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찻잎은 기후와 지형, 그리고 농민의 판단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특히 녹차는 다른 작물보다도 기온 변화에 민감하다. 새순이 올라오는 시기에 단 한 번의 저온만으로도 수확량과 품질이 크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의 한 연구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차밭의 ‘최저온도’를 정밀하게 예측하는 기술이 개발되었다. 수 미터 단위의 미세한 공간까지 온도를 계산하고, 그 결과를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기술의 핵심은 단순한 기상 예보가 아니라, 차밭 내부의 실제 온도 차이를 반영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같은 차밭이라도 위치에 따라 온도 차이는 크게 발생한다. 밤사이 식은 공기는 무거워져 낮은 곳으로 흘러들고, 골짜기나 움푹한 지형에는 냉기가 고이게 된다. 50m 정도의 거리에서도 4.5℃ 차이가 발생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이 차이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차나무의 생존과 직결되는 변수다.
이러한 현상은 전남 녹차 산지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보성, 장흥, 강진 등 주요 산지는 해안과 내륙, 구릉과 평지가 혼재된 지형을 갖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한 차밭이라도 실제로는 미세한 기온 차가 존재하며, 이는 수확 시기와 품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관리 방식은 대부분 ‘지역 단위’의 기상 정보에 의존해 왔다. 이 방식으로는 각 농가의 개별 상황을 반영하기 어렵다.
이제 전남 녹차도 ‘평균’이 아니라 ‘현장’을 기준으로 관리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기술은 이미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위 연구에서는 방사냉각의 강도와 지형 데이터를 활용해 별도의 현장 측정 없이도 온도를 예측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농가는 복잡한 장비 없이도 자신의 차밭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정보가 실제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특정 구간의 온도가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면 방상팬 가동 시점이나 작업 계획을 사전에 조정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편의성의 문제가 아니라, 수확량 손실을 줄이고 품질을 지키는 경영의 문제다.
전남 녹차 산업은 오랫동안 ‘전통’과 ‘이미지’에 기대어 왔다. 물론 그것은 중요한 자산이다. 그러나 기후 변화가 일상화된 지금, 전통만으로는 생산을 안정시킬 수 없다. 특히 봄철 이상저온과 국지적 기상 변화는 점점 더 빈번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감각이 아니라 데이터다.
또한 이 변화는 단순히 기술 도입의 문제가 아니다. 농가의 의사결정 구조 자체를 바꾸는 일이다. 지금까지는 경험 많은 농가의 판단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데이터 기반의 판단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는 생산의 표준화를 넘어, 지역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온도 관리 측면에서 전남 녹차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차밭 단위의 미세 기상 데이터 확보. 둘째, 이를 쉽게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 셋째,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경영 의사결정 체계의 정착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스마트폰 기반의 간편한 시스템으로 이를 실현하고 있다.
차는 자연을 담는 산업이라고는 하다 자연을 그대로 따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자연을 읽고, 예측하고, 대응하는 과정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전남 녹차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감에 의존하던 농업에서, 기후를 읽는 농업으로의 전환이다. 차밭은 단순한 재배 공간이 아니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관리되는 하나의 ‘현장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전남 녹차의 품질을 지키고, 미래를 준비하는 길이다.
참고문헌
埼玉県農林部茶業研究所. 2026. ピンポイント予測した茶園の最低温度をスマートフォンで確認できるシステムの開発.報道発表資料2026年3月23日)
埼玉県茶業研究所・農研機構農業環境研究部門. 2026. 茶園最低温度の予測手法およびLINEアプリへの実装に関する技術資料.
허북구. 2025. 일본 과수 기상재해 예측 시스템과 전남 농업의 과제.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5.12.17.).
허북구. 2025. 전남 농업, 이상 기후 대응 맞춤형 농업 혁신 필요.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5.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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