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농업기술 교육과 심포지엄 현장을 보면 한 가지 장면이 반복된다. 정작 이 자리에 있어야 할 농업인이나 관계자는 드물고, 그 자리를 다른 참여자들이 채우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한 기관에서 배포한 심포지엄 보도자료 사진을 보며 이 질문이 다시 떠올랐다. 행사 주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크지 않은 사람들이 다수였다. 이런 일은 낯설지 않다. 오히려 자주 반복되는 구조다.
교육과 심포지엄은 분명 농업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기술을 확산하기 위한 자리다. 정책사업 계획서에도 기술교육과 심포지엄 개최 횟수는 중요한 지표로 포함된다. 기관입장에서도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교육과 행사를 구성해야 한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교육과 행사는 계획대로 열리지만, 그 자리에 정작 필요한 사람은 오지 않는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 흔히 “농업인은 바빠서 못 온다”라는 표면적 이유가 있으나, 실제 이유는 더 복합적이다. 첫째는 정보의 문제다. 교육 일정과 내용이 실제 대상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공문과 문자, 게시물로 알렸다고 하지만, 농업인의 일상 속에서 그것이 ‘지금 꼭 확인해야 할 정보’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둘째는 시간의 문제다. 농업은 계절과 날씨에 묶여 있는 일이다. 농번기에 하루를 비운다는 것은 단순한 일정 조정이 아니라 생산과 소득의 문제로 이어진다. 특히 소규모 농가일수록 그 부담은 더 크다. 교육을 듣기 위해 인력을 따로 써야 한다면, 교육은 곧 비용이 된다.
셋째는 내용과 방식의 문제다. 교육이 실제 농업인의 현실과 얼마나 맞닿아 있는가에 따라 참여 의지는 달라진다. 현장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면, 교육은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심포지엄 역시 마찬가지다. 발표 중심의 형식, 긴 시간, 추상적인 내용은 현장과 거리를 만든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상대적으로 참여가 쉬운 사람들이 자리를 채운다. 지역 활동가, 해설사, 관련 분야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이다. 이들의 참여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이들이 주된 참여층이 되면 교육과 행사의 성격이 변한다. 실습과 적용 중심의 내용이 설명과 이해 중심으로 이동하고, 현장 문제 해결보다 일반적인 정보 전달에 가까워진다.
따라서 교육과 심포지엄은 ‘열렸지만 비어 있는 자리’가 된다. 형식적으로는 성과를 달성했지만, 실제로는 목적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다. 참여 인원은 채워졌지만, 참여 대상은 비어 있는 셈이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몇 가지 기준을 다시 세울 필요가 있다. 먼저 대상 설정이 분명해야 한다.
농업인을 위한 교육이라면 일정과 방식이 그들의 조건에 맞춰져야 한다. 농번기와 농한기를 고려한 일정 조정, 하루 단위가 아닌 짧고 반복 가능한 교육 구조, 저녁 시간이나 작업 사이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대 설계가 필요하다. 교육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교육장으로 부르는 방식에서 벗어나, 현장으로 찾아가는 방식이 확대되어야 한다. 농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습형 교육, 소규모 맞춤형 교육, 그리고 교육 이후 이어지는 현장 코칭이 함께 설계될 때 참여의 의미가 생긴다.
참여 구조 역시 고민해야 한다. 단순 개방형 모집이 아니라 실제 농업인 참여 비율을 일정 수준 확보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교육을 나누어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다. 농업인을 대상으로 한 실무형 교육과, 일반인을 위한 이해형 교육을 구분하면 목적이 흐려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을 ‘행사’로 보지 않는 시각이다. 교육 횟수와 참여 인원으로 성과를 판단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교육 이후 현장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실제로 적용된 사례가 있는지, 소득이나 작업 방식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농업기술 교육과 심포지엄은 단순한 지식 전달의 자리가 아니다. 현장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출발점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이 모였는가’보다 ‘누가 그 자리에 있었는가’를 먼저 묻는 것이 필요하다. 사진 속에 사람이 많다고 해서 그 자리가 채워진 것은 아니다. 필요한 사람이 그 자리에 있을 때, 비로소 교육과 심포지엄은 제 역할을 한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6. 시작하면서 배우는 영국의 청년농 창업교육.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6.3.31.).
허북구. 2026. 전남 농업 실용교육의 사각지대, 외국인 농업노동자.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6.1.8.).
허북구. 2024. 전남 농업교육, 지역 실정에 맞게.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4.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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