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지난해 말 기준 전남 해남군의 친환경 농산물 인증면적은 유기농 2496ha, 무농약 2444ha로 집계돼 전년 대비 476ha 증가한 4940ha였다. 기후변화대응전략으로 추진되고 있는 저탄소 농업 인증 면적 또한 1089ha로 전국 최다를 기록했으며,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해남군은 전남도가 주관한 ‘2025년 친환경농업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해남군의 ‘2025년 친환경농업대상’ 행정의 투자와 정책 추진이 만들어낸 결과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 부분, 즉 전남의 친환경농업에 대해 한 번 더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재배면적의 확대가 곧 농가의 소득과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의미하는가 하는 점이다.
현재 친환경 농업은 일정 부분 보조금과 정책 지원에 의해 유지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인증비 지원, 직불금, 자재 공급, 방제 지원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공적 자금이 투입된다. 이러한 지원은 초기 확산과 기반 형성에는 필요하다. 문제는 그것이 보조금에 의존하지 않고도 유지될 수 있는 구조인가이다. 만약 보조금이 줄어들면 재배면적도 함께 줄어드는 구조라면, 지금의 성과는 외형적 확장에 머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간과하기 쉬운 문제가 하나 있다. 친환경 재배는 일반적으로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낮은 경우가 많다. 이는 동일한 생산량을 확보하기 위해 더 넓은 경작지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개별 농지에서의 농약과 화학비료 사용이 줄어 환경 부담이 낮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총량으로 보면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경작지가 확대되면 토지 이용의 압력이 커지고, 이는 결과적으로 환경에 또 다른 부담을 줄 수 있다.
지구적 관점에서 보면 이 문제는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생산량 감소를 보완하기 위해 새로운 농지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산림이 훼손되고 자연 생태계가 파괴될 가능성이 있다. 즉, 단위 면적에서의 환경 부담은 줄었지만, 전체 토지 이용의 확대를 통해 오히려 자연 훼손이 가속화되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 친환경 농업이 지향하는 가치와 실제 결과 사이에 간극이 생길 수 있는 지점이다.
따라서 친환경 농업 정책은 ‘얼마나 많이 재배하는가’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이것을 자랑으로 내세우기 보다는 ‘얼마나 적은 면적에서도 지속 가능한 소득을 만들 수 있는가’, ‘얼마나 높은 가치로 평가받는가’로 기준이 전환되어야 한다. 생산량이 다소 낮더라도 시장에서 충분한 가격을 받을 수 있다면, 굳이 면적을 확대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이는 토지 이용을 줄이고 환경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유통과 소비 단계에서의 정책이 정교해져야 한다. 친환경 농산물이 일반 농산물과 동일한 기준에서 가격 경쟁을 하게 되면 생산자는 결국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 생산 과정의 가치가 가격에 반영될 수 있는 별도의 시장 구조가 필요하다.
첫째, 친환경 농산물의 ‘가치 인식’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단순히 농약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설명을 넘어서, 환경 보전, 토양 관리, 생태계 유지와 같은 공익적 가치가 소비자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소비자가 가격이 아니라 의미를 기준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안정적인 유통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공공급식, 학교급식, 로컬푸드, 정기배송과 같은 반복 소비 기반은 친환경 농산물의 가격을 지지하는 중요한 장치가 된다. 이는 단순한 판로 확대가 아니라 수요를 구조적으로 확보하는 정책이다.
셋째, 브랜드와 품질 관리가 병행되어야 한다. 지역 단위의 통합 브랜드를 통해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고,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신뢰가 형성되면 가격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넷째, 생산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소득 중심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친환경 농업의 성과를 단순히 면적이나 참여 농가 수로 평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농가의 실제 소득과 경영 안정성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친환경 농업은 방향 자체는 분명히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그 방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구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면적 확대와 보조금 중심의 정책만으로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오히려 생산량 감소와 토지 확대라는 역설적 문제를 낳을 수도 있다.
이제 전남 친환경 농업은 다음 단계로 나아갈 시점이다. 양이 아니라 가치, 면적이 아니라 소득, 확장이 아니라 지속가능성을 기준으로 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친환경 농업은 단순한 정책 사업을 넘어, 농가가 스스로 선택하고 유지할 수 있는 산업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6. 전남광주통합과 친환경농업, 생산과 소비의 재설계.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6.03.03.).
허북구. 2026. 전남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 구독경제로 키워야.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6.01.27.).
허북구. 2025. 전남 친환경 농업, 식탁까지를 설계할 때.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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