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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 사례로 본 전남 치유농업의 필요성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2026-04-16
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최근 치유농업 등 농업과 농촌 자원을 활용한 치유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관련 연구와 정책도 늘어나고 있으며, 실제 현장에서의 사례를 통해 그 효과와 가능성을 살펴볼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필자는 농작업 활동의 치유 사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아토피와 관련된 한 사례를 접하게 되었다.

 

사례를 들려준 사람은 40대 초반의 공무원으로, 오랜 기간 아토피로 인해 일상생활은 물론 결혼까지 포기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상담 중 “언제 아토피가 가장 나았는가”를 묻자, 그는 공익요원으로 근무하던 시기를 떠올렸다. 당시 학교에서 근무하며 텃밭을 관리했고, 잡초를 뽑고 작물을 심고 가꾸는 일을 반복했다.

 

그 시기에는 아토피 증상이 눈에 띄게 완화되었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단순히 바쁜 생활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니 텃밭 활동에 집중했고 저녁에는 깊이 잠들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그 경험이 증상 완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사례는 단순한 개인 경험으로 보일 수 있지만, 치유농업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아토피 피부염은 겉으로는 피부 질환이지만, 그 배경에는 면역 반응과 정서 상태, 생활 환경이 함께 작용한다. 따라서 치료 역시 연고나 약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생활의 흐름과 몸의 상태를 함께 다루는 접근이 필요하다.

 

2024년 발표된 Baik 등(2024)의 연구는 이러한 점을 뒷받침한다. 아토피 아동과 보호자를 대상으로 도시 정원을 활용한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약 4개월간 운영한 결과, 보호자의 우울과 불안, 스트레스가 유의하게 감소하였고, 아동의 정서 상태 역시 긍정적인 변화를 보였다. 아토피 중증도와 관련된 일부 지표에서도 변화가 관찰되었지만, 이를 임상적 개선으로 단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함께 제시되었다. 이 연구는 치유농업이 질환을 직접 치료한다기보다, 아토피와 밀접하게 연결된 정서적 요인을 완화하는 데 의미가 있음을 보여준다.

 

자연 환경과 건강의 관계를 다룬 기존 연구들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Ulrich 등(1991)은 자연 환경이 스트레스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실험적으로 확인하였고, Kaplan(1995)은 자연이 주의 회복과 정서 안정에 기여하여 인지적 피로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하였다. 이러한 연구들은 자연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몸의 상태를 조절하는 요소임을 보여준다.

 

치유농업은 이러한 자연의 효과를 ‘참여’의 형태로 구현한다. 흙을 만지고 식물을 심고 돌보는 과정은 반복적인 흐름을 갖고, 반복은 예측 가능성을 만든다. 예측 가능성은 긴장을 낮추고, 긴장이 낮아지면 몸은 안정 상태로 이동한다. 이 과정에서 감각은 외부로 열리고, 복잡한 사고는 줄어든다. 이는 신경계의 안정으로 이어지며 스트레스 반응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아토피는 이러한 스트레스와 깊이 연결된 질환이다. 긴장이 지속되면 면역 반응이 과도하게 활성화되고 이는 피부 염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안정된 상태에서는 염증 반응이 완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치유농업의 효과는 피부 자체를 직접 변화시키는 데 있다기보다, 몸의 상태를 조절하는 생활 환경을 만들어 주는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참여 경험이다. 농작업 활동에서는 자신의 행동이 결과로 이어지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아토피를 가진 사람은 자신의 몸 상태를 스스로 조절하기 어렵다는 경험을 반복하기 쉽다. 그러나 농작업에서는 작은 변화라도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은 자기효능감을 형성하고 정서 안정으로 이어진다.

 

가족 단위에서의 변화도 중요하다. Baik 등(2024)의 연구에서 보호자의 스트레스 감소가 확인된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아토피는 개인의 질환이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가족 전체의 문제로 확장된다. 보호자의 긴장과 불안은 아이에게 전달되기 쉽고, 반대로 보호자가 안정되면 아이의 상태도 영향을 받는다. 치유농업은 이러한 흐름을 완만하게 만드는 환경이 될 수 있다.

 

이제 치유농업은 단순한 체험이나 여가 활동의 범위를 넘어, 건강 관리의 한 방식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특히 전남은 풍부한 농업 자원과 농촌 환경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자원은 생산을 위한 기반일 뿐 아니라, 사람의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는 자원이기도 하다.

 

아토피 사례가 보여주듯, 건강은 병원 안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생활 속에서, 그리고 환경 속에서 형성된다. 치유농업은 바로 그 지점을 다루는 방식이다. 전남 농업이 이러한 방향으로 확장될 때, 농업의 역할은 생산을 넘어 건강과 삶을 지지하는 영역으로 넓어질 수 있다.

 

참고문헌

Baik, H., Choi, S., An, M., Jin, H., Kang, I., Yoon, W., Yoo, Y. 2024. Effect of Therapeutic Gardening Program in Urban Gardens on the Mental Health of Children and Their Caregivers with Atopic Dermatitis. Healthcare 12(9):919.

Ulrich, R.S., Simons, R.F., Losito, B.D., Fiorito, E., Miles, M.A., Zelson, M. 1991. Stress recovery during exposure to natural and urban environments. Journal of Environmental Psychology 11(3):201–230.

Kaplan, S. 1995. The restorative benefits of nature: Toward an integrative framework. Journal of Environmental Psychology 15(3):169–182.

허북구, 박윤점. 2010. 영화로 배우는 원예치료 길잡이. 중앙생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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