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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농업관련 문화시설의 채산성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2026-04-21
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한 민화 속 호랑이, 그리고 BTS가 재해석한 ‘아리랑’까지. 전통문화는 더 이상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현재의 콘텐츠로 소비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립중앙박물관은 연간 65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을 기록하며 세계 상위권 박물관으로 올라섰고, 이제는 무료 관람을 유지할 것인가, 유료화로 전환할 것인가를 두고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 일본 문화청 또한 국립박물관과 미술관에 대해 자기수입 비율을 높일 것을 요구하고, 달성 상황에 따라 시설 간 통합까지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는 단순한 재정 절감이 아니라, 문화시설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구조적 변화로 볼 수 있다. 문화는 공공성을 지니지만, 운영은 현실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공통된 현실이 있다. 인구 감소, 재정 부담 증가, 유지관리 비용의 상승이다. 문화시설 역시 더 이상 ‘지원만 받는 공간’으로 머무르기 어려운 구조로 바뀌고 있다. 이 흐름을 전남으로 돌려보면 상황은 더욱 선명해진다. 전남에는 전남농업박물관을 비롯해 각 시·군이 운영하는 농업 관련 전시관과 체험시설이 곳곳에 분포해 있다.

 

상당수 시설은 관람객 수가 많지 않고, 운영비 대비 수익이 낮은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부는 유료화를 시도하지만, 입장권 판매 인력의 인건비조차 감당하기 어려워 다시 무료로 전환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문화시설의 채산성은 단순한 입장료 수입으로 판단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특히 농업 관련 문화시설은 ‘전시 공간’이 아니라 ‘지역 농업의 가치를 확장하는 거점’으로 봐야 한다.

 

문제는 이 시설들이 그러한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지역 농업박물관이 단순한 전시관에 머물지 않고 지역 농산물의 역사와 생산 과정, 음식 문화와 연결되고, 관람 이후 실제 소비로 이어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체험 프로그램, 농가식당, 로컬푸드 판매, 치유농업 프로그램과 결합될 때 비로소 하나의 흐름이 만들어진다.

 

현재 많은 시설이 이 연결 고리를 만들지 못한 채 ‘시설 유지’ 자체에 머물러 있다. 그러다 보니 “돈만 들어가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생기고, 채산성 논의는 곧 축소나 폐쇄로 이어지는 방향으로 흐르기 쉽다. 일본 문화청의 통합 검토 역시 이러한 구조적 한계에서 출발한 것이다. 효율만을 앞세우면 시설은 줄어들지만, 문화의 기반 역시 함께 약해질 수 있다.

 

그런데 시대는 이미 바뀌었다. 이제 농업은 생산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이야기와 경험, 공간과 감각이 결합된 ‘콘텐츠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농업문화시설은 바로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는 자원이다. 전남의 농업은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 있다. 남도 음식, 전통 농업기술, 계절에 따른 농촌의 변화, 발효문화와 식재료의 다양성까지. 이러한 요소는 단순한 전시물이 아니라, 체험과 소비로 이어질 수 있는 강력한 콘텐츠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수익을 늘리기 위한 단순한 유료화가 아니라, 기능의 재설정이다. 전시 중심에서 체험 중심으로, 관람에서 참여로, 시설에서 흐름으로 바꾸는 전환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전시 → 체험 → 식사 → 구매 → 재방문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면, 입장료가 없어도 수익은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이 흐름이 없다면 입장료를 받아도 지속가능성은 확보되기 어렵다.

 

또한 개별 시설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 내 시설 간 연계도 필요하다. 하나의 박물관이 아닌 ‘농업문화 네트워크’로 접근해야 한다. 순회 전시, 공동 프로그램, 인력 공유 등을 통해 운영 효율을 높이면서도 지역 접근성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문화시설은 단순히 수익을 내기 위한 공간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수익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수익을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역할 속에서 수익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가’이다. 전남의 농업 관련 문화시설은 지금 채산성을 이유로 축소될 것인가, 아니면 농업의 가치를 확장하는 거점으로 다시 설계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인데, 시설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기능을 키워야 한다. 문화는 비용이 아니라 자산이다. 그리고 그 자산은 활용할 때 비로소 가치가 된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전남농업기술원과 전남도농업박물관, 동행 시너지효과 내야.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5.05.30.).

허북구. 2024. 전남농업박물관, 농업무형유산 콘텐츠화 적극 나서야.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4.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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