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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작은 텃밭, 탄소중립의 출발점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2026-04-22
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아침 일찍 아파트 베란다에 나가 상추 잎을 따는 사람, 주말이면 공원 한편의 작은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을 이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도시 속에서 흙을 만지는 이 장면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 변화의 한 축에는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과제가 놓여 있다.

 

도심텃밭은 생산과 소비의 거리를 극단적으로 줄인다. 우리가 일상에서 먹는 채소는 대부분 생산지에서 수확된 뒤 선별과 포장, 냉장과 운송 과정을 거쳐 식탁에 오른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는 생각보다 크다. 반면, 도심텃밭에서 재배한 채소는 이동이 필요 없다. 몇 걸음 거리에서 수확되어 바로 식탁으로 이어진다. 이 짧은 동선 하나가 탄소 배출을 줄이는 실천이 된다.

 

도심텃밭은 화석연료 기반 농업 의존을 낮추는 생활 방식이다. 대규모 농업은 기계와 비료, 농약에 크게 의존한다. 특히 질소 비료 생산은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대표적인 공정이다. 그러나 도심텃밭에서는 음식물 부산물이나 낙엽을 활용한 퇴비를 만들고, 손작업 중심으로 재배가 이루어진다. 작은 규모지만 순환의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외부 에너지 투입이 줄어든다.

 

텃밭은 탄소를 흡수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방출한다. 여기에 유기물을 활용한 토양 관리는 탄소를 땅속에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도시의 콘크리트 공간 속에서 이러한 작은 녹지의 축적은 미미해 보이지만, 생활 속에서 이루어지는 탄소 흡수의 기반이 된다.

 

도심텃밭은 자원 순환의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버려지는 음식물을 텃밭에 이용하면 흙으로 돌아가는 자원이 된다. 이 과정은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버리는 것’에서 ‘되돌리는 것’으로 생활의 관점을 바꾸게 한다.

 

식생활의 변화도 주목할 부분이다. 텃밭을 가꾸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제철 채소를 중심으로 식탁을 구성하게 된다. 손수 키운 작물을 먹는 경험은 음식에 대한 태도를 바꾸고, 과도한 소비를 줄이며, 식재료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러한 변화는 결과적으로 탄소 배출이 적은 식생활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식의 변화다. 도심텃밭은 탄소중립을 ‘개념’이 아니라 ‘경험’으로 이해하게 만든다.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자라는 과정을 지켜보는 동안 우리는 자연의 리듬을 체감한다. 그 과정에서 에너지와 자원의 흐름을 이해하게 되고, 일상의 선택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스스로 깨닫게 된다.

  

도심텃밭은 규모로 보면 작다. 그러나 그 안에는 생산과 소비, 순환과 저장, 그리고 인식의 변화가 함께 담겨 있다. 이는 거창한 정책이나 기술만으로는 완성되기 어려운 탄소중립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게 하는 방식이다.

 

탄소중립은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먹는 한 끼, 버리는 한 줌의 음식물, 그리고 손으로 만지는 한 줌의 흙에서 시작된다. 도시의 작은 텃밭은 그 시작을 가장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전남 농업, 바이오차로 탄소중립 본격화하려면.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5.07.14.).

허북구. 2022. 미래를 바꾸는 탄소농업. 중앙생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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