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다. 이 좁은 해협이 흔들리면 국제 유가는 곧바로 반응한다. 그 영향은 정유공장과 주유소에서 멈추지 않고, 논밭으로도 이어진다. 석유 가격의 변동은 비료 가격으로 이어지고, 농업 생산의 조건을 바꾼다. 전남의 논과 밭 역시 이 흐름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오늘날 농업에서 사용하는 질소 비료의 대부분이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질소 비료의 중심인 암모니아는 공기 중 질소와 수소를 결합해 생산된다. 질소는 공기에서 얻지만, 수소는 주로 천연가스를 분해해 만든다. 이 과정은 고온·고압 조건이 필요한 하버-보슈 공정을 통해 이루어지며, 상당한 에너지가 투입된다. 그러므로 비료는 흙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이 구조는 수소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고, 암모니아 합성에서도 에너지가 추가로 소비된다. 비료 한 포대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와 탄소가 함께 담겨 있다. 농업은 자연 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에너지 체계 위에서 작동하는 측면이 점점 커지고 있어 농업을 외부 변수에 민감하게 만든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 비료 가격이 오르고, 이는 곧 농가의 생산비 증가로 이어진다. 최근 몇 년간 비료 가격 급등은 이를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농가는 투입량을 줄이거나 작목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농업이 시장의 영향을 받는 것은 익숙한 일이지만, 이제는 그 출발점이 에너지라는 점이 분명해졌다.
전남 농업의 현실에서 이 문제는 더욱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전남은 벼, 채소, 과수 등 다양한 작물이 재배되는 지역이며, 대부분 일정 수준 이상의 질소 비료를 필요로 한다. 특히 시설채소와 원예 작물은 비료 투입이 생산성과 직결된다. 비료 가격이 오르면 곧바로 생산비 부담이 증가하고, 이는 농가 소득과 지역 농업 구조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결국 호르무즈 해협에서 시작된 에너지의 흐름이 전남의 농업 경영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에너지 자원이 제한적인 일본에서도 이러한 구조는 중요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과거 나프타 기반이던 암모니아 생산은 현재 천연가스 중심으로 전환되었지만, 여전히 화석연료 의존 구조는 유지되고 있다. 이를 바꾸기 위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도쿄대 니시바야시 요시아키 연구팀은 질소를 상온·상압 조건에서 암모니아로 전환하는 촉매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다. 물을 수소의 공급원으로 활용하여 화석연료 의존을 줄이려는 시도다. 아직 산업적 적용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비료 생산의 방향을 바꾸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일본에서는 암모니아를 에너지 매개체로 활용하려는 연구도 병행되고 있다. 암모니아는 수소를 저장하고 운반할 수 있는 물질로, 연소를 통해 에너지원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이 경우 비료 생산과 에너지 산업은 분리된 영역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다. 비료를 만드는 기술이 곧 에너지를 다루는 기술로 확장되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비료에 대해 단순한 농업 자재가 아니라, 에너지 구조의 일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밭에 투입되는 것은 양분이면서 동시에 형태를 바꾼 에너지다.
이 점에서 전남 농업이 함께 고민해야 할 방향은 외부 에너지와 투입재에 대한 의존을 줄이는 것이다. 유기농과 저투입 농업은 이러한 흐름에서 의미를 갖는다. 퇴비와 녹비, 작물 순환을 통해 토양의 힘을 높이는 방식은 비료를 외부에서 구매하는 대상이 아니라 농장 안에서 순환되는 자원으로 바꾸는 접근이다.
물론 모든 농업이 단기간에 화학비료를 대체할 수는 없고, 생산성도 고려 해야 한다. 그러나 화학비료 중심 구조와 유기적 순환 구조를 함께 고민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방향의 문제다. 석유에 기대어 만들어진 비료에서 벗어나, 토양과 지역 안에서 양분을 만들어가는 흐름을 어떻게 확대할 것인가가 앞으로의 과제가 된다.
밭에 비료를 뿌리는 장면을 다시 떠올려 보면, 그것은 단순한 영양 공급이 아니라 에너지를 투입하는 행위다. 이제는 그 에너지가 어디에서 오는지, 탄소중립 측면에서 얼마만큼의 탄소를 발생하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디에서 와야 하는지를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시작된 흐름은 이미 전남의 논밭까지 이어져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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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Molybdenum-catalysed ammonia production with samarium diiodide and alcohols or water.
Nature, 568(7753): 536–540.
이동규, 심욱. 2019. 상온 상압 조건에서 전기화학적 질소환원반응을 통한 암모니아 생산 연구 동향. 전기화학회지 22(1):1-12.
허북구. 2021. 요소 비료로 기대되는 폐플라스틱.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1-11-12).
허북구. 2021. 탄소 중립과 암모니아 그리고 요소 비료.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 농업칼럼(2021-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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