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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농촌 크리에이투어 사업과 음식치유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2026-04-24
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전남도는 농촌에 머물며 지역 관광자원과 체험 프로그램을 함께 즐기는 2026 농촌 크리에이투어 지원사업을 이달 말부터 추진한다고 23일 밝혔다. 농촌 크리에이티브 투어(creative rural tourism)는 단순 체험형 농촌관광을 넘어, 지역의 문화·예술·음식·생활방식을 ‘창의적으로 재구성’하여 관광 상품으로 만든 모델이다.

 

농촌 크리에이투어의 해외 사례를 보면 그 방향은 분명해진다. 이탈리아의 ‘알베르고 디푸소(Albergo Diffuso)’는 마을 전체를 하나의 숙소로 운영한다. 비어 있는 농가와 전통가옥을 활용하고, 주민이 직접 손님을 맞이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시설이 아니라 경험이다. 방문객은 방 하나를 빌리는 것이 아니라 마을의 하루를 함께 살아본다. 숙박, 이야기, 생활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마을 자체가 콘텐츠가 된다.

 

포르투갈과 스페인 농촌에서는 음식이 중심이 된다. 올리브유를 짜고, 포도를 수확하고, 그 재료로 요리를 만들어 식탁에 올린다. 생산에서 조리, 그리고 식사까지 이어지는 흐름이 하나의 프로그램이다. 이 과정에서 관광객은 소비자가 아니라 참여자가 된다. 단순히 맛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몸으로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흐름은 전남 농촌 크리에이투어 사업이 지향해야 할 방향과 맞닿아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음식치유’의 가능성이다. 농촌에서 음식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다. 작물을 재배하고, 수확하고, 손질하고, 함께 나누는 전 과정이 사람의 상태를 바꾸는 경험이 된다. 게다가 전남에는 산채나물, 어천의 헤조류에 이르기까지 먹거리의 보고이다.

 

음식은 또한 같은 것을 먹더라도 어디에서, 누구와 어떤 과정을 거쳐 먹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반응이 나타난다. 밭에서 직접 수확한 채소를 씻고, 간단한 조리를 거쳐 전남의 농촌 자연 속 식탁에 올리는 장면을 떠올려 보자. 이 과정에는 설명이 필요 없는 변화가 있다. 손을 움직이는 동안 긴장이 풀리고, 함께 준비하는 과정에서 관계가 만들어지며, 식탁에 앉는 순간에는 자연스럽게 안정감이 형성된다.

 

이것이 음식치유의 핵심이다. 치료를 목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음식 경험 자체가 감각과 정서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농촌에서는 이 흐름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도시에서는 분리되어 있는 생산, 조리, 식사가 한 공간 안에서 연결되기 때문이다.

 

전남 농촌 크리에이투어 사업이 단순 체험 프로그램을 나열하는 방식에 머문다면 차별성을 갖기 어렵다. 대신 농장–조리–식탁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중심에 두고 프로그램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농장에서 상추나 허브를 직접 수확하고, 간단한 조리 과정을 거쳐 함께 식사를 하는 구조는 현실적으로 운영이 가능하면서도 효과가 크다. 여기에 계절 식재료, 지역 음식 이야기, 참여형 식탁 구성이 더해지면 하나의 완성된 경험이 된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차림과 연출’이다. 음식을 만드는 과정뿐 아니라 어떻게 담아내고 나누느냐 역시 중요하다. 누군가를 위해 식탁을 준비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관계를 회복하는 계기가 된다. 참여자가 직접 식탁을 구성하고 음식을 나누는 경험은 단순한 체험을 넘어 기억으로 남는다. 해외의 농촌 관광이 경쟁력을 갖는 이유도 바로 이 부분에 있다.

 

농촌 크리에이투어의 경쟁력은 무엇을 얼마나 보여주느냐가 아니라, 어떤 경험을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전남은 풍부한 농산물과 음식 문화, 그리고 자연 환경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여기에 음식치유의 관점을 더하면 농촌 관광은 체험을 넘어 사람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과정으로 확장될 수 있다.

 

농촌은 이미 충분한 자원을 가지고 있다. 필요한 것은 그것을 새롭게 엮는 시선이다. 전남 농촌 크리에이투어 사업이 음식치유와 결합해 단순한 관광을 넘어 머물고 싶은 농촌, 다시 찾고 싶은 농촌을 만들어 가기를 기대한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6. 100년 된 우물에서 찾은 전남 농촌관광의 해법.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6.02.23.).

허북구. 2026. 먹으며 회복하는 곳 전남, 문화예술과 음식치유·치유음식 관광.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6.01.24.).

허북구. 2026. 전남 농업의 활로 모색, 치유음식과 음식치유 마케팅.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6.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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