 설명하는 사람이 아니라 현장에서 변화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이날 워크숍에 앉아 있으면서 문득 일본의 작가이자 농촌 교육자였던 미야자와 겐지(宮沢賢治, 1896~1933)가 떠올랐다. 그의 이름은 낯설 수 있지만, ‘은하철도’라는 이야기는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다. 흔히 알려진 ‘은하철도 999’는 만화가 마쓰모토 레이지의 작품이지만, 그 바탕에는 겐지의 「은하철도의 밤」이 남긴 상상과 상징이 닿아 있다.

 

미야자와 겐지는 농업학교 교사로 근무하면서. 시와 소설을 쓰고, 농민들에게 재배 기술과 토양 관리 방법을 가르쳤다. 농촌의 삶을 바꾸기 위한 교육과 실천에 힘을 쏟았다.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길을 고민했던 그의 시선은 작품 속에 그대로 담겨 있다. 「은하철도의 밤」, 「주문이 많은 요리점」, 「바람의 마타사부로」, 「비에도 지지 않고」와 같은 작품들은 어린이 이야기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그 안에는 삶과 노동, 자연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 있다.

 

그는 도시와 농촌을 오가며 교육을 이어갔다. 그는 기차를 타고 새벽에 농촌으로, 그리고 밤에 도시로 이동하는 시간 속에서 생각을 다듬었다. 밤하늘을 바라보며 떠올린 은하철도는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세계를 잇는 길에 대한 상징이면서 농촌과 관련이 있다. 사람과 사람, 도시와 농촌, 지식과 삶을 이어주는 통로였다.

 

지금 전남의 현장코칭 전문위원들의 모습이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각자의 자리에서 일을 하다가도 시간을 내어 농가를 찾고, 문제를 함께 고민하며,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이동과 반복 속에서 농가를 만나고, 그 속에서 답을 만들어간다. 짧은 방문일지라도 그 만남이 농가의 방향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전남 농업의 현실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인구 감소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해외 농산물의 유입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유통은 대형화되고 비용은 올라간다. 작은 규모의 농가가 감당하기에는 벽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변화의 흐름도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감성을 담은 상품이 선택받으며, 직거래와 구독 형태의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 크지 않아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면 규모가 아니라 방향이다. 무엇을 생산하느냐보다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농산물을 그대로 파는 것에서 벗어나, 가공하고 이야기로 풀어내며 경험으로 확장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과정은 혼자서 해결하기 쉽지 않다. 경험이 부족하면 시행착오가 길어지고, 방향을 잡지 못하면 기회도 놓치게 된다.

 

현장코칭 전문위원의 역할은 바로 이 간극을 메우는 데 있다. 농가가 이미 가지고 있는 자원을 다시 보게 하고, 그것을 다른 방식으로 엮어내며, 실제로 시장에서 통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정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길을 함께 찾는 과정에 가깝다.

 

은하철도는 별과 별을 이어주는 상상의 기차였다. 전남의 현장코칭 전문위원들은 농가와 시장, 생산과 소비, 가능성과 현실을 이어주는 사람들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길을 연결하고, 막혀 있는 흐름을 다시 움직이게 만드는 일이다. 이 역할이 제대로 이루어질 때, 전남의 농촌융복합산업은 지금과 다른 모습으로 나아갈 수 있다. 작은 농가도 자신만의 자리를 찾을 수 있고, 농업은 생산을 넘어 삶과 연결되는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다.

 

새벽 기차를 타고 농촌으로 향하면, 농민들을 지도하고 밤기차를 타고 집에 돌아 가면서 밤하늘을 바라보며 썻던 소설이 오랫동안 이야기로 남았듯이, 현장을 오가는 이들의 작은 실천도 결국은 전남 농업의 방향을 바꾸는 힘이 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현장에서 한 걸음씩 이어가는 연결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6. 전남 농촌융복합산업에서 치유농업이 만드는 농촌회복.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6.02.08.).

허북구. 2026. 일본에서 6차산업의 성과와 한계, 전남 농업의 선택.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6.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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