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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농업 가치, 친환경 포장으로 완성해야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2026-04-28
김승룡 jnnews.co.kr@hanmail.net

[전남인터넷신문]요즘 아파트 분리수거장을 지나가다 보면 계절을 먼저 알려주는 풍경이 있다. 딸기 출하가 한창인 시기에는 스티로폼 박스가 산처럼 쌓인다. 치워도 금세 다시 쌓이고, 하루가 지나면 또 다른 더미가 만들어진다. 소비자는 신선한 딸기를 즐겼다는 만족을 얻지만, 그 뒤에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 포장 폐기물이 남는다. 이 풍경은 단순한 쓰레기 문제가 아니라, 오늘날 농업 유통 구조의 한 단면이다.

 

스티로폼은 가볍고 단열성이 뛰어나 농산물 유통에 매우 유용하다. 특히 딸기처럼 온도와 충격에 민감한 작물은 스티로폼 덕분에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장거리 운송에서도 파손률을 낮추고 신선도를 확보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이유로 스티로폼은 오랜 기간 농산물 포장의 핵심 소재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장점이 대부분 ‘일회용 사용’이라는 방식으로 소비된다는 점이다.

 

스티로폼은 자연 분해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재활용 역시 쉽지 않다. 농산물 포장재는 흙과 수분, 잔류물이 묻어 있어 분리와 세척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상당량이 재활용되지 못한 채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플라스틱 포장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과일을 보호하기 위한 완충재와 비닐, 트레이는 상품성을 높이지만 동시에 환경 부담을 키운다. 특히 선물용 농산물에서 나타나는 과잉 포장은 소비의 만족을 위해 자원을 반복적으로 소모하는 구조를 만든다.

 

이제 이러한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유럽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재사용과 재활용 중심의 순환 구조로 전환하고 있으며, 일본도 감축과 재활용을 병행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방향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덜 쓰고, 다시 쓰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전남은 우리나라에서 친환경농산물 재배 면적이 가장 넓은 지역이다. 이는 단순한 통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전남 농업이 환경을 고려한 생산 방식을 선택해 왔다는 증거이며, 동시에 ‘깨끗한 생산지’라는 이미지를 형성하는 기반이기도 하다. 그런데 생산 단계에서 친환경을 강조하면서도 유통 과정에서 일회용 포장재 사용이 과도하게 이루어진다면, 그 가치는 온전히 전달되기 어렵다. 생산의 철학과 유통의 방식이 어긋날 때, 소비자는 그 차이를 느끼게 된다.

 

따라서 전남 농업의 다음 과제는 친환경 농산물 생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포장과 유통까지 친환경의 범주로 확장하는 것이다. 포장은 단순히 농산물을 보호하는 수단이 아니라, 그 농산물이 어떤 과정을 거쳐 생산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외부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친환경 농산물이 스티로폼과 과잉 플라스틱에 싸여 전달된다면, 그 메시지는 설득력을 잃게 된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재사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컨테이너를 공동으로 활용하거나, 종이 기반 포장재를 도입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회수형 물류 시스템을 통해 포장재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방식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기적으로 비용 부담이 따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원 절감과 함께 전남 농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소비자의 인식 변화도 함께 필요하다. 지나치게 정교하고 완벽한 포장을 선호하는 소비문화가 유지되는 한, 유통 현장의 변화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단순하고 실용적인 포장을 받아들이는 소비가 확산될 때, 생산자와 유통업체도 보다 적극적으로 전환에 나설 수 있다. 결국 포장의 변화는 생산과 소비가 함께 만들어가는 결과다.

 

전남 농업은 이미 친환경 생산이라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이제 그 강점을 포장과 유통까지 연결할 때, 비로소 ‘완성된 가치’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스티로폼 박스가 쌓이는 풍경을 줄이는 일은 단순한 환경 개선을 넘어, 전남 농업의 이미지를 새롭게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제는 ‘얼마나 잘 포장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덜 버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전남 농업이 친환경 포장을 통해 생산과 유통을 하나의 가치로 연결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농업의 경쟁력을 새롭게 정의하는 중요한 전환이 될 것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전라남도 친환경농업, 포장까지 연계되어야.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5.01.02.).

허북구. 2024. 유럽연합의 포장 폐기물에 대한 새로운 규칙.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4.05.28.).

허북구. 2023. 식물잎 포장.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의 농업칼럼(2023.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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